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전통무예 말살’은 무술인의 집단 착각

[독자기고] 한병철 경기대 교수

무술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공통으로 한가지 집단 착각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한국 전통무예가 말살되었다는 얘기다. 일본이 전통무예를 말살하지 않았다면, 많은 무예가 남아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들 하고 있다.

‘민족문화 말살정책이 있지 않았냐’면서, 그래서 없어졌다는 논리다.

그런데 말입니다.

출처 SBS
출처 SBS

한국 무예가 탄압받거나 말살된 적이 없거든요. 일본제국이 무술 따위를 겁내서 정부 차원의 탄압을 한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안 했단 말이지요.

당시 세계최대 전함인 야마토와 무사시를 기동했고, 잠수함과 제로센 전투기를 띄웠던 일본이, 뭐가 부족해서 한국 전통무예를 겁냈겠습니까.

20세기 1·2차 세계대전 시기에는 이미 무술이 전쟁이나 전투에서의 효용성을 상실한 이후였습니다.

실제로 무예를 탄압한 사실이 없어요. 한국 전통무예는 그때나 지금이나 국궁, 택견, 씨름 이외에는 없었고요.

오죽하면 대종교 신자 90%가 넘었던 만주 독립군 사회에서도 일본의 검도와 유도, 철봉을 훈련했겠습니까.

일본이 만약 전통무예를 탄압했다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왜 한국의 국궁 활터 300여개가 온전히 살아남았겠습니까?

국궁 성지 황학정
국궁 성지 황학정

옛날 노인들에게 일일이 인터뷰해 보았지만, 일본 순사가 활터 와서 탄압하거나 운동 못 하게 하거나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준 적은 없다고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것은 경계했지만, 무술 그 자체를 못하게 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 모이는걸 싫어하는 것은 지금 현 정권도 마찬가지지요.

일본이 싫다는 건 알지만, 모든 모순과 책임을 일제강점기에 밀어 뽕하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닙니다. 할 말 없으면 ‘일본을 공격한다~’는 것입니까.

‘일본이 전통무예를 말살했다’며, 그 옛날 무예의 흔적을 찾으러 다니는 것은 인생의 낭비이자 삽질입니다. 중국에 무술이 많을 것 같지만, 족보를 따져보면 사실 20여 가지도 안됩니다.

그런데 이 코딱지만 한 나라에 택견이 보존되고 있고,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국궁 활터가 300여개나 됩니다. 또한 씨름이 프로까지 생겼고, 6.25 이후에 태권도가 만들어져서 전 세계에 수천만명의 수련자를 키워 올림픽까지 들어가게 된 것은 정말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이 정도면 대단한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