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받침대로 좋을 책]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얼마 전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100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러나 이 시대 청춘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진정한 스승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는 김난도 교수와 그의 책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서 제일 먼저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2007년 여름 90여일 동안 파업을 했던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노동자들의 얼굴이었다.

호암 교수회관 사태와 김난도 회관장

2007년 여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노동자들은 운영 주체가 직영에서 서울대 생협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하려는 것을 거부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단협의 핵심 쟁점은 노조 활동에 대한 부분이었다. 학교 측이 제시하는 새로운 단협안은 노조 활동, 노조 위원장의 활동 시간 등을 제한하는 등 기존 단협에 비해 노조 활동에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생협 이관이 확실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 활동마저 제약받는 새로운 단협안에 대해 노동자들은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회관장이었던 김난도 교수는 쟁의 중에 비조합원 대체 근무를 금한다는 단협안을 어기고 비조합원과 간부를 동원하여 회관 운영을 강행하였다. 이에 반발하여 노조 측이 부분 파업에 돌입하자 한 달도 되지 않아 김난도 교수는 일반 사업장에서 장기 파업 시에나 이뤄지는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김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정상 근무를 약속하면 직장 폐쇄를 철회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때 회관 측은 조합원들에게 각서를 쓰고 서명을 할 것을 강요하는 등 노조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 가려 하기보다는 고압적인 태도로 노조를 길들이려 했다. 이에 맞서 노조는 92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지만 결국 핵심 쟁점이었던 노조 활동 보장은 얻지 못한 채 파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파업이 끝나고 채 한 달이 되지 않았을 때, 노조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한 조합원이 내 미니홈피에 방명록을 남겼다. 방명록엔 복귀 직후 다루기 까다로운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사직 압박이 들어왔고 결국 14년 동안이나 일해 온 정든 일터를 떠나야만 했다고 적혀 있었다. 사실상의 정리 해고였다.

출처 한기연
출처 한기연

‘지성의 공간’인 대학은 14년 동안 열심히 일한 노동자들을 권고사직이라는 가장 나쁜 방식으로 쫓아냈다. 그러나 보복 징계에 두려움을 느낀 많은 조합원들이 연달아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회관 측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노사 파트너십 재정 지원 사업체 선정, 노사 화합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그때 회관 측의 압박으로 직장을 떠났던 노동자들 중에는 20대 후반의 젊은이들도 많았다. 그의 책의 한 구절을 빌리자면 ‘꽃이 피길’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갔을 그런 청춘들. 내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그의 책 제목을 볼 때마다 불편했던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청춘들의 얼굴이 떠올라서였다. 서점을 갈 때마다, 김난도 교수와 그의 책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무거운 질문이 나를 짓눌렀다. 호암교수회관의 젊은 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 역시 청춘이기에 겪어야 할 당연한 아픔이었을까.

‘위로’의 당의정을 입힌 뻔한 자기계발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렇게 조금은 띠꺼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감성적인 어투와 그럴듯한 포장지를 제외하면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기본적인 논지는 기존 자기 계발서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의 책은 젊은 시절의 좌절을 딛고 자수성가한 한 어른이 젊은이들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건네는 뻔한 조언을 조금 더 ‘예쁘게’ 다듬어서 엮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기저에는 이 시대의 청춘들이 냉혹한 경쟁 구조에 의문을 품거나 저항하는 대신 그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기를 바라는 기득권의 논리가 교묘하게 숨겨져 있다.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남들과 달리 늦게 찾아올 수 있으니 더 기다려라. “기적은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니” 더 열심히 노력해라.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도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는, 아니 원하는 것을 묻기 전에 ‘생존’ 그 자체를 위한 레이스에 먼저 등 떠밀릴 수밖에 없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결국 이 책은 ‘더 노력하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 시대의 청춘들이 냉혹한 경쟁 구조에 의문을 품거나 저항하는 대신 그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기를 바라는 기득권의 논리가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를 쓴 김난도 교수
이 시대의 청춘들이 냉혹한 경쟁 구조에 의문을 품거나 저항하는 대신 그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경쟁자들을 제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기를 바라는 기득권의 논리가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교수

김난도 교수는 지금의 청춘들이 겪는 고통을 자신이 젊은 시절 겪었던 어려움과 ‘동일시’하며 ‘공감적 태도’로 청춘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감적 태도’는 이 시대 청춘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좌절의 사회구조적 특수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인생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며 방황하고 좌절하는 청춘의 보편적인 아픔과 이 시대 젊은이들이 겪는 아픔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생존 자체에 짓눌리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인생의 방향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사치이다.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매달 나오는 학자금 대출 이자, 집세,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춘들에게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며 방황할 여유 따위는 없다. 졸업과 함께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는 이 시대 청춘들이 꿈과 목표를 고려해서 진로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가혹한 현실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공감과 위로를 가장하며 젊은이들이 겪는 좌절과 절망을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하려는 것이 이 책의 의도이다. 그러나 문제는, 안타깝게도 이런식의 가장과 ‘척’이 청춘들에게 매우 유혹적이며, 실제로 잘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100만부를 훌쩍 뛰어 넘긴 이 책은 이제 해외로까지 수출되고, 김난도 교수는 대표적인 청춘들의 ‘멘토’가 되었다.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위로와 거짓 희망의 유혹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기록적인 판매량에 대해 누군가는 “인생 멘토의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을 원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바람을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출판 마케팅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들이 명쾌한 대안이 아니라 공감과 교감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며 “마음에 와 닿는 한마디 말에 열광하는 ‘어록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왜 이 시대 청춘들의 절절한 아픔이 출판 시장의 마케팅 대상이 되었을까. 공감과 위로에 대한 절실한 바람이 값싼 위로로 소비될 수밖에 없었을까. 안타까움과 답답함에 관련 기사들을 찾아보던 중 한 댓글이 눈에 띄었다.

“젊은이들이 늙은이들에게 위로받기 시작했으니 이제 젊음은 다 끝난 거다. 젊은이들이 인생을 살기도 전에 세상에 지쳐 늙어 버린 거다.”

마음 한쪽이 저릿했다.

‘살아남는 것’ 이외의 다른 것들을 생각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으며 젊은이들을 늙은이로 만드는 지금의 현실은 청춘들에게 너무 가혹하다. 그리고 현실이 어떻든 그 현실 속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그 삶을 살아 내야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출처 tvN
출처 tvN

등록금이 아무리 비싸도 누군가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아르바이트를 해서 이자를 갚아 가며 학교를 다녀야 한다. 취업난에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지만 누군가는 전쟁 같은 취업 전선에서 열심히 스펙을 쌓으며 취업 준비를 해야 한다.

이 현실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이 현실을 거부하며 저항할 수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현실이 어떠하든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면 이 현실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얼마나 문제적인지 알아보고 저항하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나의 생존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든 이 현실 속에서 비대며 살아야 하는 누군가에게는 현실이 이렇고 구조가 저렇고 하는 답 없는 이야기보다는 지금의 어려움을 참고 살다 보면 언젠가는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거라는 달콤한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들릴 것이다. 안타깝지만 당연한 일이다.

개개인의 선택과 선택 이후의 삶의 무게에 대해 누구도 대신 책임져 주지 않기 때문에 누구도 다른 사람의 선택에 대해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현실을 몰라서가 아니라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현실 속에 매몰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지금 청춘들이 처한 상황이다.

절망스럽다면, 절망해야 할 때

김난도 교수가 호암 교수회관장으로 일할 때 했던 행동들, 그리고 청춘의 고통을 교묘하게 합리화 하는 논지의 발언과 저술을 통해 봤을 때 나는 김난도 교수는 청춘들을 위로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지하철 베스트 셀러 광고란에서 이 책과 김난로 라는 이름을 봤을 때 나는 놀라고 화가나서 가슴이 벌렁 거렸다. 내가 이정도 였는데 호암 노동자들은 어땠을까? 김난도가 청춘을 위로 하는 건, 실컷 때려 놓고, 얻어 맞아서 울고 있는 사람한테, ‘아프지? 괜찮아. 원래 아픈거야’라고 말하는 꼴이다. 정말 섬뜩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암 사태 당시 회관장으로서의 자신의 결정과 태도에 대해서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해명하지 않는 한, 나는 김난도라는 사람도, 그의 책도, 그의 트윗 멘션도 그 어떤 것도 신뢰하고 공감할 수 없다. 사람의 진정성은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

그러나 김난도에 대한 나의 판단을 떠나서, 그의 책이 이렇게 잘 팔리고, 많은 청춘들이 그를 멘토로 치켜 세우는 것을 지켜보면서는 복잡한 심정이 든다. 그가 어떤 사람이든, 진정성이 있든 없든, 그의 얘기에 위로를 얻고 도움을 받아 이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이 잘 못됐다고 이야기 할 순 없을 것 같다. 목에 핏대를 세워 현실의 모순을 고발하지 않아도 청춘들은 이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그 현실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받는 주된 인상은 ‘무기력함’과 ‘피곤’이다.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지금의 현실이 잘못되었다는 것쯤은 알지만 개인이 이런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틀 안에서 희박한 가능성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한다. 그러다 보면 피곤하고 무기력해진다.

그런 청춘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담론은 달콤한 위로가 될 수밖에 없다. 스스로 끊임없이 괜찮을 거라고, 나아질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들에게 다른 누군가, 그것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누군가가 괜찮을 거라고,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고 얘기한다면 솔깃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KBS  드라마에 나온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냄비받침으로 삼는 장면 갈무리
KBS <습지생태보고서> 드라마에 나온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냄비받침으로 삼는 장면 갈무리

한기연에서 누군가가 풀리지 않는 문제로 머리 아파할 때 우리는 일단 눈 앞에 놓인 현실, 실타래 처럼 얽힌 그 상황을 직시 할 수 있도록 도와 주려고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할 수 있는 한 함께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어려움을 겪고 고민할 때 나의 선배들이 그렇게 해주었을 때 내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듯이, 나도 후배들에게 그렇게 해주려고 노력한다. 현실이 어렵고 해답을 찾기 어렵다면 쉽게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우선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위로받으려 하기 전에 위로가 필요한 지금의 현실을 마주해야 하며, 허항된 희망과 바람에 내 삶과 미래를 걸기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직면해야 하며, 정직하게 마주한 내 앞의 현실이 절망스럽다면 충분히 절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혼자서 마주하고 감당하기 힘들어 할 때 곁에 있어주는 게 관계와 공동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관계와 공동체가 있다면 현실을 마주하는 것의 두려움도 현실을 인식한 후의 아픔과 절망도 함께 감당할 수 있으니까.

김난도 교수의 말처럼 아픔은 청춘의 한 속성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이 시대는 청춘 본연의 불안함과 막막함 이상의 감당하기 힘든 고통과 절망을 청춘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것도 모자라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후달림 막막함과 절망은 허황된 희망이나 달콤한 위로를 통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 연대와 투쟁을 통해서 해결 할 수 있다는 당위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 어떠한 방법을 취하든 어쨋든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 속지 않고, 나중에 뒤통수 맞지 말고, 후회와 아쉬움을 남기지 않고, 잘 이겨내려면 지금의 현실을 정직하게 마주해야 한다. 혼자서는 힘들지만, 여럿이 함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면서. 지금은 그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출처 한기연 새달

김서영

리얼뉴스 편집
청소년보호정책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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