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가 다른 무술과 다른 점···‘비폭력·비경쟁’

무도의 가치는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덧없는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무도는 야수 같은 힘이 득세하거나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하는 것만이 최고의 목적이 되는 경쟁적이고 투쟁적인 것에서 찾는 것이 아닙니다.

창시자는 합기도를 폭력이 아닌 조화를 가져다주는 무도의 철학적 형태로서 이해되기를 바랐습니다. 합기도는 비폭력적이며 비경쟁을 이야기 합니다. 또한 합기도는 일본의 전통 무술에서 출발한 유술(柔術) 중에서 가장 부드럽습니다.

고대 무술에서 출발한 검도나 유도, 공수도는 경쟁적인 시합을 강조하면서 경기에 중점을 두고 스포츠계에 진출했습니다. 이러한 방향과 시도는 역사적인 사실로 볼 때 그 무술의 존립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55회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55회 전일본검도선수권대회

과학과 물질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한 현대에 와서도 인간은 정신의 황폐화와 함께 인간성이 더욱 상실되어가는 불안전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비록 짧은 만족이지만 승리와 정복의 쾌감을 추구하는 유혹은 사람들을 전투적인 스포츠로 몰리게 하였고 그것은 많은 참가자와 관중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젊은 사람들이 그 세계에서 최고를 결정하는 시합으로 인해서 무술에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긍정적인 현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수양적인 측면에서 무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부족한 국가에서는 시합이 없는 합기도의 존립은 거의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다수의 한국인은 파트너를 가상의 적으로 여기고 싸워서 이기는 것이 무술이라는 생각이 정착돼 버렸습니다. 그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는 합기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초창기 지도자들이 평화의 무술인 합기도를 호전적인 타 무술과 별반 다르지 않은 형태로 바꿔버렸습니다.

비폭력 운동인 합기도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폭력적일 수밖에 없는 타 무술의 시합 형태를 따라 하게 되므로 합기도는 유사 격투기가 되어 버립니다. 타 무술과 달리 상대적으로 부상(상해)을 입히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는 합기도 기술의 특성상 안전하게 관절을 제압하거나 던지는 기술들이 좀 더 쉽게 승부를 가리고자 하는 시합에서는 오히려 방해되는 것입니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합기도 연무를 처음 본 이들은 하나같이 ‘미리 짜고 하는 거야!’, ‘실전에 쓸모가 없어!’라고 말합니다. 무술과 승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누가 제일 강한지 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그런 반응은 당연합니다.

2013년 러시아에서 열린 월드컴뱃게임즈에서 2인 상대 연무를 보이고 있는 중앙도장장 윤준환 4단
2013년 러시아에서 열린 월드컴뱃게임즈에서 2인 상대 연무를 보이고 있는 중앙도장장 윤준환 4단

지구에 거의 모든 무술이 경쟁적인 스포츠 형태를 취하고 있을 때 대조적으로 합기도는 경쟁적인 스포츠가 되기를 거부했고 체급 구분과 승수(勝數)에 기반을 둔 순위와 챔피언 제도를 포함한 모든 시합과 대회를 거부했습니다.

다수의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무술에 대한 고정관념에 편승해서 시합을 개최하고 있을 때도 합기도는 그러한 순위제도를 거부했고 무도 본래의 목적인 심신(心身)의 수양과 육성을 고집스럽게 지켰습니다.

합기도의 목표는 엄격한 정신적, 육체적 수련을 통하여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이상적인 인간을 형성하는 것과 역동적이면서도 고요한 동적인 삶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합기도는 비폭력, 비경쟁의 철학에 기초한 궁극적 승리로 이끄는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한 사람에게 내재해있는 공격적, 전투적, 파괴적 본능을 순화시키고 그것들을 창조적인 사랑의 힘으로 인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합기도 창시자인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은 ‘합기도는 사랑이다’라고 했습니다.

합기도(Aikido)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합기도(Aikido)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합기도가 합기도 다울 수 있는 것은 무도의 고결함을 잊어버리지 않은 창시자의 이상과 합기도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자기 정체성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합기도의 기본적인 철학과 이상이 창시자 우에시바 모리헤이 선생이 처음 주창한 그대로 보존되지 않는다면 합기도는 그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대다수 사람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는 합기도 창시자의 천재성과 확고한 신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공인 6단
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