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가 바쁜 조직은 곧 망한다

일벌레 리더가 조직을 죽인다.

반기문 전 총장이 휴일도 없이, 가족과도 시간을 보내지 못할 만큼 바쁘게 일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71차 유엔총회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
2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71차 유엔총회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다.

이 말을 듣고 좀 충격을 받았다. 윤병세 현 외교부 장관도 그런 스타일이다. 이런 리더는 조직을 병들게 한다.

공무원도 사람이다. 쉴 때 쉬어야 창의력을 발휘한다.

일주일에 5일 딸들과 저녁 식사를 하겠다는 미국 대통령의 말을 듣고 많은 공무원이 부러웠을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못할까? 케케묵은 권위주의의 유령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처음 정부에 들어갔을 때 놀랐다. 누구든지 야근을 당연시 했다.

물론 젊은 공무원들은 불만이 많았다. 나이든 국장이 자기 방에서 TV 연속극을 보는데, 왜 밑에 직원들은 퇴근을 못 하는지 이해하겠는가?

당시 나는 장관보좌관으로서 장관에게 건의했다. 불필요한 야근을 금지하자고. 그래서 조사를 했다.

신의 직장 '구글'의 복리후생
신의 직장 ‘구글’의 복리후생

정말 일이 많은 부서는 인력을 재배치하고, 야근할 때는 반드시 사유서를 제출하라고. 이유가 불분명한 야근을 한 부서장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직원들과 젊은 직원들이 정말 좋아했다.

그리고 장관이 너무 일찍 출근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가능하면 출근 시간에 맞추어 출근하도록 했다.

휴가도 마찬가지다. 일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여름휴가를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강력하게 주장했다. 장관이 휴가를 가야 국장도 갈 것이고, 그래야 밑에 직원들도 휴가를 갈 수 있다고. 할 수 없이 휴가를 간 것으로 하고, 밖에서 회의하고, 정 안되면 중간에 잠깐잠깐 나오는 것으로 했다.

물론 오래된 조직문화를 그렇게 쉽게 깨뜨리지는 못했다. 공무원 문화를 바꾸는 것은 그야말로 조직문화를 개혁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만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마을 노래를 불러서인지 확실히 케케묵은 과거의 낡은 습관으로 돌아간 듯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리더가 바쁜 조직은 곧 망한다.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증거이고,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런 조직은 늘 엉뚱한 곳으로 가기 쉽고, 위기 대응에 허약하다.

리더는 리더대로 할 일이 따로 있다. 피가 온몸에 순환하도록 조직의 동맹 경화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더 중요한 것은 앞날을 준비해야 한다.

장관이 사무관처럼 일하는 조직은 피곤만 하지, 성과를 내기 어렵다. 현재 윤병세의 외교부처럼 말이다. (윤병세는 여러 비판을 받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나쁜 일은 외교부라는 조직을 망가뜨린 것이다)

왜 야근을 하는가?

늘 무능한 리더는 소모적인 회의로 시간을 낭비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직원들 잔뜩 모아놓고, 그 자리에서 쥐어짜다가, 오전 내내 붙잡아 놓고는,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고 내일 또 회의하자고 한다.

안되는 조직일수록 회의를 많이 한다
안되는 조직일수록 회의를 많이 한다

야근을 안 할 수 없다.

이런 리더는 그야말로 조직파괴자, 조직의 암 덩어리다.

반기문 총장처럼 얘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알고 보면 창피한 얘기다. 이런 리더를 자전거라 부른다. 밑에 직원들 쥐어짜서 자기가 출세하는 사람들.

그들이 지나간 조직은 골병이 들어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직도 새마을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리더가 있는 조직은 곧 망할 가능성이 높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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