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착각 ‘사업계획서로 펀딩’

스타트업은 무엇인가?

스타트업은 새로 설립된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을 뜻합니다. 혁신적 기술이나 기존의 수익모델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는 회사를 보통 스타트업이라고 합니다.

스타트업
스타트업

스타트업은 어떻게 펀딩 되는가?

어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경우, 일단 angel investor/seed investor를 찾아가 돈을 달라고 합니다.

“이런 이런 아이디어가 있으니 돈을 좀 투자해 주세요.”

라고 말하는 거죠.

관련 업체의 큰손이나, 아니면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도 돈이 많은 경우 (cash to burn 할 수 있는 경우)종잣돈을 대주게 됩니다. 제 경우 Michael O’Leary이라는 은퇴를 앞둔 호흡계 전문의가 첫 스타트업에 돈을 투자해 줬었습니다.

이후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추가적 펀딩을 받게 되기도 하는데, 이건 저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고, 이걸 해주는 투자 컨설팅 회사들이 따로 존재합니다.

3년 전쯤 추가펀딩을 받을까 하는 계획도 있긴 있었는데, 100만 달러(한화 10억원) 투자해줄 테니 회사 지분 50.1%를 넘기라고 하더라고요. 완전 도둑놈들!(사실은 투자금이 불만족스러웠던 건 아니고 50% 이상의 지분을 넘기면 제가 회사에서 잘릴까 봐, 실직자 될까 봐 그게 무서워서 없었던 일로 해버렸습니다.)

Angel Investor는 어떻게 찾는가?

평소 인맥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어떤 인맥을 잘 관리해야 하는가? 나보다 돈이 많은,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합니다. 친하게 지낸다면 자주 만나고 골프를 같이 치고, 이런 걸 해야 한다는 엄청난 착각을 할 수 있는데, 그건 20년 전 얘기고, 요즘은 이메일, 소셜미디어 등으로 친분을 유지하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요즘 안 바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들 바빠요.)

내가 요즘 이런 일을 하고 있다던가, 이런 재미난 기술을 발견했다던가, 아니면 요즘 내 사업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던가, 이런 내용을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할 수 있습니다.

또 그 투자가의 성향을 잘 파악해서

“오바마가 다음 달 덴버에 온다는데 가실 거예요?”

(정치에 전혀 관심 없고, 갈 생각도, 계획도 없지만), 이런 멘트를 날리는 거죠. 그 투자자가 오바마의 열렬한 지지자니까.

사업계획서는 필요한가?

잠재적 투자자가 사업계획서를 가져오라고 하면 투자를 못 받게 된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스타그램이 처음에 50만 달러라는 종잣돈을 투자 받았을 때 어떤 사업계획서 때문에 투자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스탠포드 동문회 행사에 나갔다가 Kevin Systrom(인스타그램 창립자)이 스탠포드 선배인 Marc Andreessen에게,

“내가 요즘 이런 아이디를 갖고 있는데 이런 아이디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운을 떼서 투자를 받게 된 것입니다.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사업계획서는 투자가 결정 된 후, 그냥 형식적으로 하나 작성해야 하는 문서일 뿐 입니다.

스타트업하면 모두 억만장자가 될 수 있나?

스타트업이 성공하는 비율은 10%도 안 됩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회사들, 투자자들은 10% 룰이 있습니다. 1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1개라도 성공하면 투자를 매우 잘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그럼 투자회사들은 손해 보는 거 아닌가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 한 개의 스타트업에서 회수되는 이익이 나머지 9개의 스타트업에서 손해 본 금액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스타트업 시작해서 직원들 월급 주고 밥 먹고 살 수 있으면 성공한 겁니다. 제 기준에서는 그렇습니다.

인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마지막으로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평소에 행동, 처신을 잘하라는 것입니다. 돈 필요할 때, 그때 찾아가서 친한 척하고 이러면 그거 좋아할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상대가 어떤 부탁을 하기 전, 평소 내가 먼저 나서서 그분의 아쉬운 점을 해소해 드리는 현명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인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인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어제도 이메일로 연락해주신 Mark라는 사업가 한 분은 시카고에서 부동산으로 엄청나게 큰돈을 벌었다가, 콜로라도로 이주하셔서 한번 망하신 분입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가 닥쳐오며 당시 투자했던 콜로라도 부동산이 폭락해서, 대략 1억 달러(한화로 1000억원 이상)을 날리신 분입니다. 다 망하고 시작하신 사업이 에너지 음료였는데, 이 에너지 음료 회사가 지난해까지 바로 저희 옆 사무실이었습니다.

이분 회사하고는 저희도 같은 빌딩에서 같은 시기에 쫓겨난 인연도 있습니다.(다른 스타트업 회사 하나가 Shark Tank 라는 스타트업 TV 쇼에 나가서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받게 되는 바람에 건물 전체를 쓰겠다고 해서 건물주가 우리한테 임대계약을 연장 안 해줬거든요.)

바로 옆 사무실이었으니 평소에 간단한 대화도 나누고 사업 조언도 구하고 그런 사이였는데, 이 Mark라는 분의 문제는, 비효율적인 직원들이었습니다.

에너지 음료 사업이 전국적으로 유통될 정도로 크게 성공해서 돈은 많이 벌고 계시지만, 제품 홍보물이라던가, 웹사이트 관리가 완전 개판인 겁니다.

제품디자인이나 홍보물도 정말 디자이너가 일하기 싫어서 대충 찍 그려낸 게 눈에 보이고(물론 일반인은 모르겠지만, 그래픽 디자인하는 사람은 다 알거든요. 저 작업물이 얼마나 성의 없이 작업한건지.)

웹사이트는 완전 총체적 난국이고. (워드프레스 테마 하나 사다가 달아 놓고 사이트에 에러가 나도 이걸 고칠 줄도 모르는 직원을 고용해서 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회사 디자이너를 불러다 일을 다시 시키고, 제가 직접 홍보물 디자인을 해드리기도 하고, 웹사이트도 코딩도 할 줄 모르는 직원 제가 자르라고 하고, 제가 사이트 손을 봐 드리기도 하고, 그 후에 제대로 코딩할 줄 아는, 최소 사이트 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직원을 다시 들였습니다.

솔직히 이런 일에 큰 시간이 투자되는 건 아니잖아요. 기술자 입장에서 그렇게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런 작은 일들을 도와드림으로써 저는 Mark라는 분의 무한한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비개발자에게 이런 일들은 절대 간단하게 여겨지는 일들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지난해 가을 제가 스타벅스에서 만나 저의 새로운 사업계획을 말씀드렸을 때 Mark란 분의 대답은

“얼마면 되니?”

였습니다. 흔쾌하게 저의 새로운 사업에 얼마든지 돈을 투자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조건이 있었습니다. 지금 저의 파트너와는 같이 일을 하고 싶지 않으니, 제가 제 파트너와 일단 결별을 하고, 저하고만 함께 이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아직도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이 새로운 사업 진행을 하지 못하고 있기는 한데, (저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나에게 고맙게 해줬던 파트너 배신때리는건 좀 아니죠.)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인맥은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맥은 평소에 내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 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쳇. Matthew 님은 원래 변호사였으니까 투자받기도 쉽고 인맥구축도 쉬운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서 알고 계시는지는 확실히 모르지만, Mark라는 분에게 제 입으로 제가 원래 변호사였다는 말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변호사였었기에 저를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빌딩에 있으면서 제가 평소에 해온 행동을 보시고 저를 신뢰하신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제가 변호사로 일했었다는 걸 아시면 오히려 저를 덜 신뢰하실걸요?

스타트업의 현실은?

암튼 저는 제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전, 스타트업이 얼마나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일인지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엄청난 대박을 노리기 보다는(그럴 실력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안정적이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대신에 밥이나 겨우 먹고 사는 스타트업인거죠)을 계획했습니다.(안전빵이라고도 하죠) 그래서 지금 밥은 그럭저럭 먹고 사는 처지입니다.

대다수의 스타트업들도 우리 회사와 같은 신세입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크게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로또 당첨될 확률만큼 그 가능성이 매주 낮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실제 스타트업 모습
실제 스타트업 모습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폼나지도 않습니다. Buffer라고 주류언론에도 소개되고 직원이 거의 100명인가 되는, 겉으로 보면 꽤 성공한듯한 스타트업이 하나 있어요.

제공하는 서비스는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글을 한데 모아서 글을 더 편하게 올릴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입니다. 이런 스타트업이라도 하나 하고 있으면 폼도나고 멋있고 꽤 성공한 것 같죠?

그런데 이 회사 창업자 두 명은 제가 제 회사에서 가져가는 돈보다도 더 적은 돈을 받아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멋있어 보일 수 있는데, 또 멋있어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남자들 가오 잡는거. 그래서 외부적으로는 멋있게 보이고 싶은 욕망 같은 게 있습니다. 허세라고도 하나요?)이게 스타트업의 현실이랍니다.

저 Buffer 창업자들은 그냥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으면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개발자·프로그래머들입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고 창업을 결정했는가? 로또 같은 희망이 있으니까요. 그냥 평범한 개발자로, 프로그래머로 인생을 끝내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결론: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은 한마디로 꿈을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언젠가는 로또에 당첨될 거야’같은 그런 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