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붕괴 임박···기득권 ‘쟤를 안 죽이면 우리가 같이 죽는다’

오늘 무너지냐 내일 무너지냐의 문제이긴 했다. 그렇더라도 붕괴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제출했다는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23일 이루어진 김현웅 법무부 장관·최재경 민정수석 두 사정 라인 담당자의 사퇴를 보면 그렇다.

<TV조선>과 <JTBC>는 다음 해 3월 종편 재승인 심사 이전에 어떻게든 정권을 끝장내려 들 것이라는 관측이 돈다. 검찰은 폐허가 된 정권을 보면서 영웅 심리가 발동할 때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최근의 수사를 직접 보호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새누리당 비박계는 김무성 의원 발언에서 보듯 탄핵을 시사했고 김무성의 측근인 김성태 의원이 국정조사특별위원장을 맡아 강도 높은 국정조사를 예고한 상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출처 JTBC)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출처 JTBC)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의 모든 엘리트가 사실상 ‘쟤를 안 죽이면 우리가 같이 죽는다’면서 결의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른 시일 내에 결말이 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날지는 몇몇 개인의 심리와 절차가 맞물려서 결정되겠지만, 대세엔 지장이 없다. 우리는 꽃피는 봄에 대선을 치르거나, 적어도 선거운동 정도는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가 모든 절차를 활용하여 ‘버티기’를 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전략적으로 행동한다는 착시현상이 있지만, 실은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므로 나온 절망적인 행동이다. 끝까지 대오를 지키고 있다기보다는 질질 끌려 나오기 전에 함께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며칠 전까지는 이 지면에서 탄핵만으론 문제가 해결이 안 될 가능성을 들어 개헌을 분석했지만, 개헌이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기 전에 사태가 끝나버릴 가능성이 훨씬 더 커졌다. 또한 설령 그리되지 않는다 한들 정권에 희소식은 아닐 것이다.

이는 물론 한국 사회를 유지 존속하기 위한 나름의 자정작용이라 생각된다. 비꼴 필요는 전혀 없다. 하지만 한국 엘리트 수준에 비교해도 수준 미달인 박근혜-최순실 일당을 몰아내는 걸 넘어, 그 엘리트집단의 수준 자체를 올려야 한다는 요구도 있을 것이다.

‘이게 나라냐’는 시민의 요구를 지극히 엘리트주의적으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렇다. 엘리트집단에 대해 아래로부터의 견제가 어렵다면 상호견제 장치라도 구축해야 그들의 공적 기능이 향상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처 CNN
출처 CNN

그러려면 이 ‘일대 만’(여기에서 언급하는 ‘만’은 일단은 시민 전부를 가르키는 만민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만명쯤 되는 엘리트를 뜻한다)의 싸움에서 더한 균열이 발생해야 한다. 검찰이, 언론이, 의회가 박-최 일당을 최소수준에서 찍어내고 싶은 욕망을 갖고 공박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부역자들이 더 드러나야 한다.

사실은 박근혜가 하야하지 않으면서 그나마 이런 판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어쩌면 ‘만인’ 아닌 ‘만민’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그 지점에서 차라리 박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미 한국 사회는 엘리트가 주도하는 몫이 훨씬 더 크긴 하지만 그들만이 쥐락펴락 움직이는 사회는 아니다. 이 정국에선 엘리트가 아닌 시민사회의 모든 역량 역시 점검하고 시험하게 됐다.

이 역량은 1960년이나 1987년에는 없거나 미약했던 부분이다. 옛 역사에 비유한다면 이 호민관 내지는 민회 의원들이 있으므로 우리는 급속한 퇴행의 가능성을 그렇게까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세월호의 공허한 진실이 비관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드러나고, 사라지거나 미약해진 줄 알았던 사회개혁을 바라는 에너지가 더 크게 용솟음칠 것이다.

큰 틀에서 볼 때 잘 될 것이다. 다만 너무 빨리 진행되면서 놓치거나 희생되는 이가 없는지 신경 써서 챙겨야 한다.

시민사회의 역량에 힘을 실어, 한국 사회의 엘리트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기 전에 박근혜-최순실 일당만을 찍어내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균열을 유도하는 데에 힘을 보태야 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한 첫걸음이다.

한윤형

한윤형

혼자 쓴 책으로 ‘뉴라이트 사용후기’(2009), ‘안티조선 운동사’(2010),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2013). 함께 쓴 책으로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2011),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2011).
매체비평지 미디어스에서 3년(2012~2014) 간 정치·신문비평 등을 담당했다.
a_hriman@hotmail.com
한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