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점거농성’ 풀 해법, ‘대통령 해고 개헌’도 있다

현직대통령은 모든 정치적 의무를 내팽개치고 청와대에서 점거농성을 벌일 생각이다. 변호인 유영하의 두 번의 입장발표문에서 의도는 명확히 드러났다.

검찰 조사 거부하며 ‘공정한 특검 조사’에는 응하겠다 했지만 말장난이다. 조사받으면 탄핵심판의 법리적 판단에 불리할 거란 계산이다. 특검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시간 끌 수 있는 절차는 모두 활용하려 들 것이다.

지난 10월 말 대통령의 정치적 권위가 파산한 이후 권력은 붕괴했다. 하지만 회수되지 못하고 흩어졌다. 청와대는 복구하기 위한 무의미한 몸짓을 반복했다. 야권은 제때에 회수하지 못했다.

일차적으로는 대통령 책임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초유의 대응이다. 하지만 대통령제는 원래 이렇게 대통령 개인의 심리적 특성이 국정운영의 향방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다. 이 지점에선 야권의 책임도 있다.

야권의 실책은 세 번 정도로 기록할 수 있다. 먼저 총리를 교체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 문재인 전 대표가 거국내각을 요구했다가 청와대가 받아들이자 뒤로 물렸다.

새누리당에서 선호하는 후보가 김종인과 손학규로 나오자 이 둘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더불어민주당 최대계파의 당파적 이익에 복무한 셈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정치력에 책임이 있다.

두 번째 실수는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가 당내부적 합의나 기타 야당과의 협의 없이 여야 영수회담을 추진했다가 취소한 사건이다. 더민주당은 추 대표의 ‘개인적 일탈’이라며 선을 그었다.

추미애 대표,우상호 원내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추미애 대표,우상호 원내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세 번째 실수는 추미애 대표의 ‘계엄령’ 발언이다. 영수회담 취소 이후 지도력이 훼손된 추 대표가 강경발언을 이어나가다 나왔다. 누군가는 청와대가 이를 부인한 것만으로도 효력이 있었다 한다.

그러나 그게 의도였다면 “(청와대가 의도하더라도) 지금 체제에선 결코 계엄령이 발동되지 못한다. 시민들은 안심하시라”고 말해야 했다. 시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발언을 대규모 시위 직전에 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세 번의 실책이 결정적이었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제도적으로 아쉬운 건 총리교체의 시기를 놓쳤다는 부분뿐이다. 탄핵하더라도 황교안 총리가 직무대행을 하는 상황이 왔다는 것이다. 그 외에 야권이 청와대에 도움을 준 부분은 없다.

정치인의 책임만도 아니었다. “촛불민심에 응하지 못한다”가 야권비판의 상투어구가 되어 있지만, 지지층도 오락가락했다. 총리교체를 위해 새누리당과 협의하는 것, 탄핵안을 발의하는 것, 개헌논의를 하는 것 등이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의도란 식의 음모론이 횡행했다. 지지층이 각자의 대안을 ‘새누리당 이중대’라 비난하는 상황에서, 야권 정치인들도 오락가락했다.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는 빠짐없이 동원하며 점거농성 중이다. 대통령 퇴진을 원하는 게 대다수 국민 여론이고, 이에 대해 야권 정치세력 및 대선주자 모두가 수용의 뜻을 밝혔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모든 수를 써야 한다.

첫째, 총리 교체도 상대방이 응한다면 해야 한다. 아마도 이제 와서 대통령이 응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국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다는 차원에서 응수타진해야 한다. 새누리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김병준을 노욕이라 비난하기 전에, 김병준이라도 황교안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으로 협의해야 한다. 탄핵정국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의회의 권한인 국정조사를 충실히 이행하여 퇴진 여론을 유지·결집·확대해야 한다. 다행히 새누리당 비박계도 정치적 생존을 위해 이를 갈고 있고, 생중계도 예정되어 있다. 잘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현재 검찰 조사결과를 토대로 탄핵을 추진하는 일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정된 특검 조사로 대통령의 법률위반 행위를 보강해야 하고, 탄핵을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수단을 총동원하면 이렇게 된다. 청와대도 여기까지는 예측했을 것이다. 그들은 이 상황을 대비한 ‘침대 축구’를 하고 있다. 되도록 시간을 끌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모를 일이라고 보는 듯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에 시민들과 함께 참석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에 시민들과 함께 참석했다.

헌법재판소가 쾌속하게 ‘인용’(탄핵 성공) 결정을 내려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혹여 헌재가 ‘기각’(탄핵 실패. ‘각하’도 있으나 이 경우엔 가능성이 없다)하더라도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이 되살아나지는 않는다.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존재가치가 비난받고, 현행 탄핵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받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있다. 아직 대중적으로 인지되지는 않았으나 며칠 전부터 언론에 서서히 뜨기 시작한 ‘임기 축소 개헌안’이 그것이다.

헌법 제128조 2항을 보면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적혀 있다. 독재정권을 경험한 역사를 반영하여, 현직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권력연장을 하려는 시도를 못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임기 변경’이 아닌 ‘임기 연장’이란 게 중요하다. 헌법 취지를 보면 ‘임기 축소’는 상관없는 것이다. 개헌하면서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헌법학자들도 그리 말하고 있다.

탄핵절차만 작동한다면 청와대가 일말의 희망을 품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대통령 해고 개헌’이 함께 추진된다면 얘기는 다르다. 탄핵은 헌법재판소가 판결하지만 개헌은 국민투표로 결정된다.

개헌안이 의회를 통과한다면 얘기는 끝난다. 꿈도 희망도 없다. 부임할 때 예상한 임기를 채우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된다. 권좌에 앉아 있는 것이 더는 무의미해진다. 결단코 거부하던 ‘하야’를 선택할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지 않더라도 이탈자가 더 신속하게 발생할 수 있다.

문제는 있다. 탄핵은 결정권자가 헌재지만 의회에서 합의하는 절차는 단순하다. 개헌은 국민투표로 결정되지만, 내용 자체가 복잡하다. 정치권이 합의하고 국민이 이해 가능한 개헌안을 이른 시일 내에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비상시국에서 ‘대통령 해고 개헌’이란 이름이 붙을지라도, 단지 이를 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현행 권력체제에 염증 내고 문제의식을 지닌 이들의 대안이 경합해야 하는데, 백가쟁명 식이라면 끝이 없다.

시민들이 개헌안에 대해 “여의도 정치계급이 우리가 대통령 뽑을 권리를 뺏어가려고 공모한다”라는 식으로 이해하게 되면 답이 없다. 그러므로 현행 대통령제를 개선하되, 제 정파가 합의할 수 있는 최소수준으로 폭넓은 공감을 얻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헌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도 존재한다. 통치제도 고치려다가 기본권 부분이 흔들리는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것을 돌파하기 위해, 시민사회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헌법의 기본권 조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이를 개헌논의를 하는 제 정치세력이 수용하는 형태가 되면 좋을 것이다.

입만 열면 거짓말
입만 열면 거짓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개과정에서 우리는 역설적으로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본다. 현재의 대한민국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합의를 이행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가까운 걸림돌이 바로 현직 대통령이다. ‘대통령 해고 개헌’은 그 가까운 걸림돌을 가장 확실하게 제거하는 방법이면서, 국민적 합의를 이행하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물론 이번에 개헌이 안 될 수도 있다. 개헌 합의 이전에 탄핵안이 인용되거나, 대통령이 물러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갑론을박했지만, 정치적으로 논의해본 경험은 제대로 축적되지 않았다. 이번에 논의하면서 쟁점과 찬반근거, 기대와 우려 등이 명확해진다면 추후의 개헌 논의는 더 쉬워질 것이다.

여야는 ‘대통령 해고 개헌’을 탄핵안과 함께 추진해서 ‘청와대 점거 농성’의 희망을 꺾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합해야 할 것이다.

한윤형

한윤형

혼자 쓴 책으로 ‘뉴라이트 사용후기’(2009), ‘안티조선 운동사’(2010),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2013). 함께 쓴 책으로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2011),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2011).
매체비평지 미디어스에서 3년(2012~2014) 간 정치·신문비평 등을 담당했다.
a_hriman@hotmail.com
한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