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아 페미니즘] 왜 인터넷은 젠더혐오 발언에 취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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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과 패닉의 확산

앞서 미국 대선과정이나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선정적 보도의 사례들에서 본 것처럼 일부 언론과 관계기관이 통계와 사실을 부풀리고 왜곡해서 특정 계층의 혐오감과 공포심을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곤 한다. 그런데 이로 인해 조장되는 공포가 확대재생산 되는 또 하나의 경로는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미디어와 일부 정치집단에 의해 제조된 공포는 이미 보았듯이 인터넷을 통해 광범위한 심리적 패닉을 동반한다.

SNS를 통해 여러 신드롬을 낳았던 강남역 사건에 대한 시위 당시에도 시위현장이 시위참여자들 간의 폭력으로 얼룩지는가 하면, 성 대립 발언의 자제를 부탁한 유가족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는 일이 일어났다. 공포심이 확산한 결과 대규모의 심리적·도덕적 퇴행이 일어난 것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유가족에 대한 SNS상의 비난
강남역 살인사건 유가족에 대한 SNS상의 비난

또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이슈화되던 당시 SNS에서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우연히 살아남았다’ 혹은 ‘살여(女)주세요’라는 구호가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 과정에서 밤길에서 괴한이 여성에게 ‘운이 좋은 줄 알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갔다는 등의 도시 전설에 가까운 경험담이 공유되며 오랜 파문을 낳았다.

물론 SNS에서는 이 같은 경험담의 진실 여부가 중요하지는 않다. 한 번 패닉이 휩쓸고 지나간 이후에는 자신의 공포심을 반영하는 그릇이 된다면 사람들은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그 무엇이든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2008년 광우병 괴담의 경우처럼 이미 한 번 퍼진 공포심과 혐오는 한번 퍼진 이후 자기 강화의 경로에 진입한다. 특히 SNS는 이러한 공포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또래집단의 조리돌림과 인신 공양

여기서 잠깐 우회해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자체의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SNS는 현실에서 경험하기 힘든 대안적인 또래집단을 형성하는 공간이다. 이로써 현실사회에서 행사되는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관계의 압력과 다른 형태의, 수평적인 또래 압력이 행사된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측면들이 있다.

한편 또래집단 사이에서는 위계적인 관계(이를테면 사장과 종업원,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보다는 ‘조리돌림’이나 ‘인신 공양’이라는 형태의 수평적 폭력이 만연하다. 수직적 폭력과 변별되는 수평적 폭력을 묘사하는 탁월한 사례로는 문학에서는 <파리대왕>이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화에서는 <파수꾼>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는 <돼지의 왕>이 있다.

나아가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다음과 같은 패턴이 관찰된다. 운영자(ex대빵) 중심으로 한 친목 집단이 형성되면 그 의견에 반하거나 분위기를 흐리는 유저에게 가혹한 비난이 쏟아진다. 결국, 그를 쫓아내는 인신 공양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폭력은 또래집단 간에 형성된 동질적 정체성에 대한 애착을 재확인하고 공고히 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올해 7월 일부 웹툰 작가들 사이에서 일어난 메갈리아 옹호 발언이 논란이 되자, 한 웹툰 작가 지망생이 작가들을 비판한 독자들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트위터상에서 그에 대한 험한 욕설과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견디다 못한 지망생은 트위터 계정을 닫고 말았다. 이처럼 SNS는 외부에 대한 공포에 취약한 동시에, 자기 내부의 동질성과 분위기를 흐리는 내부인을 견디지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웹툰지망생의 발언에 대한 트위터의 조리돌림(사진 왼쪽), 여성시대의 인신공양을 풍자하는 만평(오른쪽)
웹툰지망생의 발언에 대한 트위터의 조리돌림(사진 왼쪽), 여성시대의 인신공양을 풍자하는 만평(오른쪽)

앞서 언급한 포비아 페미니즘 사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지난해와 올해 논란을 일으킨 ‘메갈리아 신드롬’이었다. 메갈리아와 이를 계승한 워마드는 2013년부터 평소 일베 말투를 따라 하고 디씨인사이드 특유의 관종·어그로·패드립 말투를 사용하던 디씨인사이드 일부 여초 갤러리에서 시작된 현상으로서, 한남충(한국남성), 한남유충(어린이), 똥꼬충(게이), 재기해(자살해) 등 일베와 더불어 젠더혐오 발언을 일삼는 대표적인 반사회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이다.

물론 상당수 언론과 학자들 사이에 ‘메갈리아는 메르스 사태 당시 여성혐오 댓글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져 있다(<혐오의 미러링> 참조). 메갈리아에서 생성된 남성혐오 발언들은 트위터와 일부 인터넷 여초커뮤니티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수용됐다.

필자는 메갈리아 신드롬을 분석한 책 <혐오의 미러링>에서 메갈리아=워마드 자체에서 젠더혐오 발언이 확대 재생산된 과정에 대해 집중했기 때문에, 메갈리아의 젠더혐오 발언이 바깥의 SNS와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떻게 수용되고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분석을 소홀히 했다. 그렇다면 메갈리아의 젠더혐오 발언은 어떻게 그 바깥의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수용된 것일까?

젠더혐오 발언은 어떻게 SNS와 인터넷으로 퍼졌는가

사실 SNS와 일부 커뮤니티에서 메갈리아=워마드에서 ‘한남충’이나 ‘재기해’ 같은 유행어가 소비되는 양상도 앞서 언급한 조리돌림과 인신 공양의 메커니즘과 궤를 같이한다. 가령 SNS에서 유저들이 조리돌림에 집착하는 이유는 또래집단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외부인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다. 메갈리아 신드롬이 수용된 과정도 비슷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SNS에서 알 수 없는 분노를 풀어내며 ‘한남충’ 운운하는 유저들 전부가 메갈리아나 워마드 코어 유저라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그들은 그러한 용어를 쓴다는 사실 자체를 몸에 지니는 일종의 ‘토템’이나 ‘부적’처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들은 메갈=워마드의 유행어를 도대체 뭐에 대한 ‘토템’이나 ‘부적’으로 활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세계관과 인간관계를 위협하는 외부인에게 던지는, “나는 이렇게 과격한 사람이니 나를 함부로 무시하지 말라”라는 무언의 메시지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그런 심리를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여성으로서 무시당하거나 모멸감을 느끼는 경험은 굉장히 흔하다.

특히 기성세대와 기성 사회로부터 무시당하기 싫다는 것은 젊은이들의 보편적 감정이다. 이자혜 작가의 웹툰 <미지의 세계>에서 묘사되어 있듯이, 그들은 그러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출구를 SNS의 인간관계에서 찾아낸다. 문제는 그것을 불특정다수에 대한 공격성향으로 몰아가는 구조이다.

이자혜 작가와 인터뷰하는 jtbc
이자혜 작가와 인터뷰하는 jtbc

이미 보았듯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현실에서 결핍된 또래집단의 대체재다. 거기서 유저들은 또래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간다. 그렇기에 이는 다수 유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이슈 확산력을 지니는 동시에, 한정된 관심사와 특정한 양식의 커뮤니케이션에 강박적으로 몰입하는 중독자들의 ‘섬-우주’(아즈마 히로키)를 형성하는 양면성을 보인다. 메갈리아=워마드 신드롬은 간혹 (‘쿵쾅쿵쾅’이라든가 ‘족발’이라는 메갈리아에 대한 외모비하 발언에서처럼)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여성-루저들의 증세라고 희화화되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젠더혐오 발언은 외모나 심리적 콤플렉스를 떠나 SNS와 커뮤니티의 소통방식에 강박 되어 있는 남녀 중독자에게 전염성을 지닌 보편적인 병증이다. 이들은 그 내부의 세계와 소통방식에 위협이 되는 존재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공격성을 표출하며 그 공격성 표출을 통해서만 자신들의 이슈를 확산시킬 수 있다. 일베와 메갈리아 신드롬은 인터넷 커뮤니티 유저들 사이의 이러한 심리적 맹점을 파고든 것이다.

이러한 넷-공론장의 양면성(외부를 향한 극단적인 공격성과 내부를 향한 극단적인 자폐성)은 우리가 종래 이해하고 있던, ‘타자’를 향한 논쟁하며 같은 의사소통의 규칙을 모색해 나가는 공론장의 구조(위르겐 하버마스)와 완전히 다르다. 이러한 넷-공론장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오늘날 글로벌한 차원에서 미디어가 조장한 공포에 기반을 둔 ‘정체성 정치’의 온실이 되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실재의 사회적 적대와 갈등을 적절하게 표상하는 데 실패하고, 자신이 제대로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병적인 증후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점점 화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회신드롬이 일어날 때마다 연구자와 언론은 관성적으로 ‘신선한 현상’, ‘새로운 풀뿌리 민주주의’ 등의 의미부여를 했다. 이 역시 전형적인 정치적 올바름의 관점이다. 그러나 그들은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의 담론구조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거기서 생겨난 폐단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치와 넷 공간 양자에서 진보·보수 모두에게서 퇴행적인 발언과 행동이 관찰되는 오늘날, 정치적 올바름과 페미니즘적 이념은 더는 인터넷과 일상에 만연한 혐오 발언과 정체성을 둘러싼 과열된 인정투쟁을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현대의 병증을 제대로 진단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념적 시각 자체가 반성 되어야 한다.

박가분

박가분

경제학과 석사수료생. 프리랜서 작가.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단행본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paxwonik@naver.com
박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