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사과는 하지만 유해성 인정은 “아직”

검찰 수사와 불매운동이라는 ‘외통수’에 5년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온 옥시레킷벤키저가 조건 없는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압박에 몰린 옥시가 언론을 불러서 면피성 사과를 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에게 항의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에게 항의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지난 2일 여의도 콘레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사과와 함께 보상계획안을 내놨다.

옥시가 내놓은 보상계획안은 자사 제품을 사용하다 질병관리본부와 환경부로부터 1등급과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다.

또 타사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고통받는 다른 피해자를 위한 인도적 기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옥시가 약속한 인도적 기금은 지난 2014년에 출연한 50억원과 지난달 20일 발표한 추가 출연 50억원을 합친 100억원이다. 하지만 옥시의 인도적 기금 100억원이 사죄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20명을 낸 롯데가 100억원을 내놨기 때문이다. 옥시 제품 사용 사망자는 100명을 넘는다.

옥시는 모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위한 조속하고 공정한 보상안 마련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패널을 오는 7월까지 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피해자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구체적 최종안은 피해자와 협의해 마련하겠다며 옥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날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옥시 대표로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다”며 “한국지사에 부임한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한국법인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이런 상황을 영국 본사에 전달하겠다”고 사과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이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하고 완전한 보상안을 준비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며 “사과지연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피해자 보상을 하기 전까지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부모의 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부모의 항의.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의 거듭된 사과에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비난이 빗발쳤다. 이에 그는 “전화번호를 주시면 보상과 관련해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본사 차원에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연구 조작을 개인한테 떠넘긴 것 같다는 질문에 “은폐했다면 즉각 바로잡겠다”며 “검찰수사에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답했다.

기자회견문에 잘못했다고만 하지 무얼 잘못했다는 구체적 내용이 없고 형식적 사과라는 비판에 “저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기자회견을 연 이유도 사과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이며, 옥시가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뀌었지만, 책임이 변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옥시는 1·2등급 피해자는 모든 보상하고, 이 등급에 포함되지 않는 피해자는 인도적 기금으로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15년간 판매한 제품”이라며 “검찰 조사를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회피했다.

피해자 보상은 하겠지만, 유해성 인정은 ‘아직’ 못하겠다는 셈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보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옥시의 진정성이 담긴 사죄를 받길 원한다. 옥시의 진심 어린 사죄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수사 속도를 올리는 검찰의 손에 달렸다.

김승한

리얼뉴스 발행인·편집인
대학병원 연구원 그만두고 어쩌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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