유비와 모택동의 중국식 불패정신, ‘어떻게든 살아남아 후일 도모’

유비는 중국인의 사고와 의식구조에서 무엇을 대표하는 인물일까? 단언컨대 중국식 실리주의와 불패정신을 대표하는 인물일 것이다.

협잡, 어그로, 이간질 마다치 않는다. 군자인 척하면서 실리를 챙기고 간에 붙고 쓸개에 붙으면서 천하 영웅들을 이간질해 싸움을 붙인다. 관도대전, 적벽대전도 유비 때문에 일어난 사단이라 볼 수 있다.

공손찬, 원소, 조조, 여포 유비에게 뒤통수 맞은 인물이 한둘이 아니다. 노숙도 제대로 맞았고 유장은 아예 나라를 빼앗겼다.

속이고 이간질하고 누굴 죽이고 싶으면 내 손에 피를 묻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칼을 뽑아 치게 한다. 협잡과 사기의 달인으로 자신의 실리를 위해선 꺼리는 게 없고 갖은 쇼와 연기에 능통한데 이런 유비는 중국식 실리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비의 주특기는 더 있다. 바로 도망이다. ‘야반도주’가 특기다. 맨날 진다. 패하고 가진 거 잃고 조조, 원소, 공손찬, 도겸, 유표 여기저기 식객살이에 용병 노릇을 하는데 유비가 정말 패했을까 아니다. 유비는 진 적이 없다.

왜냐 도망가면서 어쨌거나 자기 목 하나는 지켰고 그러면서 항상 자기 기반을 만들려고 안간힘 써서 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유비의 제갈량 스카웃. 삼고초려.
유비의 제갈량 스카웃. 삼고초려.

모택동, 장개석, 등소평

중국인들을 이해할 때 그들이 말하는 세와 불패 사상을 모르면 답이 없다. 불패 사상을 알아야 중국의 영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중국인들의 인내란게 뭔지 제대로 보인다.

장개석에 의해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제거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패했는가 아니다. 그들은 징강산 벽촌에 모여 도망을 준비했다. 거기서 대장정이 시작될 때 그들에게는 아무런 세가 없었다.

하지만 도망가면서 차츰 세를 되찾을 수 있었고 국공합작을 통해 세를 불려 나갔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있으면 된다, 적의 공세와 압박에 죽지 말고 살아남아 시간을 끌고 지연시키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요인이 생기고 조건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모택동에게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일본의 침략이었다. 장개석 군대의 예봉을 피하고 오히려 그들을 압박해 통일전선을 형성하고 장개석 군대가 일본과 싸우는 동안 민중에게 침투, 여기저기 세력을 만들어간다. 결국, 그들은 장개석의 중국민족주즤자들을 복건 연안까지 밀어내며 중국을 석권했다.

징강상 벽촌에 모였을 때는 아무런 세가 없었고 거지 떼처럼 도망을 다녀야 했지만 인내하고 또 인내하면서 세를 회복시켰다. 그들은 처음부터 지지 않았다. 세가 미약했을 뿐이었다. 결국엔 그 세를 회복시키고 최대화시켜 국민당을 밀어내며 대륙을 석권했다.

그렇다고 대만으로 쫓겨간 국민당이 패배한 것일까? 그들은 지지 않았다. 왜냐 어쨌거나 그들은 살아남았고 생존의 여백을 찾았기 때문이다. 대만이란 섬을 새로운 출발 거점과 기반으로 삼은 그들은 대륙을 빼앗겼지만 자신들 생존의 여백을 찾았고 그 여백에서 언젠가는 대륙을 다시 정복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현재 머무는 공간이 지하 벙커면 어떤가, 살아있고 세상일의 흐름이 반전될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미국의 중재로 이루어진 회담에서 나란히 사진을 찍은 장개석(사진 왼쪽)과 모택동.
1945년 일본 패망 후, 미국의 중재로 이루어진 회담에서 나란히 사진을 찍은 장개석(사진 왼쪽)과 모택동.

중국의 영웅들은 불패정신을 가진 자들이다, 좌절하지 않는다. 최후의 결전을 모른다.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는다. 앞으로 다가올 쇄신의 상황을 기다릴 분이다, 그저 기다리면서 자신의 세를 회복시켜줄 요인들을 찾고 살필 뿐이다. 그러고 있는 이상 패한 게 아니다.

불패정신을 가진 또 다른 영웅이 있다. 바로 등소평이다, 문화혁명 초기에 모택동과 맞서지 않았고 4인방과 싸우지 않았다. 만약 모택동과 싸우고 4인방과 싸웠더라면 그는 단순히 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죽었을 것이다. 정말로 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패배를 선택하지 않았다. 해임, 비판, 좌천, 야유의 돌팔매를 맞고 견뎌냈으며 인내하며 기다렸다. 심지어 자아비판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었고 그 생존의 여백을 찾아 그 안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요소들이 생겨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인내했다, 기다림의 상태 안에 자신을 가둘 줄 알았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가자 세상은 등소평을 불러냈고 그를 복권 시켰다. 결과는 그리되었다. 조건들이 만들어지자 그는 자연스럽게 앞에 나서게 되었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상황이 그를 끌어냈는지 그가 앞으로 나선 것인지. 어쨌거나 그렇게 세가 회복될 때까지 그는 참고 인내했다. 그런 그를 많은 중국 공민들이 존경하고 그의 불패정신은 등소평만 것의 아니다.

유비는 그런 불패정신의 화신이다. 무수히도 졌지만 지지 않았다. 항상 도망갈 굴을 파놓았고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일 수 있었으며 치욕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면서 때론 교묘히 남몰래 항상 자기 세력을 만들고 기반을 조성하려 안간힘을 썼다.

유비 불패정신의 원조는 무엇일까? 인물로 치자면 춘추시대 2대 패자 진문공이 있을 것이지만 텍스트는 노자이다. 노자는 유비가 견지한 불패 사상을 말하는 책이고 최초로 그것을 강하게 역설했던 처세서이다.

폭우가 길어봐야 한나절일 뿐이다. 밑으로 가야 위에 설 수 있고 물러서야 앞에 설 수 있으며 치욕과 모욕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망해도 좋다 중요한 건 완전히 망하지 않는 것이며 완전히 망하지 않는 이상 패하지 않았고 언제든 일어설 수 있다.

노자는 절대 함석헌, 김용옥, 최진석식으로 읽으면 안 된다. 모택동이 말하지 않았던가 병가의 책이라고. 주희가 말했다. 노자가 제일 독하다고. 권모술수의 책이며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실천적 지침과 전략, 전술의 원칙을 말해주는 책이다.

천라지망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넓고도 넓그으니 어느 것 하나 빠뜨리지 않는다.

천라지망을 짜라고 한다. 그것도 어두운 곳에서 남몰래. 노자는 이렇게 무서운 사람이다.

노자가 말하는 성인이 우리가 아는 사전적 의미의 성인일까? 윤리와 도덕과는 상관없는 전략적 사고의 달인이 노자가 말하는 성인. 불패정신을 말하는 노자, 그 노자 책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보다 모략의 사고, 책략의 사고가 밝은 중국인을 알 수 있고 실리를 위해 참고 견디는 그들의 인내를 알 수 있다.

임건순

멸종 위기의 젊은 동양철학자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사상가',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 '오기, 전국시대 된 군신 이야기', '순자, 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 등 다수의 인문학 도서 저술
moo92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