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스쿼드’ 폭망한 이유, 스토리가 없다

수많은 창작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대중문화에서 서브컬쳐까지 다양한 소재들과 다양한 도구들로 셀 수 없는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호응을 얻는 콘텐츠와 순식간에 사라지는 콘텐츠들이 범람한다.

그런 상황에서 콘텐츠 세계의 몇 가지 중심으로 사용되는 트랜드가 있다. 방법과 구사는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된 목적으로 콘텐츠 자체의 수명을 늘리려는 목적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콘텐츠 수명 연장의 꿈(강력한 캐릭터, 리부트 등)은 고전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콘텐츠를 다시 현대의 세계로 복귀시키는 주술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어떤 경우는 성공적인 복귀를 이루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어둠의 역사 정도로 치부되는 결말을 내놓기도 한다.

왜일까.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공통점을 모은다면 콘텐츠 향유자들의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하나로 연결되는 키워드를 잡을 수 있다. 바로 ‘이야기’다.

매력적인 캐릭터가 수없이 나와도 망한 이야기를 구제할 수 없다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새벽>으로 실추된 DC 코믹스 실사 영화 시리즈의 구원투수이자 엄청난 매력을 보여 줄 것으로 기대했던 올해의 주목받는 히어로 무비 중의 하나였던 것은 확실했다. 적어도 개봉 전 까지는 말이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샷(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스틸샷(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

그러나 개봉 이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소위 ‘자살닦이’라는 평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영화가 거둔 높은 수익과는 별개로 영화의 낮은 수준을 보여준 이야기는 큰 비판과 조롱의 대상이 됐다.

생각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이다.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악당들이 하나둘도 아니고 여럿이 합류해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는 큰 기대를 주기에 충분한 소재다. 코믹스 안에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실사에 맞게 재현한 이미지 컷들이 공개되고 마고 로비가 연기하는 할리 퀸의 모습이 올라왔을 때는 경이롭다는 반응이 이루기도 했다.

그런데 나온 결과물은 왜 이럴까.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장엄한 소개로 기대를 높였지만, 그 기대에 대해 배반적인 감정을 일으키게 한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 복잡한 건지 난잡한 건지 알 수 없는 이야기의 축, 좌충우돌 이해 불가하고 억지스러운 장면들의 연속, 뜬금없는 에피소드, <데우스 엑스 마키나>스러운 결말 등으로 개성 넘치는 악당들이 모여 이해할만한 기승전결 속 긴장과 이완을 통해 롤러코스터 같은 재미를 기대한 관객들을 철저히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물론 <수어사이드 스쿼드>를 둘러싸고 여러 이야기가 돌았다. 각본 제작에 길지 않은 시간을 주었다는 이야기와 기존에 정해졌던 영화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제작사가 무리한 간섭과 재촬영을 요구했는가 하는 의혹 (처음 공개된 예고편과 이후의 예고편들 사이에서 위화감이 느껴진다는 건 명백해 보인다) 등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보여준 배신의 이야기는 변명의 여지를 줄 수 없다. 이야기가 상당히 나쁜 작품인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온다고 해도 이야기에 소홀하면 흑역사로 남고 만다.

물론 과거와 달리 이야기보다는 각각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관련 업계 종사자들도 이런 추세를 인정한다. 강한 캐릭터를 가진 히어로 콘텐츠가 인기를 얻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낮은 완성도의 이야기에 매력적인 캐릭터를 끼얹는다고 해도 콘텐츠가 흥하기 어렵다.

‘리부트’해도 무리한 전개의 이야기를 구제할 수 없다

리부트로 과거의 영광을 꾀하려다 다음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작품도 있다.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 이후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리부트 위치에 있는 작품으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극찬을 받으며 이병헌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등장으로 한껏 기대를 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속편을 기약하기 힘든 위치에 서 있는 작품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왜일까.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본디 2편에서 모든 걸 마무리 짓는 작품으로 구성됐다. 핵전쟁은 없던 일이 됐고 등장인물들은 평온하게 살게 되는 결말을 말이다. 그러나 그 서사를 뒤트는 속편의 등장이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3편의 등장은 <터미네이터>의 서사를 상당히 복잡하게 만들어버렸고 얻은 것은 핵전쟁 이후에 대한 기약이 전부였다. 3편 이후 프리퀄이자 시퀄의 역할을 맡게 된 4편은 그 꼬여버린 서사를 승계하면서도 잘 풀어내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은 했다. 그리고 부제 역시 ‘미래전쟁의 시작’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로 관객들 앞에 섰다.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스틸 샷
영화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스틸 샷

하지만 그다음 제니시스의 등장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정말 큰 문제가 됐다. 스핀오프 격인 사라 코너 연대기는 넘어가더라도 <터미네이터> 본편의 서사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리부트를 알린 제니시스의 등장은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넌 셈이다. 평행우주 이론까지 들고 왔지만, 팬들의 머리가 복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게 됐다.

물론 <터미네이터> 속편의 기약하기 어렵게 된 것이 이뿐만은 아니겠고 향후의 행보가 어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여기서 한가지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수습 안 된 무리한 이야기 전개에서 꺼내 드는 리부트는 형보다 못한 아우의 끊임없는 반복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야기 끝맺음의 중요성이 나오는 대목이다.

콘텐츠의 생명력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끝없이 이어지거나 단발성으로 끝날 수도 있는 복합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중요한 건 두고두고 조롱받는 흑역사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흑역사는 단일 콘텐츠에 두고두고 입히는 치명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