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사드 배치 전략적 모호성,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

나는 전략적 모호성을 이해하는 편이다. 북풍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생각도, 미국과 중국 모두를 고려해야 할 필요성도 이해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적 모호성은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

집권 후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한미 양국의 국방 당국은 과도하게 서두르고 있다. 완벽하게 설치하고, 가동하는 데는 분명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가능하면 대선전에 골프장 부지에 레이더 일부 장비와 요격미사일이 담긴 택배 상자 한두 개라도 떨어뜨릴 모양이다. 일단 기정사실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전략적 모호성은 선거 과정에서 이 쟁점을 피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선전에 (일부라도) 사드도입이 이루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출처 jtbc 썰전

집권 이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절차를 무시하고 국회의 토론을 피하고 아무런 고려 없이 무조건 일부라도 갖다 놓겠다는 행태를 중지해야 한다.

도입되기 전에 막는 것이 (일부라도) 도입된 후에 막는 것보다는 쉽지 않겠는가?

민주당의 모호성은 사드 문제에 관한 국회의 위상과 역할을 좁혔다. 결정에 대해서는 모호성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국회의 논의과정에서 분명히 하고 걸러야 할 문제들이 있다. 전략적 모호성은 ‘해야 할 일을 회피’하라는 뜻이 아니다.

사드의 편견과 오해를 방치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회피 전략이다. 제일 큰 부작용은 사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아무런 ‘팩트체크’ 없이 돌아다닌다는 점이다.

왜 성주와 김천 사이에 사드 기지를 설치하겠는가? 북한의 장사정포 사거리를 벗어난 지점을 물색했다.

사드 요격미사일의 사거리는 제한적이다. 여기서 결정적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서울과 수도권은 방어망에서 제외된다.

출처 jtbc 썰전

사드의 목적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로 얘기하지만, 핵심은 바로 이 점이다. 사드는 북핵 방어용이 아니다.

사드에 관한 군사 기술적 효용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가 충분히 지적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사드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가?

그리고 사드는 단순한 무기 하나 도입하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 방어망에 들어가는 것이고, 한미일 삼각군사협력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무한 군비경쟁의 악순환을 선택하는 것이다.

사드 도입을 찬성하면 결국, 그것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에 동의하는 것이고 위안부 합의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출처 YTN

그런데도 왜 사드 도입 찬성여론이 여전히 50%에 육박하는가? 사드가 무엇인지, 그것으로 과연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을 수 있는지, 중국과 러시아는 왜 반발하는지, 야당은 국민에게 정확히 알릴 의무가 있다.

민주당이 전략적 모호성을 선택해서 문제를 회피하는 동안, 정부와 일부 정치인들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사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나서고, 국민은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모호성은 ‘의도’와 ‘무지’의 악순환을 방치했다. 자기 발을 묶고, 눈앞에서 사드도입이 이루어져도 구경만 할 수밖에 없다.

윌리엄 페리 같은 미국의 국방부 장관도 첨단 군사력을 강화하면서도 미사일 방어망 구상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안보를 강화하는 것과 미사일방어망을 추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전략적 모호성은 중국의 보복을 재촉한다.

민주당의 집권이 유력해지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이 확실하면, 중국은 기다려줄 수 있다.

그러나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면서, 그야말로 인정한다는 것인지 철회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중국은 보복의 강도를 높였다.

사드도입을 서두르는데도 민주당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초조감을 자극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토론회를 했을 때다. 나는 1) 사드 문제는 한국이 결정할 문제다. 2) 중국의 과도한 제재는 국내여론을 악화시키고 한국 야당의 입지를 좁힌다. 그래서 중국이 자제해야 한다. 3) 북핵문제의 해법을 마련하면, 사드 문제의 출구를 찾을 수 있다. 한중 양국의 공감대가 있고, 얼마든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중 양국이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드 문제를 더는 회피하기 어렵다. 얼마든지 해법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데, 왜 그러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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