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실력이 없어서”

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제자가 최근 자신의 도장을 만들고 첫 회원이 들어왔다며 기뻐하는 것을 보았다. 자기 운동만 해왔던 사람이 이제는 제자를 받는 선생으로 변한 것이다. 배우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다르다. 자기 도장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무도는 자기 수양에서 시작하지만, 자기 오류에 빠지기 쉬운 분야다. 아이키도(合氣道, 이른바 한국형 합기도와 구분하기 위해 이하 아이키도로 표기)를 하기 전 나는 태권도 5단(국기원), 태권도 2급 코치(체육부장관, 그 당시는 1급이 없었음), 태권도심판, 사회체육지도자(체육부장관), 격투기 전국신인왕, 격투기한국챔피언, 합기도 6단, 78년 대구무도인회 주관 합기도 챔피언전 우승 등 나름대로 최고를 자부하고 있었다.

1985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격투기 참피언 전에서 우승한 윤대현 회장
1985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격투기 참피언 전에서 우승한 윤대현 회장

격투기를 접고 아이키도로 길을 완전히 달리하면서 맞닥뜨린 첫 문제는 수련 회원의 급격한 감소로 도장의 경영난이었다. 회원이 줄어든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지만, 답이 없었다. 이전 오랜 무술경력을 갖고 있던 나는 내 실력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 당시 아무리 신입 회원이 안 들어 온다고 해도 한 달에 한두 명씩은 있었다. 그러나 회원들이 한 달도 못 넘기고 그만두는 일이 허다 했다. 그 원인을 찾지 못한 나는 인내심이 없는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도장운영이 어렵다는 나에게 고바야시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키도는 한 사람이 두 사람이 되고, 두 사람이 세 사람으로 늘어나는 아주 뛰어난 운동입니다!”라며 열심히 하라고만 하신다.

그 말씀은 사실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기술도 깊어지고 지도하는 방법도 성장하면서 오랫동안 수련하는 회원들이 늘어났다. 지금은 회원들이 없는 것에 대해서 나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실력이 없어서다!”

일본에서도 회원이 많은 도장은 오랫동안 알려진 것도 있지만, 선생들의 실력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 옛날부터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최상위에 있던 무사들의 격 있는 품성이 지도자의 자질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아이키도 회원이라면 알아야 할 단계별 기술 분류에 대해서 참고가 될만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이키도를 지도하는 기술적 분류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출처 대한합기도회
출처 대한합기도회

첫 단계는 기본단계로 보급형이다.

모든 테크닉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어렵지 않게 따라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모두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단계의 기술형식을 말한다. 수련 자체가 어렵지 않고 기술은 대체로 쉬운 편이며 재미있고 함께 즐길 수 있고 위험하지 않다. 기술의 형식적 분류는 초단에서 3단으로 나누고, 4단은 3단까지의 기술을 마스터하여 유기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단위다. 따라서 내가 가르치고 있는 도장은 1단계라고 할 수 있는 4단까지만 심사를 보고 있다. 아이키도는 기본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 단계는 눈에 잘 나타나지 않는 기술을 표현하는 고급형이다.

7단이나 8단 선생들이 보여주는 기술을 경험한 회원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며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고급형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술이기 때문에 어렵기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신기하게 보이는 점이 많아 레벨이 높아질수록 더 좋아하게 된다. 기(氣)의 조화라고 하거나, 탈력(脫力)의 기(技)라고 한다. 이때부터 4단 이상의 고단자로 들어서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정형화되어 있는 테크닉은 어린아이들이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지만 깊이 면에서 1단계를 넘어서기 어렵다. 따라서 어린이는 성인이 받는 단위(段位)와 구별된다. 4단까지는 심사를 통해서 눈에 보이는 기본의 숙련 정도에 따라 단위를 결정한다. 이 때문에 심사표 기준에 의한 기술만 숙달시키면 4단까지는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지만, 심사기준표가 없는 5단부터는 4단까지의 기본의 완전함과 함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힘, 호흡력과 같은 기술에 대한 노력이 없으면 평생 고단자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세월만 가면 받는 단증은 기술적 분류가 1단계에서 끝나는 것들이다. 타 무술에서 초단보다 못한 8단과 9단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그런 것들이다. 아이키도에서는 나이나 세월에 따라 우대받는 경로(敬老)가 없다.

국제합기도연맹(IAF)
국제합기도연맹(IAF)

세 번째 단계는 비급(祕笈)이다.

비급의 교학(敎學)은 정형화된 틀이 없다. 체력적으로는 비교가 안 되는 젊은 제자가 노(老) 스승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비급의 체득 여부에 달린 것이다. 그 비급은 선생의 직접적인 가르침에 의해서만 전달될 수 있으나, 가르쳐 준다고 해서 쉽게 터득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가르침을 통해서 자연스레 체화하는 경우가 많다. 무술 역시 돈점(頓漸)의 논쟁을 벗어날 수 없다.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1단계 정도의 레벨만으로도 충분하다. 실력도 없이 마케팅으로만 회원을 모집하는 것은 오히려 형편없는 실력을 더욱 빨리 알려 어린아이들만 있는 도장으로 만들어 버리는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회원들이 오래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대부분 지도자의 실력과 경험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현상이 많다.

지도자의 실력이 2단계로 향상되면 깊은 산속에 도장을 만들어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나아가 3단계가 되면 굳이 회원을 모집하지 않아도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줄을 설 수밖에 없게 된다.

도장 운영이 어려운 것은 위 세 단계에서 첫 단계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지도자는 단계적 레벨에 따라 실력이 높을수록 똑같은 기술을 펼쳐도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첫 단계로 만족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처음 도장을 차리고 나서 마치 더는 배울 것이 없다는 자기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지도자는 최고가 되기 위한 끝없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공인 6단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합기도신문 발행인
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