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페미니스트와의 대화 1부

[독자기고] 이현미 컨설턴트

지난 페미-조리돌림 사건으로 일주일 내내 저에게 엄청난 비난과 조롱의 메시지가 쏟아졌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너무나 고맙고 기쁘게 인연을 맺은 한 멋진 페미니스트와의 대화를 공개하고자 합니다.

관련 기사 “사람에 대한 예의를 아는 ‘페미니스트’ 본 적 없다”

서로 꽤 장문의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렇게 예의 바르게 진정성을 갖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페미니스트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저는 상당한 감명을 받았습니다.

비록 여전히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녀들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가 익히 접해왔던 조롱과 모욕이 아닌 진지한 고찰이 담긴 언어로서 여러분께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아무리 읽어도 틀린 말이 별로 없어요. 이 메시지의 당사자께서는 본인이 미러링과 과격파 페미니즘 활동을 옹호하는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지난 7월 30일 정희진이 한겨레에 기고한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 갈무리

다음은 그녀가 처음 제게 보낸 메시지의 전문입니다. 한 번 읽어보고 그녀들의 입장도 헤아려봤으면 좋겠네요.


안녕하세요. 현미님. 초면에 이렇게 페메(페이스북 메신저)보내는 이유는 현미님이 올리신 페미니즘 관련 글을 봤고, 그에 대해 현미님과 조금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입니다.

댓글로 달려 했는데 제가 현미님과 친구가 아니라서인지? 댓글 쓰기가 뜨질 않더라고요. 현미님이 쓰신 글을 보니 반박이나 토론도 환영하시는 것으로 보이기에 평소엔 하지도 않던 짓을 해봅니다. 괜찮을까요?

현미님이 욕하시는 ‘페미니스트’란 인터넷상에서 과격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그 자체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먼저 그것을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한 번도 페미니즘이 ‘딴 거 다 필요 없고 여권이 신장해야 함! 여권이 제일 우선임!’이라고 주장하는 영역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페미니즘이란 게 워낙 안에서도 나뉘다 보니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들이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이건 제 개인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을 읽다 보니, 현미님은 “전반적인 인권신장이 우선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맞게 이해했나요?

한국 인권이 거지 같다는 건 저도 동감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문제를 결국엔 해결해야 한다는 것도요.

궁금한 건, 왜 여권과 인권이 분리되어야만 하는 것이죠?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을 위해 지배계급과 싸우면서, 동시에 아이를 가졌단 이유로 육아 휴직이 아닌 퇴직을 권고받는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순 없는 건가요? 여성도 결국 사람인데 왜 ‘인권’ 신장이 먼저고 ‘여권’ 신장은 그다음이라고 하시는 건가요?

저는 거대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외치는 사람이, 옆의 여성 동료의 인권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면 상당히 모순이라고 생각하고요.

자기 자신이 받는 사회 차별에는 분노하면서 타인이 받는 차별, 스스로가 재생산하고 있는 차별은 인지하지 못한다니 모순적이잖아요.

페미니즘은 한국의 모든 인권 문제들이 여성에게’만’ 국한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에요. 존재하는 많은 차별과 혐오 중 여성에게만 향하는 것들과 싸우는 것이지요.

존재하는 많은 차별과 혐오 중 여성에게만 향하는 것들과 싸우는 페미니즘의 종착지는 국회의원(출처 여성신문)

그 과정에서 성 소수자들의 인권, 노인혐오 문제, 청소년 문제, 사회의 수많은 문제 해결에 함께 힘쓰시는 페미분들 많이 봐왔습니다.

여성 남성을 떠나 인간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있으면 그게 휴머니스트이고 페미니스트란 현미님의 말 저도 동의합니다. 맞아요.

그래서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곧잘 들었던, “일단 (성 관련) 그것보다 더 큰 사회문제(자본가와 노동자의 문제라든가) 먼저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어요.

성차별은 분명 사회 구조적인 문제고, 결국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결해야 한다는 건 똑같고, 물론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가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우선순위에서 밀린 문제들을 외면하고 등한시할 순 없으니까요.

어떠한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이걸 단순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라는 걸 인식하는 겁니다.

왜 젠더가 개인의 인성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인지까지 담기에는 너무 길어지니 뺄게요.

다만 간단한 영상 하나 첨부하겠습니다. 흥미가 동하신다면 한번 봐주세요.


남자 전체가 쓰레기라는 것도 아니고,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개개인들이 문제라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사회적으로 학습되는 것들이 있고, 우리가 어떠한 언행을 보일 때 자신의 성별, 여자 또는 남자라는 이유로 인식하고 하는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것은 때때로 자신 혹은 타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에요.

저는 이 문제에 대해 현미님과 좀 더 대화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현미님이 왜 페미니스트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시게 됐는지 그 이유를 모르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확실히 지금의 페미니스트 중 무조건 남성을 적대하고 페미니즘을 모르는 사람, 처음 접해보는 사람에게까지 날카롭게 나가는 태도는 이상을 추구하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페미니스트들이 과격하게 일어난 뒤에야 한국에서 성 평등 인식이 대중화된 면도 없지 않기 때문에 그분들을 함부로 매도하고 부정할 수가 없네요.


2부에서는 이 분의 메시지에 대한 저의 반론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서영 기자

김서영 기자

리얼뉴스 청소년보호정책 책임자
vang1277@gmail.com
김서영 기자

Latest posts by 김서영 기자 (see 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