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언론에 저널리즘이란 존재하는가?

[독자기고]

최근 경찰이 여성혐오 ‘워마드패치’와 남성혐오 ‘오메가패치’ 운영자를 체포했다. 이로써 그간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강남패치·성병패치·한남패치 등의 패치범죄들이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출처 연합뉴스TV
출처 연합뉴스TV

패치범죄 검거와는 별개로 트위터와 여초카페·남초카페 등에서는 여전히 논쟁이 격렬하다. 그동안 다른 이슈들에 밀려서 주목받지 못한 페미니즘 논쟁이 다시 수면으로 올라와 한국사회를 한 단계 성숙시켜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팩트에 근거한 상호 공론의 장을 만들기보다는 감정싸움으로 변질해 가고 있는 논쟁은 분명 심각한 문제다.

불확실한 정보와 신문 기사들을 끌어모아 상대진영을 공격하는 근거로 활용하고 있는데 그 근거라는 것들이 대부분 오류투성이의 자료들이다.

상황을 이렇게 꼬이게 만든 데는 페미니즘 이슈를 주로 다루었던 또는 다루고 있는 주류진보언론의 책임도 크다. 그 과정을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최초 남성혐오 사이트인 워마드와 여초카페들을 중심으로 나온 1차 주장은 이런 것이었다.

패치 수사가 여성만 특정한 선별적 수사다.

2차로 주류진보언론이 그들의 주장을 여과 없이 그대로 실어줌으로써 논쟁에 불을 붙였다.

3차로 진보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남녀 누리꾼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댓글과 게시물들을 SNS 등에 올리면서 논쟁이 격렬해졌다.

사실관계를 따져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별을 특정해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수사를 한 정황과 증거들은 아직 없다.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의 입장도 일관되고 확고했다. 범죄사실을 인지하고 수사를 벌여서 잡고 나니 여성이었지, 여성이어서 여성만 상대로 먼저 체포했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단체와 여초카페 그리고 주류진보언론이 주장한 ‘소라넷’과의 범죄 형평성에 대해서도 경찰은 “소라넷은 해외에 서버가 있고 범죄인이 특정되더라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는 음란물을 올리는 것 자체가 범죄가 아닌 경우가 많아 수사협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수사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사실이 그들의 주장과 정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여초카페 등에서는 개인정보통신법을 위반한 패치범죄 수사가 ‘여성을 특정한 선별적 수사’였고 대표적인 남성중심사회의 여성혐오 병리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누구나 주장은 할 수 있다. 객관성이 떨어지는 글과 게시물 역시도 온라인공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특정 정치 성향을 드러내거나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일수록 더욱 두드러지는데 타인의 정보를 허위로 올리거나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는 모두 가능하다. 저런 식의 망상적 자유는 건강한 사회에서 언제나 배척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류진보언론까지 그래서는 곤란하다.

지난 7월 30일 정희진이 한겨레에 기고한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 갈무리
지난 7월 30일 정희진이 <한겨레>에 기고한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 갈무리

페미니즘 이슈의 여러 논쟁에서 주류진보언론이 보여 온 그간 행태는, 갈등의 중재자 내지는 공론의 장을 여는 주관자 역할뿐만 아니라 필드에 내려가서 직접 싸우는 선수의 모습을 줄곧 보여 왔다.

이점 역시도 주류진보언론사의 가치관에 부합하고, 사회가 긍정적으로 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논란 중인 이슈에 대해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를 쓰고, 그 기사들 때문에 논란이 확산하는 것을 내버려 두는 무책임한 자세는 곤란하다.

사회적 갈등만 부추기는 이 같은 행위는 저널리즘의 기본에도 충실하지 못할뿐더러 가뜩이나 사회적 갈등이 폭발 직전인 한국 사회를 더욱 빠른 속도로 망치는 길일 뿐이다.

한국 주류진보언론이 그간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라는 주류보수언론을 공격해온 일관된 주장은 ‘기사란 사실에 근거해서 써야’하며 ‘주류보수언론들은 자사의 이익과 가치관에 따라서 프로파간다의 도구로써 신문지면을 이용해 왔다’이다.

주류진보언론이 조중동에 비해서 대중들에게 조금이라도 상대적으로 나은 평가를 받고 주장의 설득력이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주류진보언론이 타 언론사(조중동)를 비판하던 일관된 잣대가 주류가 되지 못한 시기나 눈총 어린 질투가 아니었음을 입증하려면 더욱 정교하고 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작성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SNS 패치사건 등에서 왜곡된 기사로 갈등을 조장한 주류진보언론이 땅에 떨어진 저널리즘 가치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서는 페미니즘을 비롯한 산적한 사회적 이슈들을 품격 있는 공론의 장으로 불러 모아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서영 기자

김서영 기자

리얼뉴스 청소년보호정책 책임자
vang12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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