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의 ‘재정 지출 확대’ 옹호는 반쪽자리 논리

정부 부채와 재정 건전성.

조금 딱딱해서 재미는 없는 얘기다.

<시사인> 이종태 기자가 재정 건전성에 천착할 이유가 없다는 기사를 냈다. 정세은 교수(충남대 경제학과)의 기고도 같이 실렸다. 정 교수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집착’ 비판은 전에도 봐왔던 터다.

관련 기사 <시사인> ‘나라 빚’에 대한 착각이 재정정책 망친다(정세은) / 무모한 긴축보다 영리한 확대를!(이종태)

놀라는 분들도 있겠지만, 한국의 정부 부채 지표, 재정 건전성 지표는 매우 양호하다.

그래서 정부의 빚을 늘려 복지 투자를 한다든지 해서 소득이나 소비 등을 진작해야 한다는 시각은 타당한 면이 있다. 유종일 교수(KDI국제정책대학원)도 오래전부터 이런 얘길 해왔다.

그러나 재정 적자, 정부 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두 개의 도표를 예시한다.

도표들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알록달록한 다이아몬드 색깔의 나라들은 간단히 말해서 주관적 삶의 질 지표가 가장 앞서 있는 12개국이다.

앞선 필자의 글 <한국에 드리워진 ‘악의 평범성’>을 본 이들은 대략 아는 내용일 것이다.

관련 기사 한국에 드리워진 ‘악의 평범성’ 1한국에 드리워진 ‘악의 평범성’ 2

<도표 37>에서 파란 세로 선은 삶의 질 최전방 선진국 중에서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에 기준으로 한다. 삶의 질이 우수한 나라들은 정부 부채가 더 적음을 볼 수 있다.

도표 37 정부 부채, 총세금 대비 복지, 삶의 질 평가

참고로 한국의 세금 대비 복지 비율은 최근 년도 기준으로는 40%를 상회한다. 그래도 매우 낮지만, 그것은 무엇보다 한국의 세금 총량이 매우 적기 때문이지 누구 말마따나 도둑놈이 많아서가 아니다.

<도표 38>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세금 대비 복지 비율과 정부 부채가 동시에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도표 38 정부 부채, 총세금 대비 복지 변동폭, 삶의 질 평가

도표에 잘 나왔듯이 삶의 질 최전방 선진국들은 정부 부채의 증가 폭이 여타 국가들보다 작다. 노르웨이·스웨덴·스위스·이스라엘은 세계금융위기 때 아예 정부 부채를 감소시켜 버렸다.

아이슬란드는 금융 버블 이후 국가부도사태를 맞이했던 나라이고, 삶의 질 선진국 중에서 정부 부채 증가 폭이 이례적으로 매우 높다. 하지만 <도표 37>에 나왔듯이 부채의 총규모는 아직 삶의 질 선진국에 속해있다.

출처 KBS 세계는 지금

아이슬란드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필요할 땐 재정 적자를 과감하게 감수하고 정부 지출을 늘려도 좋다. 90년대 초에 쓰나미급 경제난을 겪었던 스웨덴과 핀란드도 정부 부채가 급증했지만, 복지 수준을 너무 떨어뜨리지 않았다. 이것이 결국 소득과 생활의 안정을 가져와 위기 극복에도 도움이 됐다.

정부의 빚을 늘려 복지 투자든 인프라 투자든 감행하는 일, 한국에서 할 만하다.

단 두 가지만 명심하자.

첫째, 재정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무조건 문제 있다 치부해서는 안 된다.

둘째, 한국의 근본적 문제 중 하나는 세금의 양 자체가 너무나 적다는 것이다. 정부 지출의 증대는 세금의 양을 전 사회구성원에 걸쳐 고르게 증대시켜 이뤄내야 한다. 재정 적자를 통한 정부 지출 증대는 어디까지나 임시변통이며 고육지책이다.

장제우

균형사회연구센터 CNSB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