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복지는 ‘공동구매’, 다 같이 세금 더 내고 다 같이 받자”

지난 23일 장하준 교수 초청 강연회가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회는 사회연대네트워크와 전국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최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후원했다.

장 교수 강연회는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300석이 꽉 찼다. 장 교수는 크리스마스 휴가차 짧은 한국 방문 일정이지만 기꺼이 강연을 맡았다.

장 교수 강연 키워드 3개를 꼽으면 소득·노동·공정성이다.

소득 분배에 문제점이 있다

전체 경제의 약 30%에 해당하는 여성들의 가사노동이 소득개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옛날 1930~40년대 가부장적 제도와 미국과 영국의 교수들이 이점에 대해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평균 수치’이며 생활 수준을 정확히 반영 못 한다.

지난 100년간 지배해 온 경제학파인 신고전파 경제학은 소비가 인간 복지의 핵심이라 본다. 소비가 인간 삶의 궁극적 목표로, 노동은 경시, 무시하며 비효용으로 본다. 왜냐하면, 노동은 괴롭고 힘드니까.

지난 23일 장하준 교수 초청 강연회가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회는 사회연대네트워크와 전국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최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후원했다.
지난 23일 장하준 교수 초청 강연회가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회는 사회연대네트워크와 전국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최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후원했다.

인류의 역사는 노동의 역사다

19세기에는 주당 80시간 가까이 일했다. 한국은 현재 하루 8.5시간, 주당 44시간으로 선진국 기준으로 보면 일을 많이 한다. 요즘은 인터넷 발달로 집에 와서도 일하는데 12시간 정도 된다. 그러므로 노동을 무시하면 인생의 절반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자아는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요즘 한국에서 문제가 되는 고용 불안감은 스트레스가 크며 심리적인 복지 문제가 심각하다.

비정규직 문제를 보면, 2013년 기준(OECD)비정규직 비율이 22.4%로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고, OECD 기준의 두 배다. 또 한국의 실제 퇴직 연령은 평균 53세로 EU 국가는 실제 퇴직이 62.8세이다. 한국의 평균 근속 기간도 OECD 기준으로 가장 짧은 5.6년이다.

자영업자 문제도 ‘자기착취 생계형’이 대부분이다. 소득수준보다 노동시간, 고용안정, 노동환경, 복지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한국의 전체 소득수준보다 복지 수준이 낮다. 소득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노동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복지향상이 된다.

공정성 문제

인간 복지를 평가하면서 소득과 노동문제만큼 중요한 게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공정한가이다. 사회 질서가 공정하다고 믿어야 인간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기회 균등’사회를 강조한다. 그러나 실제로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가? 경쟁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이들이 많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동문 자녀 특혜입학제도’비율이 엄청 높다. 하버드, 예일대학은 약 15%이다. 어느 부유한 대학은 약 40%에 달한다. 오죽하면 MIT대학의 자랑이 동문 자녀 특혜입학이 없다고 하겠는가.

이를 보더라도 기회 균등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미국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본 적 없다.

한국에서도 중시하는 예체능, 과외활동, 사회봉사도 가난한 학생들에게 불리하고 부유한 학생들에게 유리하다. 기회 균등이 말을 좋지만, 개개인의 조건이 다르므로 공정해지려면 ‘결과의 균등도 보장되어야 공정한 경쟁력이 이루어진다.

복지국가를 통해서 이런 보장이 가능하다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계층 이동이 높다. 예를 들면 덴마크, 스웨덴은 부모와 자식 간의 상관관계, 즉 부모의 소득수준과 자식의 소득수준이 약 20%이나, 미국과 영국은 약 80%로 어느 집에 태어나느냐가 80%를 차지한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는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려면 스칸디나비아 국가로 가라”고 할 정도다.

결과의 평등을 어떻게 잘 이루느냐? 복지국가다. 소득재분배를 통해 평등한 나라를 이룰 수 있다.

시민권에 기초한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기본적인 생활과 의료, 교육을 보장받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으로 공정하다. 이제 복지국가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때가 왔다.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주장한다.

“복지국가를 하면 경제성장에 나쁘다, 성장이 저하되면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나쁘다. 복지국가 하려면 소득세 인상 등 세금 인상해야 하기 때문에 고소득층이 투자할 의욕을 잃게 된다.”

이런 논리를 시장주의 경제학자들이 말하지만, 이는 근거가 없다. 가장 좋은 예가 미국이다. 1980년대 이전까지 미국은 소득세가 높았다. 1940년 트루먼,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소득세가 최고 90%까지였으나, 점점 인하되어 레이건 집권 당시 40% 정도였다.

미국 부유층은 대부분 금융자산가이므로 ‘자본이득세’ 등 여러 경로로 세금을 적게 낸다. 결과적으로 투자율과 성장률이 점점 떨어졌다.

워런 버핏도 말했다.

“부자들 세금 더 내게 하라”

그만큼 부유층이 세금을 적게 낸다는 말이다.

지난 23일 장하준 교수 초청 강연회가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회는 사회연대네트워크와 전국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최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후원했다.
지난 23일 장하준 교수 초청 강연회가 서울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회는 사회연대네트워크와 전국 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가 공동주최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이 후원했다.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는 경제성장이 잘된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노동자들은 해고에 저항이 별로 없다. 이들 국가는 실업수당이 전 월급의 65~80%를 받으며 재취업 교육 등을 받는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해고되면 병원도 못 가는 형편이다.

한국도 큰 문제인 저출산, 고령화도 장기적으로 성장을 저해한다. 복지국가는 오히려 성장을 돕는다. 우리나라는 복지국가에 대한 편견이 많다. 단기적으로는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

스웨덴은 19세기 말까지 매우 보수적인 나라로, 소득세를 1932년에야 도입한 나라였다. 길게 보면 우리도 할 수 있다.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진보는 제발 ‘무상복지’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 복지는 절대 무상이 아니라, 누구나 세금을 낸다. 작은 물건을 사더라도 부가가치세를 내고 있다. 무상복지라는 말은 복지는 무조건 공짜이므로 저소득층은 막연한 기대감, 부유층은 반발심이 생긴다.

우파들의 주장인 필요한 사람만 하는 선별적 복지는 얼핏 맞는 말이다. 하지만 선별적 복지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이 떨어진다. 부자들은 세금 내기 싫고, 빈곤층은 사회적 낙인과 2등 시민으로 보여진다. 선별적 복지는 자산조사 등 비용도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다.

복지는 ‘공동구매’이다. 다 같이 세금 더 내고 다 같이 복지혜택을 받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가가치세 인상도 필요하다. 현행 우리나라는 10% 부가세이지만, 유럽 주요 국가는 부가세가 20~25%다. 세금을 걷어서 돈 쓰는 방법을 바꾸자. 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복지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미국은 의료 복지가 없는 나라다. 국가 의료보험이 없고 사보험으로 의료비 지출을 하는데 국민소득 17%를 의료비로 지출한다. 그러나 미국의 건강지표는 평균수명, 유아 사망 등 선진국 중 최악이다. 오바마 정부 들어 겨우 노인층 메디케어, 극빈층 메디케이드만 있다.

미국은 사보험비 포함 복지 지출이 세계에서 2등이지만 돈을 쓰면서도 결과는 더 나쁘다.

한국의 현재 정치권 상황을 보면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야당조차도 복지 관련 말이 없다. 지금 시민권에 기초한 복지국가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사회연대도, 성장도 안 된다.

장하준 교수 초청 강연회 2부 토크쇼

김승한

리얼뉴스 발행인·편집인
대학병원 연구원 그만두고 어쩌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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