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대연정, 무엇이 문제인가?

이 글은 어쩌면 안희정 지사에게 하는 마지막 충고일지 모르겠습니다.

1.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 발언은 분명히 잘못되었습니다.

이틀 후 나온 그의 해명도 틀렸습니다. 그가 연정과 협치의 의미를 몰랐을 리 만무합니다.

100석에 근접하는 실제하는 정당이며, 10%건, 20%건 국민의 지지가 분명히 있는 정치세력으로서 정권교체 후 새누리를 완전배제한 정치를 한다는데 저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화하고 협상하고, 필요하다면 파트너로 인정도 해야죠. 아예 뺏지를 전부 떼어 내 버릴 게 아니라면요.

물론 그들을 여전히 지지하고 있는 국민의 목소리도 귀담아들어야죠. 대의민주주의 정치에서 이건 상식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기본적인 상식의 행위를 협치라 부르지는 않습니다.

연정은 더더욱 아닙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2. 연정은 정당이 지지율이나, 의석수가 부족해 자력으로 선거승리나 정국운영이 힘들 때, 총리, 장관 등의 행정권력을 타당과 나누어서 국가를 공동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므로 연정은 필연적으로 상황 논리에 따라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치 행위는 국민통합과 같은 담론적 의제와도 완전히 다른 성격입니다.

연정하는 서구 선진국들에서 선거 때마다 자주 연정파트너가 바뀌는 것은 이런 상황 논리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후보는 연정이 필요하다, 필요없다와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이번” 선거에서, 혹은 이번 선거가 승리한다면 “누구”와 연정하겠다고 밝히면 됩니다.

새누리와도 가능하다거나, 협치의 의미라는 원론적 이야기는 정치학 강의에서 하면 됩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사진 왼쪽)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사진 왼쪽)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3.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대연정제안을 합니다. 총리 및 각료조각권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은 두 가지 상황 논리를 봐야 합니다.

첫째, 그해 4.30재보선의 완패로 여대야소의 의회 지형이 허물어집니다. 더불어 2003년 취임 직후 60%에 근접하던 대통령의 지지율은 20% 내외로 급전직하합니다.

조중동의 집요한 공세 때문이라는 변명은 종편도 없던 시절에 공중파를 장악한 정권이 말하기엔 좀 구차한 변명입니다.

대북송금 특검으로 호남과 진보지식인이 돌아서고, 4대 악법 투쟁의 전략적 실패, 양극화의 심화와 부동산정책의 실패 등으로 실제 민심이반이 심각했는데, 남은 임기는 여전히 3년이라 어떤 돌파구가 필요했을 거라 봅니다.

둘째, 거기에 대통령의 숙명 같은 지역구도 타파 의지가 있었습니다. 선거제도의 재편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판단할 근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상황에 따르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물론 그조차도 대연정을 거부한 한나라당뿐 아니라 야권 내부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에 제가 따르던 김부겸 의원은 노무현의 상황과 의도에 동의했지만, 중앙당직을 하고 있던 저는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녔으니까요.

한참 돈 들어가기 시작하는 아이 둘 때문에 선뜻 실행하지는 못했지만, 대연정제안의 실망과 반발은 그렇게 컸습니다.

4. 2005년과 오늘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 매우 다릅니다.

우선 그때는 박근혜씨가 단지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전직 대통령을 아버지로 둔 야당의 대표였을 뿐이고, 지금은 5년간 여당의 대표정치인과 4년의 대통령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적폐를 극렬하게 심화시킨 가장 핵심적인 주역으로 탄핵이 되어 있는 처지라는 겁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새누리당은 박근혜씨가 중심인 정당입니다. 그러나 죄를 짓기 전과 죄를 지은 후라는 극명한 상황의 차이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출처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출처 청와대)

두 번째는 현재 국회의 의석분포는 새누리를 제외하더라도 개헌이 가능한 200석이 넘습니다.

박근혜 통치 기간 크게 원죄가 없고, 별로 다를 바도 없었던 야 3당(민주·국민·정의)의 의석수 합은 170석으로 연정요건으로 무난합니다. 3당의 지지율 총합은 무려 60%에 근접합니다.

개헌과 대통령 탄핵만 아니라면 야 3당의 연정만으로도 못할 일이 없습니다.

정 국민적 총화와 70% 이상의 지지가 필요할 때나 개헌을 해야 할 때는 그래도 탄핵에 동의한 바른당과 좀 협조하면 됩니다.

그래서 연정이건, 협치건 최대 선이 이 범위 내에서여야 합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을 100% 통합하는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니까요.

안희정 지사는 노무현의 대연정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노무현 대통령께서 살아 돌아오시더라도 이 상황에서 새누리와의 연정은 언급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나는 안희정 지사의 근래 발언들에 대하여 소위 친노라는 분들 중 상당수가 좀 너그러운 것에 대해 이해합니다.

원래 사고를 치고 와도 내 새끼는 왜 사고를 치게 되었는지 그 이유부터 따지게 되고, 남의 새끼는 불문곡직 사고의 크기부터 따지는 게 인지상정이니까요.

그러나 계몽과 약속을 혼동하는 이런 발언들을 계속 편들어주거나 외면하면 안 됩니다. 어떤 이유가 있다고 구구절절 변명해주는 것도 구차합니다.

보수 쪽 표를 확장하자는 전략이라도, 구태여 새누리까지 언급하는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진짜로 하지도 않을 거면서, 그렇게 할 수도 있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은 그냥 훈장질에 불과합니다.

좋은 정당 주의자이면서, 포용과 상호인정의 좋은 자세를 가지고 있는, 비주얼 좋은 젊은 지도자가, “케네디 신드롬”의 지지자들조차 당혹스럽게 만드는 어설픈 미몽과 강박관념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길 진심으로 부탁합니다.

김환근

열린우리당 조직기획국장
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전략기획실장
khg331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