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말하고, 문재인은 말하지 않는 ‘법인세 인상’

더민주당에서 조용히 묻힌 법인세 인상, ‘경제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법인세 인상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에게 공개 질의를 했다.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의 법인세 인상에 대한 언급이 없음을 지적했다.

“재벌 대기업은 전체 법인 평균보다 낮은 실효세율을 부담하고 있는데 비과세감면 정비만으로 재벌개혁 및 복지확대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법인세율 인상이라는 정공법으로 바꾸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출처 이재명 성남시장 페이스북
출처 이재명 성남시장 페이스북

나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이 시장의 문제 제기가 옳다고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박근혜 탄핵 정국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슬그머니 종적을 감추었다.

시계추를 지난해 2016년으로 돌려보자.

2016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 인상안은 아예 올라오지 않았다. 2017년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더민주당 지도부가 정부·여당과 법인세 동결을 합의했다.

이는 말이 법인세 인상 동결이지, 법인세 인상 반대이며 포기를 뜻한다. 박근혜 탄핵 국회 표결 일주일을 앞둔 긴박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은 주목받지 못했다.

더민주당은 지난해 6월 법인세 인상을 발의했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약 22% 법인세를 25%로 올리는 법안이었다. 법인세 25%는 참여정부 당시 법인세율 원상복귀를 뜻한다.

결과적으로 더민주당은 약 6개월간 법인세 인상이라는 변죽만 울리다 당론으로 법인세 동결을 결정, 이는 사실상 법인세 인상 포기나 다름없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통과가 유력했으나, 더민주당은 이명박 정부부터 이어진 법인세 감세 정책을 증세로 돌리지 못했다.

문 전 대표는 당론을 수용. 따라서 문 전 대표는 법인세 인상은 들고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나는 누차 더민주당은 절대 법인세 인상을 못할 거라고 장담했었다. 여소야대 아니라 그보다 더 유리한 정치적 환경에서도 법인세 인상 못 한다고 말이다.

당시 나와 이 문제를 두고 대화를 나눈 어느 보수주의자가 더민주당이 법인세 인상안 발의했다고 매우 흥분했다. 사실 이 보수주의자는 정부·여당 지지자도 아닌, 진보진영이 싫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보수층 경제 이념은 감세정책이며 따라서 법인세는 계속 인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기업 투자 활발, 시장경제 활성화되고 국가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나는 그에게 장담했다.

“걱정 마라, 더민주당은 절대 법인세 인상 못 한다. 여소야대? 더민주당은 못해. 두고 봐라. 최소한 경제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새누리당과 차별이 거의 없다”

현재 박근혜 정부 동안 재정적자만 167조원이다. 이명박 98조원, 참여정부 10조원이었다. 재정적자를 줄이고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핵심 법안이 법인세 인상이다.

박근혜 정부 법인세는 22%로 법인세는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지속해서 인하했다. 참여정부 때 법인세는 25%, 이명박 22%로 대기업 감세 정책 기조가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더민주당이 이러고도 대기업 사내유보금 약 700조원 운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물론 10대 재벌이 법인세 약 70% 이상을 부담하고 있지만, 대기업 감세정책 영향으로 그만큼 사내유보금이 증가한다는 것도 사실이다. 법인세 인상은 대기업 증세를 할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인 정책이다.

더민주당은 사실상 대기업 편을 든 것이 아닌가. 재정적자 감소와 복지재정 마련은 대기업 증세부터 시작돼야 한다.

대기업이 사내유보금 700조원을 쌓아두며 감세 혜택을 받는데, 서민들에게 담뱃세 인상, 주민세 인상 등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재정적자 폭을 줄이고 복지 확대를 위해 법인세 인상이 당연히 필요하다. 그것을 이재명은 말하고 있고, 문재인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여소야대에서도 못했다는 건, 앞으로도 못한다는 뜻이다.

문 전 대표는 법인세 인상 문제에 대해 언급이 없다. 이재명 시장의 공개 질의가 아니더라도 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필요하다.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민주주의’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개념이 매우 불분명하다. 마치 이현령비현령 모든 경제 문제를 다 접목시키는 현상이 만연하다.

경제민주화라는 명칭 대신 ‘경제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경제민주화는 애매한 용어다. 정치민주주의와 경제민주주의를 동시에 이루는 것이 수준 높은 민주주의를 달성하기에 경제민주주의는 필요하다.

2012년으로 거슬러 가면, 그때 대선 주요 아젠다가 경제민주화였다. 야권에서 빅아젠다였다. 그러자 보수 세력에서도 경제민주화를 외치더니 막상 대선이 뜨거워지기 전에 모든 정당들에서 실종됐다.

자유시장경제를 앞세운 자유방임적 보수정당이 경제민주화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자유방임적 진보정당인 당시 민주통합당(전 더민주당)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것도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경제민주화는 사회적 시장경제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두 거대정당은 모두 자유방임적 정당 아니던가.

출처 더불어민주당
출처 더불어민주당

그렇다면 경제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여태까지 정치권에서는 어떤 식의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전혀 담아내지 못한 채 정치적 레토릭으로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라고 말했다.

경제 정책 방향은 반드시 구체적으로 설명되어야 하며,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저 경제민주화라는 주장만 가지고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넓은 경제정책 틀인 경제민주화에 맞춰 어떤 경제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건지 내용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다시 용두사미가 된다.

경제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최초로 제시한 인물은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을 세운 독일 사회민주당의 노동조합경제연구소 소장이었던 프리츠 나프탈리였다. 1919년 독일 바이마르공화국 제정헌법의 핵심이 바로 경제민주주의였다.

당시 독일이 1차 세계대전 패전 후 노동자와 무산자, 즉 재산이 없는 국민의 보호를 위한 경제문제를 헌법에 수용하게 되면서였다.

경제민주주의 정책의 대표적인 것이 국가 경제정책기구의 민주화, 그리고 노사관계민주화 즉, ‘노사공동결정제도’이다.

출처 서울시
출처 서울시

독일은 법으로 노사공동결정이 제도화된 국가이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 보장과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동자가 참여하는 것이 바로 노사공동결정제도이다.

독일은 회사에 종업원이 500명 이상이면 법률에 따라 노동자 경영 참여를 준수해야 한다. 대기업의 감사위원회도 노사 동수의 공동결정권을 지지한다.

경제민주화의 기본은 노동자와 무산자, 즉 재산이 없는 사람들 보호를 위한 경제 문제가 핵심이다. 그래서 독일 및 스칸디나비아 국가들 대부분 채택하는 것이 ‘노사공동결정제’이다.

독일의 경우 500인 이상 되는 기업은 반드시 경영이사회, 감독이사회를 두는 것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

감독이사회는 노동자 측, 경영자 측 반반으로 구성, 기업인수합병이나 공장폐쇄, 대규모 구조조정 등은 반드시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자가 보호받기 때문이다.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오늘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가장 민주화가 된 스웨덴·노르웨이는 반세기에 걸친 경제민주화 실천으로 세계 최고의 평등한 국가가 되었다. 스웨덴의 경제민주화 과정은 치열한 논쟁과 정치적 대립과정 속에서 만들어졌다.

경제민주화 정책 방향 중 하나인 렌-마이드너 모델의 핵심인 연대임금제(동일 임금 동일 노동)는 1951년 제안돼 시행됐고, 노사공동결정법은 1976년에 제정됐다. 또한, 연대임금제의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노동자기금 논쟁’은 약 20년 동안 자본가와 노동자의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일명 장미전쟁으로 불린다)

출처 서울시
출처 서울시

경제민주화는 지난한 과정에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가지고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하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더민주당이 김종인을 영입하면서 경제민주화의 대부, 아이콘, 구루 등등의 수식어로 추켜세우며 당장에라도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처럼 말했지만, 경제민주주의의 방향성은 구체적인 정책 틀을 제시하지 못하면 말짱 헛일이다.

과연 경제민주주의를 위해 핵심 요건인 ‘노사공동결정제’를 추진할 용의나 의지가 있는가?

경제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투쟁과 대립을 치러야 하는 넓은 경제정책이다.

내가 생각하는 경제민주주의 방향은 이렇다.

-유럽 수준의 노사공동결정제
-고소득자는 저소득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남성과 여성이 일자리에서 동등하고 공평하게 참여하고 남성과 여성이 동일 가치 노동에는 반드시 동일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동일산업 내 노동자는 동일임금 보장.
-불완전한 고용과 착취를 줄이기 위해 최저임금인상
-노동조합 가입률 제고(북유럽 국가들처럼 노동조합 가입률이 평균 70% 정도 되면 경제민주주의는 매우 쉽게 된다고 생각한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 말만 앞세우지 말고, 경제민주주의를 실천하는 방향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경제민주주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