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자유와 독립 문화 어디에서 오는가?

스웨덴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 가치를 꼭 집어 이야기하라면, 나는 서슴없이 자유와 독립이라고 말하겠다. 그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이다.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아니다. 보호자인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은 자식이 자유롭고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대학보다 배낭여행

소년기를 거쳐 청년이 되면 자신의 장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누구도 간섭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생의 졸업행사는 우리에 비하면 유난히도 요란하다. 졸업 전후 학생들은 반별로 온갖 의상으로 치장한 다음 트럭을 빌려 그 위에 타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온종일 거리를 누빈다. 자기 인생의 독립을 선언하는 거창한 행사를 벌이는 것이다.

많은 청소년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바로 대학에 들어가지 않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거나 해외 배낭여행을 떠난다(대학 진학률은 유럽에서는 매우 높은 편이지만 50%가 채 안 된다). 세상을 경험하고, 그 넓은 세상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출처 픽사베이

내가 만난 에밀이라는 소년도 고교 졸업을 앞두고 친구와 함께 외국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반년 동안 인도를 비롯하여 동남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 뒤에는 대학 진학을 준비할 것이라면서···.

사랑으로 연대하는 평등한 부부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면 부부는 사랑으로 연대하지만,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부부 사이는 지극히 평등하다. 육아나 가사는 말하지 않아도 분담해야 한다. 그곳에서는 장관이라 할지라도 저녁때가 되면 유아원에서 아이를 데려와야 한다. 이런 일은 그 사회에서는 어떤 배우자도 상대 배우자에게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이며, 결혼생활의 전제조건이다.

이런 관계에서 결혼생활이 이루어지므로, 남편이 허구한 날 술을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가사를 제대로 분담하기를 거부하는 사람은 하루도 결혼생활을 할 수 없다.

높은 이혼율, 그 진짜 이유는?

이혼율이 높다는 비밀은 여기에 있다. 그들의 부부생활은 평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그들이 함께 사는 이유는 사랑이다. 그것이 깨졌다고 느끼는 순간 이혼을 결심한다. 그러나 이혼을 한다 해도 그것은 선택의 문제일 뿐 인생을 옥죌 정도의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출처 픽사베이

다시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지, 과거의 파트너에 대한 나쁜 감정에 사로잡혀 살 이유가 없다. 재산 문제 때문에, 아이들 문제 때문에 이혼해야 할 관계가 복원되는 일은 좀처럼 없다. 쌍방이 경제적으로 독립되어 있고, 아이들 문제는 사회보장제도가 잘되어 있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사회에서 80세가 넘은 어느 노부부가 손을 꼭 잡고 공원을 산책 (의외로 이런 부부가 많다)한다면 경외의 대상이다. 그들 부부는 평등한 가정에서 저렇게 사랑하면서 평생을 살아온 것이다. 나는 그들의 사랑은 두 사람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이루어진 진정한 사랑이라 믿는다.

부모와 자식, 각자의 길을 걷다

노인이 되어 몸을 지팡이에 의존하는 상황에서도 자녀에게 기대지 않는다. 비록 고독은 노년에 참기 어려운 적이지만, 죽을 때까지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이곳에서는 자식을 위해 평생 고생하거나, 연로한 부모를 위해 없는 살림을 쪼갤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부모는 연금으로 충분히 살아갈 수 있으니 자식이 부모의 생활비나 용돈을 부담해야 할 일은 없다. 노인이 병들거나 혹시 치매라도 걸린다면, 사회가 모든 것을 책임져 주니 자식들이 생업을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자식은 부모가 어찌 되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스웨덴은 한마디로 개개인이 자유와 독립을 구가하는 독립사회이다. 그것을 가능케 한 원동력은 말할 것도 없이 복지제도다. 이 복지제도가 사람들의 물질적 기초를 만들어 줌으로써 삶에 여유를 주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사회는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에 그들은 사회적으로 연대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것이다.

복지강국 스웨덴

스웨덴의 선택

스웨덴이 독립사회를 이룬 계기는 19세기 후반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불어닥친 심각한 도전에 대한 대응이었다. 스웨덴도 그때까지는 가난한 농경사회였고, 가정과 사회는 가부장적이었다. 하지만 산업사회가 되면서 농경 공동체와 대가족 문화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도시로 모여든 노동자의 삶은 각박했다. 노동자와 자본가의 투쟁도 예의 유럽 국가만큼이나 자주 일어났다. 19세기 말부터 1920년대 초까지 격렬한 노사대립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총파업으로, 경영주는 직장폐쇄로 맞섰다.

그즈음 바로 옆 나라 러시아에서는 공산혁명이 일어났다. 피를 부른 혁명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

노동자들은 이미 노조라는 단체로 굳건한 대오를 형성하고 언제든 자본가와 일전을 겨룰 상황이었다. 자본가도 우물쭈물하다가는 혁명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 상황에서 스웨덴의 선각자들이 선택한 것이 강력한 복지제도로 무장된 사회민주주의였다.(1932년 노조의 지원 아래 사민당 정권이 세워졌고, 1938년 노사 간의 대타협인 살트셰바덴 협약이 이루어졌다.)

복지라는 물질적 토대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었다. 무릇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사람 앞에서 자유와 독립을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결코 실현될 리 없는 종이 위에 쓰인 권리일 뿐이다.

인간의 행복, 전제 조건은?

우리 사회는 지금 극빈자는 물론 이른바 중산층에 속한 사람들도 미래가 불안하다. 한번 미끄러져 추락하기 시작하면 멈출 방법이 없다. 생활고에 일가족이 자살하는 사태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출처 jtbc

40대에 명퇴로 나온 가장이 자영업을 하다가 가진 것을 다 날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경우 그는 중산층에서 갑자기 극빈자로 전락한다. 인생의 반전을 모색할 방법이 없다.

나는 인간의 행복은 자유와 독립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며 살 때, 인간은 행복하다. 하지만 그 자유는 그것을 가능케 하는 역량(독립적 존재)에서 나온다.

그 역량은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의 근본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그 실마리는 복지제도의 틀을 바꾸는 데서 열어야 한다. 건전한 복지사회에서 비로소 사람들은 독립적 존재로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출처 <경계인을 넘어서> 저자 박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