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짜 적폐는 ‘지대추구행위’

<삼총사>에서 악역으로 그려지는 리슐리외(Armand Jean du Plessis Duc de Richelieu, 1585~1642).

영화 삼총사에서 리슐리외 추기경 역을 맡은 크리스토프 왈츠

<삼총사>와 달리 루이 13세의 고문과 명재상된 그는 프랑스 루이 카페조의 중앙집권을 확립했다. 그리고 후임인 마자랭(Jules Mazarin, 1602~1661)과 그 마자랭에 의해 발탁된 콜베르(Jean Baptiste Colbert, 1619~1683)까지 프랑스의 걸출한 재상들은 루이 14세를 유럽 대륙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한 왕으로 만들었다.

“과세는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과 같다”의 그 콜베르이다.

하지만 사실 루이 14세는 전한 무제 유철과 닮은 인물이다. 사치스러웠으며, 전쟁을 일삼았다. 그리고 오래 집권하며, 자신의 시대에 쌓은 국부를 미래를 위해 계획하지 않고 모두 소진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정말 유철과 비슷한 짓을 한다.

바로 랑트(rente)라는 것이었다.

루이 14세의 치세 말 프랑스는 점점 재정적자 규모가 커졌고, 상환 능력이 없던 프랑스 정부는 조세징수권을 채권자들에게 팔았다. 조세징수권을 가진 채권자들은 당연히 기존 농장에서 농민들을 수탈했다.

여기서 채권자들은 자신들의 조세징수권을 바탕으로 전체 생산력의 파이를 늘일 생각보다 기존의 생산력 속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늘여가는 형태로만 수탈했다. 그 어원으로부터 현대 영단어 렌트(rent)가 탄생했다. 경제학 용어로서 “기존의 부에서 자신의 몫을 늘리는 방법을 찾으면서도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는 않는 활동”인 지대추구행위(rent seeking)다.

지대추구행위 결과 한국 상위 10% 소득집중도 최고 수준(출처 jtbc)

무제 유철은 어떤 짓을 했을까?

루이 14세와 유사하게 걸출한 재상과 선제인 경제의 치세 때까지 축적된 부를 바탕으로 사치와 전쟁을 일삼았다. 그리고 재정적자와 군비 조달이 어려워지자 매작령(賣爵令)을 전면적으로 내린다.

즉, 작위를 사는 사람에게 벼슬아치의 특권을 주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그렇게 벼슬아치의 특권을 가진 귀족(호족)들은 그렇게 얻은 지위를 이용해 백성을 수탈했다. 쓴 만큼 뽑아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결국 바닥에 있는 백성들은 이중 수탈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전한 경제 시대에는 염전 사업과 제철 사업에 민간 자본이 투입될 수 있었다. 황실의 독점 사업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자유롭게 자신의 재산으로 황무지를 개간하거나 염전 사업, 제철 사업으로 추가적인 부(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고, 세금만 낼 수 있다면 모든 것을 허용했다.

경제 활동의 유인은 매우 강했고, 전한 경제의 치세와 무제 때의 국력은 그렇게 형성된 것이었다.

하지만 무제 유철은 염전과 제철, 제련 사업을 국가 독점 사업으로 만들었다. 즉, 민간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여지를 빼앗고, 기존의 생산 기반에서 황실의 지분만을 독점으로 만들어버렸다. 민간은 더 이상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유인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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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적미의 난과 녹림의 난으로 전한시대 체계는 붕괴됐고, 매작령의 여파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후한시대에는 황건적의 난이 발생했다. 사실 후한이 멸망한 것은 십상시 때문이 아니라 환제와 영제의 매관매직 때문이었다.

유럽의 프랑스는 루이 14세 이후 백년 뒤, 랑트로 인해 수탈이 가속화되자 혁명이 일어난다. 콩코드 광장에서 루이 16세가 기요틴(단두대)으로 참수당한다. 수탈의 끝은 왕권신수설마저 붕괴시켜버렸다.

‘N포 세대'(출처 YTN)

오늘날 청년들을 N포 세대라고 말한다. 여기서 포기는 경제학적 해석으로는 일종의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편익 혹은 효용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N포에 들어가는 행위들을 선택할 유인(incentive) 체계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아무리 열심히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을 해봐도 자신에게 돌아갈 몫이 미미하거나 거의 없다면 결국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게 된다. 결혼과 출산, 육아를 포기하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취업마저 포기하는 것도 그러한 일환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는 지대추구행위가 넘쳐나고 있다.

• 아무리 기업을 위해 노동을 해도, 승진과 연봉인상은커녕 비정규직으로서 소진된 채, 계약 해지 혹은 해고를 예상할 수 있다면

• 자신이 얻는 수입 규모보다 더 큰 비용으로 혼수 비용이 든다거나 여성의 경우 아이를 낳았을 때 지금까지 노력해왔던 학업과 경력의 결과물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재기 불능이 된다면

• 육아와 사교육비 투입으로 저하될 삶의 질과 개인의 인생을 예상할 수 있다면

그 선택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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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는 ‘국가의 복지’만큼 중요한 것이 유인 체계를 재구축하는 일이다.

정당하게 노동을 해도 기대할 수 없는 미래라면, 유사한 직무를 하더라도 성과가 자의적으로 책정되며, 개인이 소모품으로 전락한다는 것을 광범위하게 인식한다면, 사실 그 어떤 처방도 소용이 없다.

지난 7일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엘비휴넷)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아이를 낳고, 공교육을 시키면 될 일이지만 먼 미래를 위해 사교육을 시키고, 그 사교육을 방관하는 정책을 국가가 조장한다면 그 누구도 ‘그 체계’ 속 일부가 되는 것을 거부하게 되는 것이다.

청년기본배당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은 12번 칠 토익을 13번, 14번을 치게 될 뿐이고, 토익스피킹 응시료로 모두 소진할 것이다. 기업이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탐색 비용을 써야 하지만 그 탐색 비용을 개인들이 제각각의 자신의 자원을 투입해서 기업의 요구에 맞춰오도록 전가한 사회에서는 취업 준비 비용과 이득을 계산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는 진학과 취업의 비용이 한계까지 치솟았고, 그 보상은 매우 협소하며, 때로는 허무한 수준의 형편없는 보답일 때가 있다.

이것이 진실이다.

알바 임금 84억원 가로챈 이랜드 파크 규탄 기자회견

출산율 저하와 혼인율 감소, 경제적 활동에 참여할 의지조차 상실한 청년과 연애마저 포기하며, 서로를 혐오하는 상황의 근원은 여기에 있다.

조선시대 공납에 있어 방납의 폐단이 있었다. ‘지대추구행위’였다. 영의정 김육은 대동법을 주창하면서 방납이라는 지대추구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세목’을 ‘단순화’하고, 공납의 차익을 없애고 대동미의 세율을 명시화했다.

우리는 이 교훈을 새겨야 한다. 이 사회에 어떤 지대추구행위가 있는지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만 집중하자.

그것을 할 수 없다면 차기 정부도 적폐의 일부분이 될 뿐이다.

임형찬

헬조선 개청년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