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개혁 없는 ‘공무원 81만 채용’은 공염불

유력 대선후보 더민주 문재인 후보의  ‘공무원+공공부문 81만 채용’ 공약의 문제점을 5회에 걸쳐 게재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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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문재인의 ‘공무원 81만 채용’ 어찌해야 하나?

2. 사회복지 공무원 수가 왜 부족한가?

문재인은 사회복지 공무원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복지 공무원 수는 인구 1000명당 12명인데, 한국은 0.4명이란다.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늘리기만 해도, 사회복지공무원 25만명을 늘릴 수 있단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2014년)은 한국 10.4%, OECD 평균 21.0%다. 좀 무식하게 계산하면 사회복지 공무원이 OECD 평균의 절반(10.4/21.0)은 되어야 한다.

공공부문 고용이 한국 7.6%, OECD 평균이 21%라면 사회복지공무원도 대충 1/3(7.6/21)쯤은 될 것이다.

그런데 왜 1/30(0.4/12)에 불과할까?

그것도 ICT 기술과 전자정부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사람이 하던 일을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체하여 엄청나게 많은 인력을 사회복지부문으로 배치전환할 수 있을 것 같은 IT 강국에서!

그것은 사회복지부문 공무원이 적은 이유도, 공공부문 종사자가 적은 이유도 정부(공무원)나 공공기관이 할 일을 민간복지기관(종사자)가 하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에서 운영비와 인건비가 나가는 민간 어린이집과 사립중고등학교 교원이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겠지만, 방과 후 교사, 예체능 교사, 급식조리원, 학교사회복지사, 사서,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보조인, 아이 돌보미, 간병인 등 다양한 돌봄노동 종사자들도 있다.

이들은 유럽 같으면 당연히 공공부문 종사자(정규직)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공공부문 정규직의 임금은 너무 높고, 고용은 너무 경직되어 있다 보니 직접고용을 할 수가 없어서 민간고용으로 밀어내 버렸다.

단적으로 유럽 같으면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고로 숨진 김군이 다니던 은성PSD는 공기업인 서울메트로의 한 부서로 존재했을 것이다. 당연히 김군도 공공부문 정규직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울메트로의 고용임금이 너무 높고, 안정적이고, 근로 윤리까지 저렴하다 보니(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업무를 기존의 조직과 인력이 수행하기를 꺼리니),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 관리 업무가 민간업체로 외주하청화한 것이다.

출처 SBS

그런데 이런 기업들을 서울메트로 퇴직자들이 장악하다 보니, 실제 업무를 하는 김군 같은 청년들은 너무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지극히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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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공부문의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민간과 별 차이가 없는 유럽이라면 당연히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임직원 형태로 존재해야 할 무수히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는 민간부문 종사자로 되어있다.

이게 한국의 공공부문 고용과 사회복지공무원이 터무니없게 적게 나오는 이유다.

사회복지 공무원이 OECD 평균의 1/30에 불과한 또 하나의 이유는 공무원 인력 운용의 지독한 경직성이다. 이건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비슷한 일본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알 것이다.

3.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이미 민간에 있는 일자리다

요컨대 문재인이 새로이 창출하겠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의 대부분은 이미 민간부문에 존재하는 일자리다.

공공부문의 고용임금이 너무 높고 경직적이어서, 저임금에 불안정한 민간부문 일자리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81만개의 대부분은 새로이 창출할 일자리가 아니라, 신분이 민간부문에서 공공부문으로 바뀌는 일자리다.

공무원 연금 개혁에 저항하는 전공노(출처 SBS)

물론 신분이 바뀌는 당사자는 임금도 오르고 고용도 안정되어 팔자를 고칠 것이다. 당연히 기존 공공부문 종사자의 기득권을 손대지 않으면, 다른 데 사용하던 예산을 인건비로 전용하거나, 세금을 올려야 할 것이다.

물론 업무 성격상 민간으로 외주하청화가 곤란한 소방, 경찰, 국공립학교 교사 등은 인력 충원이 필요한 곳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배치전환으로 해소할 여지가 많다.

단적으로 교사의 경우, 농어촌이나 중소도시에서 학력 아동의 급감, 농촌 공동화, 도심 슬럼화 등으로 인해 학생 수가 적어서 폐교 위기에 몰린 학교가 수천개는 된다.

교사 1인당 평균 학생 수는 이미 선진국 수준이고, 농촌, 구도심 등에서는 1인당 10명 이하짜리 학교도 부지기수다.

그래도 교육의 질이 좋아졌다는 소리는 없다.

그런 점에서 참여정부 이래 교육 선진화의 핵심 지표인 교사 1인당 학생 수의 선진국 수준으로 감축은 교육 공급자 집단의 사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socialdesign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