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 vs. OPEC 치킨게임, 그 승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나머지 산유국들은 OPEC이란 카르텔을 만들어서 전 세계 원유가격을 통제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70년대 두 차례 오일쇼크로 전 세계 경제가 엄청나게 흔들리기도 했고, 산유 국가들은 엄청난 경제이익을 취해오고 있었습니다.

이런 OPEC의 시장지배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시점은 천조국(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셰일오일을 개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입니다.

급기야 2014년부터 미국이 사우디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 국가로 올라서면서 OPEC은 전 세계 원유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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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매우 근소하게 2016년 다시 사우디가 최대 산유국의 자리를 되찾긴 했었는데 올해에는 다시 천조국이 최대산유국으로 올라설 전망입니다.

천조국 vs OPEC

사우디나 다른 중동 산유 국가들은 방만한 국가운영으로 인해 적자운영을 면하려면 원유가격이 배럴당 미화 80달러에서 100달러에 형성되어야 하는데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으로 이 가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이에 사우디는 미국 셰일생산회사들을 고사시키기로 결정합니다.

원유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서 원유가격을 폭락시키고, 비교적 채산성이 낮은 미국 셰일오일 생산기반을 모두 붕괴시켜버리겠다는 작전이었던 것입니다.

WTI & Brent Oil Price Movement Over The Last 18 Months

미국의 셰일오일 유전들은 원유가격이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이윤을 낼 수가 없으니 원유가격을 그 이하로 낮추고 유지하면 미국 셰일오일 유전들은 모두 말라죽을 거라는 게 사우디의 계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우디의 계산대로 미국 셰일오일 유전들의 생산량이 적어지면서 사우디의 전략은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웬걸, 낮은 원유가격이 유지되고 있는데도 다시 미국 셰일오일 유전들의 생산량이 많아지는 것입니다.

원유가격이 낮아지자 미국 셰일오일 회사들은 좀더 효율적이고 향상된 기술개발에 힘을 썼고 각 유전의 채산성을 높이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Bakken 셰일 유전의 경우 2014년에는 평균적으로 원유가격이 59달러가 넘어야 수익이 발생할 수 있었는데 2016년 말에 와서는 이 손익분기점이 23달러대로 낮아졌습니다.

미국 셰일오일 손익분기점

사우디가 계산하지 못한 부분은 미국의 셰일 유전 중, 어떤 유전은 이란이나 이라크 수준의 채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유가격이 낮아질 때마다 채산성이 낮은 유전부터 점차 잠정 생산을 중단하고, 채산성이 높은 유전만 가동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것 입니다.

결국 사우디의 천조국 셰일 유전 말려 죽이기 작전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을 더욱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반대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니체가 처음 했던 말로 알려져 있는데, 의학적으로는 박테리아를 박멸하려면 확실하게 박멸해야지, 안 그러면 살아남은 박테리아가 슈퍼박테리아로 더 강력해진다, 대략 이런 뜻입니다.

2016년 말, 사우디는 결국 작전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OPEC 국가들의 원유생산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셰일오일업체들을 모두 고사시킨 다음에 국제 원유가를 배럴당 최소 150달러 이상으로 올려놓겠다던 사우디의 원대한 계획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사라졌습니다.

이런 치킨게임의 패자가 치러야 하는 대가는 참혹합니다.

사우디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며, 중동 산유 국가들은 엄청난 경제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습니다. 중동 산유 국가들의 재정이 취약해지는 바람에 정치적인 불안정까지 가중되며 중동은 더욱더 혼란 속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OPEC 국가 중, 재정상태가 원래부터 취약했던 베네수엘라, 나이제리아 같은 국가들은 엄청난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정부가 파산상태가 되어버려 생필품도 제대로 구할 수 없는 거의 무정부 상태라서, 서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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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는 육참골단(肉斬骨斷), 살을 내주고 뼈를 끊으려 했지만, 오히려 내 뼈가 끊어지고, 상대는 더 강해진 것입니다.

사우디가 무리하게 욕심을 부린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 국가들은 폭발적인 인구증가로 향후 30년 이내 에너지 수출국이 아닌 에너지 수입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사막에 두바이 같은 대형도시를 건설하고 인구수는 늘어나면서 에너지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데다가, 식량 역시 원유를 팔아서 그 돈으로 수입해와야 하는데, 퍼낼 수 있는 원유가 고갈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정말 생지옥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또 퍼마실 수 있는 지하수도 벌써 다 퍼마신 관계로 이제는 바닷물을 식수로 써야 하는데, 이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소비량도 어마어마해서 더욱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합니다. (사우디 같은 경우, 더는 원유 생산량이 늘어날 수 없는, 앞으로 생산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는 Peak oil 시점이 도달했다고 합니다)

이런 미래를 대비해서 돈을 지금부터 좀 모아놓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천조국의 셰일오일 때문에 오히려 OPEC 국가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으니 이 셰일오일을 제거하려 한 것입니다.

사실 중동에 ISIS 같은 테러단체의 출현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스터 섬의 자원이 고갈되어가며 탈출구가 없어진 섬사람들이 (배라도 만들어서 이스터 섬에서 탈출을 하던가 바다에서 낚시라도 해서 생존해야 했는데, 배 한 척 만들 나무 한 그루도 남지 않아버렸거든요) 서로 비참하게 죽이고 죽이며 멸망했듯, 중동에서도 이제 그 과정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에너지원 개발에 실패한다면 중동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도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원유가 고갈되면 최대 식량 생산 및 수출국인 미국도 자급자족 자체조차 힘들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습니다.

‘헛소리 하지 마. 캔자스에서 생산되는 식량만으로도 미국 국민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다고.’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원유가 없으면 경운기는 뭐로 돌리죠? 화학비료는 어디서 얻죠?

유튜브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동영상은, 수학적으로 인류멸망은 예고되어 있다는 어느 노교수의 강의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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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용을 공유하며 공포심을 조장하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고 서서히 상황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단지 이 글을 읽는 분 중, 앞으로 3~40년 후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젊으신 분들이라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처해 나가시길 바라는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에너지원 (fusion energy: 핵융합)이 성공적으로 개발된다면 별로 걱정 안 해도 되는 문제이기는 합니다.

매튜 박

미국 변호사, 프로그래머
hackya.co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