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을 가장 빠르게 뭉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증오심’이다

“의원내각제가 되면 좌파 이데올로기가 배제된 우리나라에서는 보수 대연합이 됩니다. 대통령제하에서는 임기 말에 비리라도 드러났지. 내각제를 하면 끊임없이 돌아가며 보수 대연합을 하므로 전혀 사회가 일본처럼 이탈리아처럼 개혁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MBC <100분 토론> 749회 조기숙 교수 발언 中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이었던 조기숙 현 이화여대 교수는 공중파 토론에 나와서 의원내각제란 제도는 일본의 보수 대연합 구조처럼 될 것이며, 사회는 일본이나 이탈리아처럼 개혁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단호하게 이야기하자면 조 교수의 주장은 사실과 어긋난다. 일본은 우리와 비교해 민주주의나 언론자유지수는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부패지수를 비롯한 국가경쟁력 지수를 보면 일본 사회를 ‘개혁되지 않는 사회’로 규정하는 것은 엄연히 잘못된 발언에 해당한다.

출처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보고서 2015
출처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보고서 2015

정치학을 전공하고, 국제학부 교수인 조 교수는 이 사소한 실수를 왜 저질렀을까? 사실은 고의적인 실수라고 할 수 있다. 바로 ‘개헌 논의’에서 시민들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것이 ‘의원내각제’이며, 바로 의원내각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민족 감정’이 좋지 않은 이웃 나라 일본이기 때문이다.

이원집정부제 혹은 내각제는 독일과 스웨덴, 영국, 아일랜드, 노르웨이, 캐나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수 많은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사실 조기숙 교수의 토론의 이러한 ‘증오 감정’을 십분 활용했다. ‘내각제=일본=개혁되지 않는 사회’를 통해 개헌 논의 자체를 개악이자 우익 정치인들이 지배하는 일본처럼 대중들에게 이미지화를 시켰다. 위의 표에서 보듯 ‘사회가 일본처럼 개혁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초라한 것이 현실이다.

최근 조 교수는 더불어민주당 내 ‘개헌보고서’로 촉발된 문자 공격(이 경우 ‘테러(terror)’란 용어보다 ‘공격(attack)’이 적합하다)과 18원 후원금에 대해서 민주주의적 항의라고 표현을 했다. 과연 그럴까?

MBC 에서 개헌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기숙 교수(사진 MBC 100분 토론 갈무리)
MBC <100분 토론>에서 개헌에 대해 이야기하는 조기숙 교수(사진 MBC 100분 토론 갈무리)

민주주의적 항의는 공적 공간에서만 허용된다. 과연 개인의 휴대전화번호가 ‘공적 공간’인지는 의문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민주주의를 위해 지극히 사적인 휴대전화번호가 항의의 창구가 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고, 그것을 참여 민주주의적이라고 평가한 선례도 없다.

조 교수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대통령도 개인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욕설이 가득한 문자와 업무를 지나치게 방해하는 18원 후원금. 이 위협들이 뜻하는 하나의 행동 강령은 ‘그 무엇도 떠들지 말라’이다.

과연 당내 인사들은 범죄를 저지른 ‘박근혜-최순실’을 두둔했던가? 문건이 부적절하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조기숙 교수는 대세론에 입각한 대중의 분노와 증오심을 십분 활용하여 상대방에게 프레임을 걸고, 표적을 삼기도 했다.

해당 문건은 ‘민주당 내 비주류’라는 용어 등이 있는 등 당내 중립성을 크게 훼손한 문건이었다. 그러나 조기숙 교수는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이의를 제기한 의원들을 지목하며, 해당 행위와 윤리위에 회부하라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또한, 내용 확인 전에 짐작만으로 특정인을 낙인찍기도 했다.

“보고서 보나 마나 국민과 동떨어진 개헌 주장하는 김부겸 의원이 문제 삼은 것 보면 합리적인 내용일 듯합니다.”
– 1월 4일 조기숙 교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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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원장의 사임을 요구해 문건 유출 당사자인 줄 알았는데, 아니라네요”
– 1월 4일 조기숙 교수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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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조 교수는 ‘허위보도에 기여’라는 지극히 자의적인 결정으로 프레임을 걸기 시작했다. 지극히 지지자들의 분노와 감정을 이용한 주장들이었다.

과거에 공산주의자들은 이견이 생기는 파벌이 있으면 ‘반동세력’과 ‘수구 봉건세력’이라는 낙인으로 숙청을 거듭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종북’ 프레임이 있었다.

민주주의에서 이견과 항의, 갈등은 필연 요소이다. 그러나 위법적 요소가 아닌 이상 그 이견과 항의를 ‘해당 행위’, ‘부역자’ 등으로 취급하는 낙인찍기는 지극히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조 교수의 증조부는 조선 왕실에서 정한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백성들을 착취하다 (동학농민운동 시발점이 된)고부민란을 유발한 탐관오리 고부군수 조병갑이다. 정치학을 전공한 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 수석을 역임하고, 국제학부 교수가 된 조병갑의 증손녀 조기숙.

현재는 문자 공격과 18원 후원금을 건강한 민주주의의 행태로 해석하며, 이의를 제기한 사람에게는 허위보도에 기여한 ‘해당 행위’로 낙인을 찍고 있다. 그런데 질문을 해보자. “왜 해당 행위인가? 왜 비판은 외부로 절대 흘러나갈 수 없는가?”

조 교수의 행태는 민주당 내에서도 매우 위태롭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요소로 가득하다. 주요 공직을 역임한 그녀의 경력에 비춰보면 필요에 따라 고의로 사실을 왜곡하며, 현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낙인을 찍음으로써 증오와 분노를 유발하는 형태의 언어를 쓰기 때문이다.

나치 국민 계몽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나치 국민 계몽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

이 칼럼의 제목은 “민중들을 가장 빠르게 뭉치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증오심이다”이다. 이 말은 나치 독일의 국민 계몽 선전부 장관 요제프 괴벨스(Joseph Goebbels)의 말이기도 하다.

임형찬

헬조선 개청년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