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불공정입학 의심 24건 적발···입학취소는 불가

전·현직 대법관 등 고위층 자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과정에서 특혜를 봤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해 불공정 입학 소지가 있는 사례가 24건이나 발견됐다. 이 중 8건은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는데도 기재해 부정입학 소지마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곳 로스쿨 중 14곳 로스쿨의 선발과정에서 부정행위 혹은 불공정 입학 사례가 발견됐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드러난 대학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처벌도 경고나 주의 조치에 그쳤다.

교육부는 2일 이런 내용을 담은 ‘로스쿨 입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말 사법시험 존치 논란이 일면서 로스쿨 입학생들의 ‘금수저’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지난해 12월16일부터 올해 1월28일까지 전국 25개 로스쿨의 입학과정을 전수조사했다.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최근 3년간 실시된 6000여건의 입학전형을 대상으로 입학전형절차의 공정성, 전형절차 준수 등을 중점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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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친인척 드러낸 자기소개서 24건…이 중 8건은 부정행위 소지
실태조사 결과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해 부정입학 혹은 불공정 입학 소지가 있는 사례는 총 24건 발견됐다.

이 중 8건은 전형요강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는데도 기재해 부정행위 소지가 있다고 교육부는 판단했다.

특히 A대학 로스쿨에 입학한 한 학생은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00시장’이라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기록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누구나 알 수 있는 이 자기소개서는 개인식별정보를 가리지 않은 채 그대로 면접관에게 제공됐다.

25곳 로스쿨 가운데 응시원서, 자기소개서, 성적표 등 서류평가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음영 처리하는 학교는 2곳뿐이다.

나머지 7건은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자기소개서에 기재했지만 이름이나 재직 시기를 드러내지 않아 당사자를 추정할 수 없는 경우였다.

기재 금지를 고지했는데도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드러낸 자기소개서가 발견된 로스쿨은 경북대와 부산대, 인하대, 제주대, 충남대, 한양대 등 6곳이다.

교육부는 이들 사례는 부정행위 소지가 있다고 보고 대학과 학생선발 책임자에게는 경고, 로스쿨 원장에게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내년 있을 로스쿨 평가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다만 학생은 로스쿨에 계속 다닐 수 있다.

교육부는 “지원자의 부정행위 소지가 있다 해도 비례의 원칙, 신뢰 보호의 원칙, 취소 시 대학의 과실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문제점 등 법적 한계로 합격 취소는 어렵다는 것이 외부 법률자문의 공통된 결론이었다”고 밝혔다.

나머지 16건은 전형요강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록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경희대, 고려대, 동아대, 서울대, 연세대, 원광대, 이화여대 등 7곳 대학에서 이런 자기소개서가 발견됐다.

교육부는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행위로는 볼 수 없지만 입학전형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7곳 대학에는 기관 경고와 함께 로스쿨 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했다. 역시 내년 로스쿨 평가에 반영한다.

교육부는 “부모, 친인척 신상 등을 기재했다 해도 기재 금지가 고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이 정한 전형절차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법률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부모 누군지 추정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도 5건 발견…입학 취소는 안해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한 24건의 자기소개서 중에는 부모나 친인척이 누구인지 추정할 수 있는 사례도 5건 있었다.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00시장’, ‘외삼촌이 00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아버지가 법무법인 00대표’, ‘아버지가 00공단 이사장’, ‘아버지가 00지방법원장’으로 기재한 경우다.

다만 ‘아버지가 00시장’이라고 기재한 자기소개서 외에 나머지 4건은 불공정 입학 소지는 있지만 부정행위로는 볼 수 없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대학에서 사전에 기재 금지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5건 모두 법학적성시험, 학부성적, 영어, 서류, 면접 등 다양한 전형요소와 다수의 평가위원의 평가가 반영되는 관계로 자기소개서의 신상 기재와 합격과의 인과 관계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록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입학전형의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영남대와 전남대는 응시원서에 보호자의 이름과 근무처를 기재하도록 해 경고 조치를 받았다. 다음해 로스쿨 평가에도 반영한다.

해당 대학 교직원 자녀가 로스쿨에 입학한 사례는 모두 37건 확인했다. 이 중 10명은 그 대학 로스쿨 교수의 자녀였고, 나머지 27명은 다른 학과 교수의 자녀이거나 직원 자녀였다.

응시원서에 부모 이름, 근무처 기재하도록 한 로스쿨도
이번 실태조사에서 부정행위나 불공정 입학 의혹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로스쿨은 강원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아주대, 중앙대, 충북대, 한국외대 등 11곳이다.

건국대와 영남대는 부정행위 소지가 있는 자기소개서 기재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사전이 이를 금지하지 않아 시정 요구와 함께 로스쿨 원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교육부는 자기소개서에 부모 등의 이름과 직업, 직위 등 신상정보를 기재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금지에도 불구하고 기재할 때는 불합격 처리한다는 등의 조치를 전형요강에 명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 선발제도 개선 방안은 로스쿨협의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승한 기자

의학전문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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