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묘수’는 없다

운명의 금요일이 다가온다. 국정조사 청문회가 생중계되고 특검 수사가 준비되는 가운데, 국회는 탄핵안을 표결하게 된다.

지난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 직후 그것이 탄핵 가결을 막기 위한 ‘묘수’였다고 평가한 사람들이 많았다.

출처 MBN
출처 MBN

확실히, 새누리당 비박계는 며칠 동안 흔들렸다. 여야합의하면 임기 단축할 수 있다는 모호한 화법에 대한 해석이 난무했고, ‘4월 퇴진, 6월 대선’ 당론을 채택하기도 했다.

하루하루의 분위기가 달랐다. 지금도 결론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12월 3일의 촛불민심, 그리고 단지 거리로 나오는 것만으로 국한되지 않는 거센 민심의 표출을 보고 그들은 다시 흔들리고 있다. 부단히 살 궁리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책임회피 책동’에 대한 평가(정략적인 수준에서 하는 평가이긴 하지만)가 여전히 높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실은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그 화법이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다.

예를 들어 이 정권과 함께 영원히 역사에 남게 될 세월호 특별법 제정 국면에서, 박 대통령은 교착상태에 빠진 국회를 두고 “대통령 소관이 아니다. 국회에서 여야합의하면 수용하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

청와대가 새누리당을 빈틈없이 통제한다는 것이 뻔히 모이는 상황에선 황당한 얘기였다. ‘30% 콘크리트 지지층’이 단단할 땐, 그걸 믿고 사정 권력을 내세워 여당을 사정없이 통제할 때엔 그런 방식이 통할 수 있었다.

그들은 콘크리트 지지층으로 정권을 지탱하고, 사정 권력으로 여당과 보수언론을 ‘조지고’, 여당과 보수언론을 활용하여 야당과 진보언론을 통제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변했다. 경외와 질투의 대상이 됐던 ‘30% 콘크리트’는 ‘5% 틀딱’이란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샤이 박근혜’가 작동하여 ‘5%’가 ‘10%’로 올라간들 돌파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당장 퇴진해야 한단 여론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일관되게 70%가 넘게 나오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정치를 잘 알지도, 잘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10월 말 ‘벌거벗은 임금님’의 정체가 만천하에 까발려진 이후에도 잘못 처신했다.

대통령이 물러나겠다는데 왜 못 믿느냐고 이제 와서 광광우럭한다.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랬겠는가? 혐의를 거짓말로 부인하고, 2선 후퇴 한다더니 국회 협의 없이 총리를 혼자 지명하고, 사과할 때 받겠다던 검찰수사 거부하고, ‘청와대 점거농성’ 벌이며 여기까지 왔다.

시시각각 말 바뀌는 이의 말을 믿는 게 멍청한 일 아닌가? 국민이 ‘개돼지’란 사실만을 믿고 있는 것 같다. 사실은 그들이 머리 처박고 사냥꾼을 외면하는 타조일 뿐이다.

개돼지 망언하면 이 사람,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개돼지 망언하면 이 사람,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

심지어는 다만 두 사람이 승부를 보는 바둑에서도 “묘수가 세 번이면 진다”고들 한다. 제아무리 묘기를 부릴지라도, ‘묘수’가 세 번이나 나올 정도로 형세가 불리하면 질 확률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하물며 둘이서 싸우는 것도 아니며 국민의 신뢰를 깡그리 상실한 상황에서 이를 회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늠하는 과정이다. 나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회복할 수 없다고 말해왔지만, 그와 별개로 청와대는 회복이 될 만한 처신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지금부터 남은 경우의 수를 따져 봐도 상황은 어렵다. 혹시 탄핵안이 부결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 ‘4월 퇴진’ 약속은 유효하다는 전제하에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쾌속 인용할 때에 비해 석 달 정도를 더 벌게 된다. 국정조사와 특검수사에 대해 대통령직을 유지하면서 방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여론이 반전되어 뭉개고 지나갈 길이 없는지 모색하려 들 것이다. 그래 봤자 여론이 반전될 길은 없다.

그렇게 된다 해도 가장 높을 가능성은 이후에 무언가가 더 드러나고 국민의 분노가 거세지며 새누리당은 존립의 위기를 맞아 새로이 탄핵이 의결되고 의회에서 가결되며 헌법재판소에서 통과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약속한 대로 4월 30일에 내려올 가능성이다. 다만 퇴진 약속만 해선 안 되고, 국회에서 추대한 국무총리에게 권력을 확실히 넘긴 후 2선 후퇴를 해야 그럴 가능성이 열릴 것이다.

그렇게 뭉개다가 5월 1일에 대통령이 내려오지 않고 멀뚱멀뚱 앉아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시민혁명으로 치닫게 될지, 아니면 그 이전에 엘리트 그룹에서 어떻게든 다른 방식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리든지 둘 중 하나인 상황이 된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4차 범국민행동(촛불집회)

무슨 짓을 한들 답이 없다. 그걸 인정할 수 없어서 저리 버티는 것이다. 새누리당을 싫어하는 시민들에겐 선물을 안긴 셈이 되었다. 통제되지 않은 대통령 개인의 고집불통이 새누리당 전체를 불태우는 광경을 공짜로 구경하고 있다.

시민들은 지금도 많이 인내하고 있다.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내려와야 하고, 사법처리를 받아야 한다. 정권도 바뀔 것이다. 지난 한 달간의 대통령의 처신이 그 점조차 확실하게 만들었다.

청와대, 새누리당, 그리고 보수세력은 그 피할 수 없는 결론을 직시하고 이후의 대한민국을 대비해야 한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일단 벌려진 이 공간을 어떻게 수습할지에 대한 공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게 넘어갔다.

한윤형

한윤형

혼자 쓴 책으로 ‘뉴라이트 사용후기’(2009), ‘안티조선 운동사’(2010),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2013). 함께 쓴 책으로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2011), ‘안철수 밀어서 잠금해제’(2011).
매체비평지 미디어스에서 3년(2012~2014) 간 정치·신문비평 등을 담당했다.
a_hriman@hotmail.com
한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