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페미니스트와의 대화 2부

지난 글 어느 멋진 페미니스트와의 대화 1부

지난번에 공개했던 익명의 페미니스트로부터 받은 메시지에 대한 저의 반론이라기보다는 답장 정도 되겠네요.


일단 저는 페미니즘 운동 자체가 쓸모없다던지 페미니스트를 싫어한다던지 하는 게 절대 아니고요, 인터넷상에서 ‘한남충’은 자살이 답이라는 둥, ‘재기’가 어쨌다는 둥 하는 이른바 ‘여자일베’를 싫어하는 것뿐입니다.

제가 쓴 글에 대해서 제가 페미니즘 자체를 부정하는 것처럼 해석하고 빈정거리시는 분들이 많던데, 그 부분은 제가 어느 정도 오해의 소지가 있게 글을 쓴 탓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도 ‘페미니즘 자체가 다른 인권 다 필요 없고 여권만 신장하면 돼’라고 주장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 잘 알고 있고요. 당연히 아동의 권리 보호, 장애인 보호, 성 소수자 보호 등이 모두 균형을 맞춰서 함께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권과 여권을 분리해서 생각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말씀하신 것처럼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를 위해 지배계급과 싸우는 동시에 여자 동료를 위해서도 목소리 낼 수 있죠.

그건 너무나 당연해요. 저는 인권이 여권보다 우선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다만 인권을 모르는 사람이 여권을 찾는다는 게 우습다는 뜻이었어요.

페미가 말하는 ‘재기’는 이 ‘재기’가 아니죠(출처 jtbc)

제가 콕 집어서 자칭 ‘페미니스트’들을 저격하는 글을 쓴 이유는, 그들이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보여주는 모습들이 도저히 인간(여성이든, 아동이든, 장애인이든)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저급하고 폭력적인 모습들뿐이었거든요.

예를 들어 아동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 보호를 진짜로 자신의 삶으로 실천하시는 분들이 인터넷에서 쌍욕을 내뱉고 인격모독을 하고 표적을 한명 정해서 자기들끼리 패거리 지어서 조리돌림을 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못 봤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여성인권’을 부르짖는 사람들만 일관되게 그런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요.

어떤 식이냐 하면, 제가 쓴 글 중에 미혼모란 단어가 딱 한 번 등장하는데 앞뒤 다 자르고 “‘질싸충’에 대한 비난은 한마디도 없는 무식한 년”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질싸충’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도 몰랐어요.

페미니즘은 한국의 모든 인권문제가 여성에게만 국한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지금까지 접한 페미니스트들은 그 정반대의 주장만을 하더군요.

빈곤층 노인도 여자 노인이 훨씬 살기 힘들고, 비정규직도 여자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가 훨씬 부당하고, 아동범죄도 여아에 대한 범죄가 훨씬 심각하고, 내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세상이 이렇게 나를 차별하고 무시한다, 제가 지금껏 접해 온 우리나라의 페미니즘은 이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으면 기득권에 꼬리 치는 개라는 둥, 남자 하나 잘 물어서 애나 싸지르고 살라는 둥, 정말 입에 담지도 못할 엄청난 인격모독이 되돌아와요.

입 함부로 놀리지 마!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페미니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었겠습니까. 아마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비슷하게 느끼고 있을 거로 생각해요.

하지만 그들은 결코 인정하지 않아요. 자신들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모순인지, 얼마나 사람을 질리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고 말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튄다, 이렇게 조롱하고 또 조롱하죠.

사실 제가 어제 그 글을 쓴 것도, 상식적으로 봤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어떤 사람의 글 하나에 좌표 찍고 우르르 몰려들어서 물고 뜯고 조리돌림하고 난장판을 쳐놓은 꼴에 너무 열이 받아서 좀 욱해서 쓴 거거든요. 그래서 논리적으로 모순되거나 앞뒤가 안 맞는 표현들도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무튼, 여러 가지로 많이 부족한 글이었는데 곡해하지 않고 진정성을 가지고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어요. 솔직히 OO님 같은 페미니스트는 처음 봤어요.

역시나 일부가 모두를 대표할 수 없고,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다 그런 쌍욕만 입에 달고 사는 ‘여자일베’만 있는 게 아니고 OO님 같은 분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혹시 궁금하셨던 것이 풀리셨는지 모르겠네요.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나 의견 주고 싶은 것 있으시면 언제든지 대환영.


다음에는 마지막 시리즈로 저의 답장에 대한 이분의 재반론을 공개하겠습니다.

기고 페이스북 이현미

김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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