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촛불혁명’에 정의당을 위한 자리는 없다
- 당원이 바라본 정의당의 ‘짓밟힌 당내 민주주의’
-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로 어떻게 무너졌나
- 정의당, ‘그들만의 진보정당’은 무한 반복된다
‘촛불혁명’에 정의당을 위한 자리는 없다를 주제로 4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여러분은 정의당이 내세우는 문구들을 접한 적이 있는가?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 혹은 ‘원내유일 진보정당’ 등의 달콤해 보이는 미끼들은 많지만, 그중에서 필자가 꼽는 가장 허황된 문구는 단연 ‘대중적 진보정당’이다.
정의당 로고대한민국 진보정당의 역사 속에서 가장 결여된 점이라 할 수 있는 대중성을 노려보겠다는 정의당의 야심 찼던 이 문구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안보정당은 새누리당’, ‘박근혜의 창조경제’와 같은 헛소리로 드러났다. 결국 ‘원내유일 진보정당’은 또다시 ‘지들만 지지하는 진보정당’을 반복하게 됐다.
잠시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하자. 박근혜 전 정권이 몰락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박 전 대통령 자신과 최순실, 그리고 각 재벌이 만든 ‘집권 그룹’이 대한민국의 모든 공적 영역을 사유화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자기들끼리 불법적으로 해 처먹으려고 한 행위’가 문제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는 온전히 권력과 거리가 먼 평범한 국민에게 돌아갔다. 세월호 참사 같은 고통스러운 사건들을 겪어야만 했다.
국민은 전 정권 내내 꾸준히 광장에서 박 정권과 싸워왔지만, 그때마다 강압적인 탄압에 저지됐고, 주류 언론들이 비난하는 목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점점 많은 진실이 밝혀지면서 광장에 함께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마침내 올해 3월, 박근혜 정권은 탄핵으로 물러나게 됐다.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박씨 핏줄’의 신화는 어째서 무너지고 말았을까? 사실 답은 간단하다. 이들의 욕심이 자신들의 능력에 비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역사 전체를 통틀어 정계와 재계의 결탁, 이른바 ‘기득권의 연합’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중에서도 최순실과 정유라, 이들의 뒤를 봐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욕심이 지나치게 커 덜미가 잡힌 것이다. 결국, 이들의 몰락은 대한민국 전체를 집어삼키려 했던 탐욕에서 비롯된 자업자득이다.
출처 MBN다시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이야기로 돌아오도록 하자. 위에서 말한 대한민국의 구조적 결함은 흔히 이야기하는 ‘우파’의 문제만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 당원이 낸 당비를 ‘특정 정치인의 꿈’, ‘특정 세력의 꿈’을 위해 이용해온 것은 오히려 진보정당의 사례들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문제다.
평범한 당원·노동자·사회적 약자 개인의 목소리는 그 어떤 진보정당에서도 주류가 되지 못했다.‘기득권의 연합’은 대한민국의 구조적 결함이자 동시에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역사 그 자체였다. 그
기득권이 조직된 노조 세력을 등에 업은 정파 조직이던, 민족주의를 자처하는 NL 세력이던, 혹은 학벌주의에 편승한 운동권세력이던 명패와 이념만 다를 뿐, 부패한 구조는 박근혜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집권할 능력, 즉 파이를 부풀릴 능력이 훨씬 부족했다는 점과 ‘대한민국의 부와 명예’ 대신 ‘진보정당의 부와 명예’를 탐하는 등 욕심이 덜 했을 뿐이다.
대한민국의 정파 문제를 다루는 책이나 연구자료는 매우 많고, 전부 필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기에 이번 글에서 이 모든 것을 다루진 않을 것이다. 이번 4회에서 필자가 다루는 건 현재 정의당의 당내 정파 문제와 대표적인 사례들을 통해 드러나는 ‘진보정당의 구조적 결함’이다.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지난
2회 당원이 바라본 정의당의 ‘짓밟힌 당내 민주주의’와
3회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로 어떻게 무너졌나를 전제로 해야만 한다. 상당히 많은 부분이 겹치기 때문에 반드시 전 회차들을 읽고 앞으로의 이야기에 함께 해주길 부탁드린다.
1. 들어가기 전, 정의당의 당내 정파 구성‘난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다’ 혹은 ‘난 어떤 그룹에 함께하고 있다’란 말은 자신이 떳떳하다면 숨길만 한 이유가 없다. 일제치하나 군부독재처럼 특정 조직에 발을 담갔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았던 시대가 아닌 이상, 자신이 소속한 그룹을 밝히지 못하는 경우는 대게 두 가지 경우다.
첫째,?여전히 자신의 직장이 노조 혹은 정치집단에 속해있는 사원을 차별하거나 공무원 등의 제도적인 문제가 남아 있는 경우다.
둘째, 떳떳하게 밝히기엔 조직 자체가 부끄러운 경우다. 대표적으로
‘일간베스트(일베)’나 ‘메갈리아-워마드’ 등의 혐오주의 커뮤니티 회원의 예다.
현재 정의당은 정파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기에 ‘난 거기 아닌데?’ 또는 ‘우리 조직은 그런 거 아닌데?’라고 발뺌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고, 실제로도 ‘발뺌’ 사례가 만연하다. 따라서 이번 단락에선 가장 일반론적인 정파 구분, 그리고 그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더 깊게 들어가 봐야 ‘난 친박이 아니야!’라고 발뺌하면 되는 문제니까. 그러니 아는 사람은 그냥 넘어가도 무방할 정도로 기본적인 정도로만 구분하도록 하겠다.
진보정의당 이후 ‘정의당을 이루는 세 정파’라고 하면 크게 ‘인천연합’, ‘통합연대’, ‘참여계’를 지칭한다. 여기서 인천연합은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 쉽게 이야기해서 대한민국 NL 세력의 일부 조직이다. 실질적으로 당내 요직들을 차지하는 등 정의당 내에서 가장 강한 조직이며, 같은 NL 세력인 광주전남연합과 같이 분류한다면 이번 제20대 총선에서 이정미(사진), 윤소하와 같은 비례의원들까지 배출한 독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300인의 희망 인터뷰에 출연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출처 국회방송)새진보통합연대(통합연대)는 심상정과 노회찬 등 진보신당 탈당파들을 지칭하며,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PD 정파라고 할 수 있다. 진보정당계의 슈퍼스타들을 대동하고 있는 조직이지만, 그에 반해 당내 영향력은 인천연합과 같은 NL 세력과 비교하면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 과거엔 PD 특유의 ‘똑똑한 선수들’이 많았던 반면, 그 뒤를 이을 후배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세대교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참여계는 국민참여당에서 이어온 이른바 ‘친노 라인’ 중 하나로, 정의당의 외부 이미지에서 큰 영향을 발휘한 세력이다. 하지만 참여계 실상은 조직으로 뭉쳐있는 집단이라기보다,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한 지역별, 혹은 특정 인물 중심의 커뮤니티들로 흩어져 있어 하나의 힘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름뿐인 정파’에 가깝다. 천호선 지도부 체제가 끝난 뒤 심상정 지도부가 집권하고서도 한참이 지난 지금, 참여계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집단 탈당이 일어날 정도로 와해의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정의당은 외부에선 ‘똑똑한 PD 정치인들과 다수의 참여계 당원들에 의해 움직이며, 일부 NL 잔존 세력들이 기생하고 있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노회찬·심상정 같은 PD 정치인을 얼굴마담으로 앞세운 NL 주축들에 의해 움직이며, 힘없는 참여계 당원들이 당내에서 힘쓰지도 못하고 탈당하지도 못하는 정당’이 현실이다.
하지만 2~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인천연합과 같은 NL 정파들의 힘이 겉으로까지 드러날 정도로 막강하지는 않았다. 당시엔 정의당의 유력 콘텐츠인 ‘노유진의 정치카페’와 같이 정의당의 대외 이미지가 매우 희망적이었던 상황이었기에, 이런 정파 논리와 동떨어진 이른바 ‘노유진 당원’들이 대거 입당했던 시기였음을 상기해야 한다. 노유진 당원들은 상대적으로 인천연합에 비해선 참여계 측에 우호적인 성향의 당원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 시기의 정당 간 힘의 균형은 지금의 현실과 비교하면 훨씬 안정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심상정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정의당의 희망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2015년 말, 이른바 ‘4자 통합’을 발표했다. 이 3개 대표 정파를 위시한 ‘정의당’을 중심으로 새로운 3개 세력과 통합하겠다는 이 계획은 실질적인 당세의 확장과 함께 진보정당들 사이에서 정의당의 대표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수라는 기대감을 끌어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따라서 정의당의 정파에 집단 3곳이 추가된 셈이다. 김세균 전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모임’과 양경규가 이끄는 ‘노동정치연대’, 그리고 노동당 탈당파들을 일컫는 ‘진보결집+’가 그 조직들이다. 여기서 실질적인 세력이 전혀 없어 예의상 통합 세력으로 안배된 국민모임이나 전국위원과 같은 몇 개 콩고물 정도를 제외하면 성과를 얻지 못한 노동정치연대는 큰 의미가 없었으나,
불과 1년 만에 정의당을 박살 낸 노동당 탈당파는 이번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진보결집+의 주축이 되는 집단인 노동당 탈당파들은 정의당과의 통합을 공약으로 당권을 잡았으나 이것이 여의치 않자 대표단을 시작으로 집단 탈당을 택한 자들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당 내 지역 단위 당내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들이 합세했고, 위의 4자 통합으로 정의당 당직이나 대의기구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통합’의 보수로 공동 당 대표나 추천직 전국위원, 몇몇 지역위원회의 추천직 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의 자리를 얻어낸 건 노동당에서 별다른 리더쉽을 보여주지도 못하고 뛰쳐 나온 이들에겐 퍽 풍족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지금의 정의당은 인천연합을 대표로 한 NL과 노회찬·심상정을 가지고 있는 통합연대, 제대로 된 구심점 없이 방황하는 참여계로 구성된 정당이 노동당에서 뛰쳐 나온 진보결집+와 같은 새 집단을 받은 상황이다. 이제부터 시작할 이야기는 이 정파들이 벌인 2016년, 그리고 2017년의 추하기 짝이 없는 싸움의 일부분이다.
2. ‘진보 활동가’와 ‘노유진 당원’의 전쟁,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심상정 지도부의 4자 통합은 이론적으론 흠잡을 데 없는 한 수였다. ‘노유진 당원’과 같이 이른바 ‘대중 당원’들이 가세함에 따라 대중적인 이미지가 좋아진 상황에서 기존 진보 세력들까지 융합해낼 수 있다면 엄청난 상승세를 가져올 수 있으리란 이상적인 이론이니 누구든지 혹할 만한 계획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상적인 이론이 항상 성공한다면 좋겠지만, 공산·사회주의 세력이 처절하게 몰락했듯이 정의당의 원대한 통합 계획도 처절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나 물욕과 명예욕 등의 ‘욕심’은 모든 이상적인 계획을 싹 태워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대중적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진보정당에서 ‘대중’으로 분류하는 자들, 즉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아주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었다. 따라서 ‘노유진’의 성공은 자연스럽게 ‘노유진 당원’이라는 대규모 대중 당원을 수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3회에서 언급했듯이 진보정당 내 대중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지갑’이어야만 했다. 자랑스러운 ‘운동권의 순혈주의자’들이 보기에 근본도 없는 ‘대중 당원’의 목소리는 매우 거슬리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참여계의 리버럴적 성향을 간직하고 있다면 더더욱 말이다.
그리고 2016년 총선 때부터 정파 세력들을 위시한 기존 운동권의 적자들, 자신들을 ‘진보 활동가’라 일컫는 자들이 당내에서 잡음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제20대 총선 직전 발생한 ‘중식이밴드 여성혐오 논란’이다. 요약하자면, 정의당의 총선 관련 테마송 등을 ‘중식이밴드’라는 그룹이 맡기로 했는데, 이 그룹의 이전 노래들이 ‘여성혐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 ‘진보 활동가’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을 주축으로 당 내외에서 형성된 논란은 결국 이들을 퇴출하는 것으로 종식됐지만, 남은 것은 ‘중식이밴드는 여혐 밴드’라는 논란을 위한 논란뿐이었다.
정의당과 중식이밴드(출처 연합뉴스)지난해 5월 17일, 이른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한 정신질환자에 의해 한 여성이 살해당한 이 사건을 통해 전국적인 ‘여성혐오 담론’이 형성됐는데, 이 과정에서 한 정의당 당원은 ‘남성과 여성 상호 간의 혐오를 멈추자’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다. 그러자 정의당의 여러 부문위원회 간부들은 해당 당원을 ‘정의당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했다’와 ‘보수진영의 용어를 사용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집단 제소한 뒤 제소장을 당원 게시판에 공개했다.
정의당의 당규상 제소장의 공개는 금지돼 있기에 곧 철회했지만, 이후 약 100명의 ‘진보 활동가’ 집단을 조직해 해당 당원과 당내 문화에 대한 집단 비판을 가했다. 결국, 그는 자진 탈당을 선택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건 오직 ‘당규상 금지된 제소장 공개’뿐이었고, 이마저도 몇 달 뒤에 단순 경고 조치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7월 20일, 위의 집단 제소의 주축인 속칭 ‘5인방’ 중 두 명이 공동 부위원장으로 있었던 문화예술위원회는 당 대변인실과 상의해 넥슨의 모 성우와 ‘메갈리아 티셔츠’와 관련된 논평을 발표해 정의당을 파국으로 치닫게 했다. 이것이 2회에서 다룬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였다. 잠시 ‘메갈리아 사태’를 다루도록 하자. 지난 3회에서 지겹도록 다뤄놓고서 왜 또 지면을 할애하느냐,이번엔 이 논란의 과정에서 나오는 정파간의 야합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정의당은 쉽게 구분하자면 ‘친메갈파’와 ‘반메갈파’로 양분되어 격론을 벌였다. 문제의 본질은 이 논란의 과정에서 정의당의 강령과 당규가 무의미해지고 지도부와 같은 당내 정치인들이 차별적인 시선을 가져
‘친메갈파’의 승리로 끝났다는 것이 지난 3회의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정파들이 어떻게 뭉치게 되었을까?
해당 논란 속에서 당내 ‘진보 활동가’들은 ‘당내 여성주의자 그룹’이란 이름으로 뭉쳐 연서명을 조직한다. 여기의 주축은 다름아닌 노동당 탈당파, 즉 진보결집+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이들은 탈당하기 전 노동당에서 부대표를 맡았던 자부터 진보결집+ 측 청년학생위원장 등의 정파 핵심 인사들을 중심으로 조직됐으며, 여기에 일부 인천연합 하부 활동가들까지 뭉치게 된다.
진보결집+ 측은 충분히 걸어볼 만한 수였다. 정의당으로 도망쳐 들어온 이상, 콩고물로 자리 몇 개를 점거했다고 해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당내 주요 담론을 형성하고,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세력을 끌어모아야 했다. 하지만
‘노유진 당원’과 같은 ‘대중성’은 자신들을 지지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은 어디까지나 ‘지갑’의 영역에 머물러야 하는 ‘공부가 덜 된’ 자들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이 노린 것은 ‘활동가 당원’으로, 이 경우엔 각 부문위원회의 인사들이었다.
정의당의 부문위원회는 당시 노동위원회, 장애인위원회, 성소수자위원회, 여성위원회, 청년학생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 6개로 구성됐다. 그리고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위원회는 노동위원회와 장애인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 네곳이었다. 주범인 문예위는 당연한 일이고, 여성위와 청학위, 성소수자위는 ‘진보 활동가’라 불리는 이들이 뭉쳐 문예위를 옹호하는 상황이었다.
즉, 진보결집+의 입장에선 당내 부문위원회들을 하나로 규합해낼 좋은 기회가 ‘당내 메갈리아 사태’였고, 실제로 성소수자위원회에선 이에 반발하는 이들이 탈퇴를 선언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됐다. 청년학생위원회는 애초 5월의 집단제소에서 문화예술위원회 부위원장 2명과 발을 맞추던 상황이었고, 여성위원회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여하튼, 진보결집+와 ‘진보 활동가’ 그룹은 ‘노유진 당원’을 향해 ‘여성혐오주의자’라는 오명을 붙여가며 공격했으며, 이 과정에서 실제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 ‘진보 활동가’들의 당내 문화에 대한 토론 요구를 정의당 공동 당대표 나경채가 직접 받아들여 주최를 약속하기도 했다. 물론, 그는 진보결집+ 측 당 대표였다.
지난 2015년 9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진보재편 추진계획 발표 4자 대표 기자회견에서 국민모임 김세균 대표, 노동정치연대 양경규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 진보결집플러스 나경채 대표(사진 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그렇다면, 정의당의 최대 계파이자 실세나 다름없는 인천연합은 왜 여기에 발을 담갔을까? 정확히 말해서, 이들은 정파 차원으로 참전했다고 표현해선 안 된다. 인천연합은 모든 사항에 정파 전체의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애초 정파 내 주요 정치인들도 자신을 인천연합, 혹은 NL이라 규정하면 불쾌해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왜 자신들의 정파에 당당하지 못한지는 모르겠으나).
이 경우도 마찬가지라서, 인천연합 측의 하부 활동가들이 발을 걸친 것 또한 정파논리라고 주장하기엔 일견 억지로 보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사실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 당시, 그리고 지금까지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류은숙과 그를 옹호하던 이정미 의원이 인천연합의 대표적인 정치인이란 사실이다.
즉,
노동당에서 탈당한 PD 일파와 정의당의 ?NL 활동가들이 하나의 가치관, ‘여성주의’를 위해 뭉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촌극이 연출된 가운데 ‘노유진 당원’은 점점 힘싸움에서 밀려나기 시작한다. 지도부와 대의기구 차원의 대대적인 ‘여성주의 강화’ 노선이 채택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 또한 지난 3회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 과정에서 진보결집+를 중심으로, 각 부문위원회의 간부들과 이에 우호적인 ‘진보 활동가’과 NL 활동가까지 똘똘 뭉친 ‘정의당 여성주의자 그룹’은 독자적인 공식 모임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정의당의 당 대표(진보결집+ 측 나경채)와 국회의원(이정미 등), 대의기구(전국위원인 여성위원장 류은숙과 각 정파별 추천직, 지역 전국위원)가 여성주의 노선을 강화하기로 결의한 것은 엄연한 정치적 야합행위였다. 그리고, 이 뒤엔 심상정의 용인 또한 있었음을 지난 3회의 조성주 전 미래정치센터 소장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수많은 ‘노유진 당원’은 탈당을 선택했다. 여기에 참여계의 특정 지역의 집단 탈당까지 더해져, 사실상
진보결집+가 주축이 된 ‘정의당 여성주의자’들의 ‘메갈리아 쿠데타’가 성공적으로 끝나게 됐다. 이들은 ‘대중 당원’을 내쫓고 ‘진보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강화함으로써 ‘진정한 진보정당’이라는 운동권 순혈주의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물론, 그 결과 정의당의 캐치프라이즈인 ‘대중적 진보정당’은 헛소리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3. ‘진보 활동가’만을 위한 정당으로이렇게 ‘원내유일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정의당이 반민주적 운동권 정당으로 퇴보하는 과정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이 있다. 여기서 ‘진보 활동가’ 그룹이 얻는 특혜는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지난 3회에서 필자는 ‘메갈리아 사태’ 속에서 모든 사건의 책임을 나눠야만 했던 사무부총장과 대변인실 등 주요 당직자들이 그 어떤 책임도 나눠지긴커녕 그들의 잘못은 지도부 차원에서 은폐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다 밝혔다. 이번 회에선 그 밖의 ‘정파세력’들이 여러 사건들에 대해 받은 ‘솜방망이 처벌’과 ‘노유진 당원’과 대비되는 특혜를 조명하도록 하겠다.
이 사태를 겪으며 ‘진보 활동가’라 자처하는 부류들은 정파조직의 힘입어 많은 패악질을 저지르는데, 대표적인 것이 지역단위에서 ‘메갈리아-워마드’에 반대해 탈당을 선택한 당원들을 조롱하는 방송을 찍은 사건이다. 그 중 한 지역은 공교롭게도 특정 정파세력에 추천직 부위원장 자리를 나눠준 곳이었는데, 이 곳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과거 노동당 내에서 해당 지역의 위원장 선거가 이루어졌고, 해당 진보결집+ 측 당원은 지역에서 낙선하고 말았다. 해당 후보 측은 결국 부부동반으로 진보결집+에 발맞춰 정의당으로의 탈출을 감행, 결국 정의당 내에서 추천직이라는 이름의 낙하산 부위원장직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정의당 내 영향력을 키우려 시도하는데,
한 쪽은 위에서 이야기한 탈당을 택한 ‘노유진 당원’을 조롱하는 방송을 송출하고
다른 한쪽은 정의당 당원게시판에 악의적인 블랙리스트를 꾸준히 작성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대중 당원’을 폄하·조롱하고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기 위한 것이 명확했지만, 당은 이들에 대한 징계에 굉장히 소극적이었다. ‘당원게시판 블랙리스트’는 애초 심상정 지도부와 박원석 경기도당 상임위원장 등 당내 정치인의 생각과 일치해 처벌 자체를 받지 않았고, 당원을 조롱했던 추천직 부위원장은 직위 해제와 일시적인 자격 정지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조차도 이의제기를 통해 직위 해제는 취소됐다. 결국 그들이 4자 통합의 보상으로 받았던 지역위원회 내 자리는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진보결집+ 측 청년학생위원장 자격으로 정의당에 입당했던 한 당원은 상당히 재밌는 경우인데, 그는 지역위원회 위장전입건과 당내 직함 도용, 부문위원회 하부조직 회의 내용 은폐건 등 문제가 되는 사건들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이 과정을 개별로 간략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부문위원회 하부조직 회의 내용 은폐와 당내 직함 도용은 청년학생위원회와 그 하부조직에서 일어난 일로, 정의당의 4자 통합 공약 중 하나였던 ‘당명 개정’에 대한 이슈가 진행되던 중 해당 하부조직에서 예비 당명을 추천하고 투표에 부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청년학생위원회 내의 운영위원들이 반발하자 이는 없는 일이라 강력히 항변했는데, 결국 회의에 기록되지 않는 휴회 시간을 악용해 사전 조사를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진보결집+ 측 청년학생위원장이었던 그가 ‘대학생 연석회의 고문’이라는 직함을 의도적으로 도용하였음도 드러났지만, 사건은 아주 간략하게 정리됐다. 당시 당명개정위원회의 수장이었던 나경채 공동대표(진보결집+ 대표)는 ‘대학생들의 선의로 일어난 일이니 너그럽게 양해해야’라고 발표했으며, 해당 명칭의 도용은 ‘큰 문제가 없다’는 형식으로 넘어간 것이다.
여기에 해당 당원이 자신이 속해있을 수 없는 지역위원회에서 활동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조사 결과 실제로 위장전입을 통해 활동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처벌은 굉장히 약해서, 겨우 일체의 직위 해제와 일정 기간의 자격정지로 매듭지어졌다. 해당 지역위원회는 진보결집+ 측의 당 대표 나경채가 소속되어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당연히 정파 자체의 중요 지역이었기에 더 중대한 문제였지만, 결국 그는 이 가벼운 징계조치를 통해 향후 정치활동에 있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이제 다른 사건을 살펴보자. 1번 항목에서 언급했던 내용 중, ‘정의당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정의당 간부들의 집단 제소가 진행되었다는 점을 기억하는가? 이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노유진 당원’들과 ‘진보 활동가’들간의 다른 대우를 살펴볼 수 있다.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에 분노한 일부 참여계 당원들과 ‘노유진 당원’들은 ‘당원비상대책회의’라는 이름으로 뭉쳐 여러 의견을 내고 활동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지역에 현수막을 거는 운동을 전개했는데, 이는 서울시 마포지역위원회 차원의 반대와 제소를 통해 당기위원회에 의해 징계를 받게 된다. 사유는 다음과 같았다.
제소인(마포구지역위원회 운영위원)은 당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소인의 지역 5곳에 부착하는 행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사유를 들어 징계를 요청하였다.
1. 현수막에 담긴 내용은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닌 당내에서 논쟁 중인 사안을 가지고 당내 논란사항을 외부로 알린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인 주장을 현수막에 담아 게시한 행위는 당의 명예를 현저하게 실추 시킨 경우에 해당한다.
2. 개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이나 당의 이름을 앞세워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때는 책임 있는 당내 공식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서 하는 것이 당원의 의무이자 기본상식이며, 당 로고를 사용한 현수막 게시를 통해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중앙당(혹은 지역위원회)의 공식적인 입장처럼 오해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당원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 결과 당기위원회는 1차적으로 당의 직위가 있던 당원에 대해선 1개월 자격정지를, 기타 당원에겐 경고를 선고했고, 이는 이의신청을 거쳐 자격정지는 경고로 감형되고 그 외 당원들의 이의는 기각 조치했다. 응당 징계가 약해보이는 이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건 내부 문제였다. 이 징계 조치의 과정에서 현수막 설치를 반대한 당원도 해당 조직의 책임자란 이유만으로 징계를 받아야 했고, 현수막을 설치하기로 결정한 이후에 운영위원이 된 당원도 징계 대상이 되었단 점이다.
즉,
문제의 본질은 현수막의 설치 유무가 아니라 당원들의 조직적인 항의 자체, 당원이 당과 맞서는 행위를 징계한다는 의도에 있다. 해당 지역위원회는 정의당의 부대표가 운영위원으로 참가하고 있었으며, 당시 여성주의 강화를 주장하던 전국위원회 특별결의문을 대표발의한 조성주 전 미래정치센터 소장이 속해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본질은 ‘여성주의 강화’라는 당론에 저항한 ‘노유진 당원’에 대한 일괄적인 경고성 징계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난해 말, 당 부문위원회 중 청년학생위원회에서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당시 정식 인준도 받지 않았던 한 대학생위원회가 정의당의 공식 깃발(정확히 말하면 대학생위원회 깃발)을 들고 여성주의 집회에 참석한 것이다. 이들은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었으므로, 위의 ‘노유진 당원’들의 사례를 적용하면 분명한 징계 대상으로 분류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해당 조직은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과 지난해 7월 20일 논평을 내건 문예위 전 책임자 등 우호적인 ‘진보 활동가’들이 두둔하던 집단이었으며, 5월의 ‘반혐오주의 피켓팅’ 당원에 대한 제소와 위에서 언급한 당명개정 사전조직 등에 앞장섰던 대학생위원회 책임자라는 강력한 아군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오히려 ‘허가를 일찍 내지 않은 당과 청년학생위원회 책임’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당에서 정의당의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고 요청해오자 이를 비꼬는 듯 ‘정의당 해방이화 학생당원들’이란 유사명칭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집회에 참석했다.
사진 1.?반성은커녕 오히려 정의당 여성위원회까지 동참하는 모습 사진 2.?조직명 도용이 문제가 되자 이름만 바꾸는 행태 사진 3.?반성은커녕 오히려 정의당 여성위원회까지 동참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조직명 도용이 문제가 되자 이름만 바꾸는 행태를 살펴볼 수 있다‘당원비상대책회의’로 대표되는 ‘노유진 당원’들은 그들의 현수막이 아직 논쟁 중인 문제를 당론처럼 사용했단 점과 당의 공식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는 이름을 사용했단 점, 그리고 당내 공식 기관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징계 사유로 삼았고 실제로 징계가 이루어졌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하지만 진보결집+ 등 당내 정파들, 그리고 각 부문위원회 관계자들의 강력한 두둔과 함께한 해당 조직은 이 논리가 적용되지 않았다.
사실, 문제는 이 쪽이 훨씬 심각하다. 위의 ‘노유진 당원’들의 조직은 정의당 내 공식 위원회를 자처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었으나 ‘당론으로 비추어질 수 있다’는 사유로 징계가 내려진 데 반해, 해당 대학생위원회 준비조직은 아직 정식 인준조차 받지 않았음에도 학내와 집회현장에서 당의 공식 위원회를 자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보 활동가’와 정파조직의 대대적인 옹호가 뒷받침 된 결과, ‘어차피 인준의 여부는 요식행위일 뿐’이라는 명언과 함께 이들은 그 어떤 징계는커녕 공식 위원회로 인준될 수 있었다.
즉,
정의당은 특정 정파와 조직된 세력, 유력 정치인들의 도움 없이는 징계 행위를 저지르지 않아도 해당 조직에 참가했단 사유만으로 징계 대상이 되나, 직접적인 당의 조직을 사칭하더라도 조직이 뒷받침되면 오히려 징계 대신 정식 기구로 인준을 받는 조직으로 전락한 셈이다. 게다가 더욱 경악할만한 점은, 이 사실들은 전부 정의당의 중앙 조직에서 인지하거나 혹은 중앙 조직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들이 대부분이란 것이다. 당장 지금 거론한 모 대학생위원회의 사례는 심상정 상임대표 자신도 인지하고 있었던 문제였음에도 정식 인준이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위의 일부 사례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듯이, 정의당은 이제 평범한 ‘대중 당원’들이 설 자리가 없는 정당이다. 이미 특정 정파, 특히 4자 통합을 계기로 ‘대중성’이 결여된 ‘기성 운동권세력’들이 당을 점거해 ‘노유진 당원’들의 탈당을 종용, 실제로 당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진보정당의 순수성을 유지해낼 수 있었다’는 성과로 꼽고 있으나, 결국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고질적인 병폐와 악순환이 계속될 뿐이다.
4. 왜 정의당은 대중을 버리고 ‘진보 활동가’를 택했을까?그렇다면 도대체 이들은 무엇 때문에 ‘대중 당원’을 쫓아내는 것인가? 굳이 자신들에게 당비를 내고 투표권을 행사해줄 당원들을 쫓아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 이유는 생각보다 가까운 데 있다. 정의당은 대선이 지나면 곧바로 당직 선거에 돌입한다는 점이다.
‘노유진 당원’들은 정파와 관계없는 당원들이다. 이들의 성향이 참여계와 가까운 경향이 있다고 위에서 밝힌 바 있지만, 지난 2015년의 당직선거에서 참여계의 지도자격이었던 노항래 후보가 가장 저조한 성적으로 낙선한 점은 이들의 성향과 정파성은 큰 관계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성향 그 자체였다.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에서 반발한 당원들은 대부분 이 ‘노유진 당원’층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진보 활동가’들이 보기에 굉장히 우려되는 존재였다.
2017년 당직선거에서 각 정파는 당연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인사들을 당선시켜야만 한다. 그래야만 각 지역위원회, 혹은 지방선거 출마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나아가 앞으로 있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의 출마를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당 내에서 가장 막강한 인천연합이 대부분의 비례대표 상위 번호를 차지할 수 있었지만 ‘노유진 당원’들이 대거 지지한 김종대 의원만큼은 꺾을 수 없었던 점에서 이들의 단합만큼 껄끄러운 것은 없다.
여기에 ‘진보 활동가’들의 뿌리인 운동권 세력 자체가 활력을 상실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기존의 NL과 PD로 대표되는 정의당의 주축 세력들이 떠들어온 가치들은 이미 유권자들의 인식 속에서 잊혀진 지 오래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끽해야 노동에 대한 문제지만, 그 노동의 가치조차 ‘노동자 대통령 이재명’ 등 기존 보수정당에 뺏기는 수모를 겪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그들의 쓰레기통 속으로 버려진 의제들을 대체할
새로운 컨텐츠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에 선택된 것이 다름아닌
‘여성주의’ 담론이었다.
지난 4일 세종문화회관 심상정, '신종 3대 여성폭력 근절' 정책 제시그 과정에서 ‘노유진 당원’들은 반발할 수 밖에 없다. ‘메갈리아-워마드’식 성차별주의와 혐오주의, 폭력적인 언사들 속엔 정의당이 지향하는 성평등과 성소수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가치들이 전부 짓밟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유주의적인 이들의 성향상 특별 성별로 싸잡혀 공격받는 상황은 묵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의당의 정파조직은 NL과 PD라는 기존의 구별을 떠나 ‘정의당의 정파 A’, ‘정의당의 정파 B’가 되어 기존의 진보의제는 싹 무시한 채 ‘여성주의’라는 담론으로 뭉치게 되었고, 이런 ‘진보 활동가’ 중심의 사고방식은 기타 당원들을 전부 배제하는 형식의 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정의당의 지도부를 비롯한 유력 정치인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결국 정당이 살아남는 방법은 선거에서 얼마나 강력한 모습을 보이느냐인데, 이 과정에서 속칭 ‘선수’라 불리는 각 지역별 예비 후보들과 이들을 도울 홍보 캠프 구성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성심 있는 ‘진보 활동가’들의 조직된 자금이 상대적으로 개별적이고 가벼운 ‘노유진 당원’보다 이익이 되기에 당연히 전자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총선이 끝난 이상 굳이 이런 ‘미개한 대중’들의 도움은 절실하지 않으므로, 당장 정의당을 구성하는 핵심, 즉 피와 살에 더 치중하는 것이 옳다는 계산이었다.
요약하자면, 기존 운동권 정파들은 각자의 이념도 전부 퇴색돼 단순한 당내 정파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정의당의 새로 들어오는 ‘대중 당원’들과의 경쟁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를 기점으로 ‘여성주의’ 담론을 통한 ‘진보 활동가’ 중심 세력을 구축해 ‘대중 당원’들을 쫓아내는 선택을 취했단 점이다.
이 과정은 그들의 정파 이익을 위한 일이었으며, 결국 필자가 밝힌 ‘대한민국의 적폐’, 특정 세력의 공적 영역 사유화가 진보정당에도 끝없이 반복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5. 연작 기고를 마치며, ‘촛불혁명’에 지금의 정의당의 자리는 없다.필자는 1회에서 ‘제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은 ‘촛불’로 대표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과 적폐 청산을 원하는 측, 그리고 ‘태극기’로 대표되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호와 현 시스템의 유지를 원하는 측으로 나뉘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미디어오늘>의 ‘심상정은 왜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가’란 기사에 대해 반박 기사를 쓰고 싶었으나, 정의당의 전 관계자의 기고가 거부되는 사태를 겪고 더 길고 자세한 방향으로 본 <리얼뉴스>에 글을 싣겠다 요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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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심상정 지지율은 왜 안 오를까결국 ‘왜 심상정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가’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지금의 심상정과 정의당은 그 구조가 ‘촛불’ 측이 희망하는 차기 정권과는 전혀 동떨어진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촛불’ 편에서 떠들지만, 몸은 ‘태극기’ 편 한복판에 있는 이질적인 정당이다. ‘촛불’ 지지자들이 전부 갈아엎고자 하는 적폐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을 외치는 이
‘변태적인 집단’의 지지율이 오른다면 그것이야말로 납득하기 힘든 기현상이 아닐까?
진단이 간단한 만큼, 그 처방 또한 간단하다. 결국 기존의 정파세력들,
선민의식에 가득찬 ‘진보 활동가’를 자처하는 자들을 철저히 배격하고 유권자들이 원하는 대중정당이 되면 된다. 정의당 스스로가 이야기하는 ‘대중적 진보정당’의 길을 다시 걸으면 되는 것이다. 2015년과 2016년 초,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가던 희망찼던 과거로 선회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진보결집+와 같은 4자 통합 세력들을 전부 축출해내고 다시 평범한 ‘노유진 당원’의 목소리도 당정에 반영될 수 있게끔 회복되면 지지율은 자연히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정의당은 결코 이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 정의당은 이번 대선에 쓸 자금도 촉박하고, 대선 뒤에 따라올 당직선거와 2018년 지방선거에 쓸 자금과 선수들조차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의당은 향후 ‘진보 활동가’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정책들을 위주로 편성할 수 밖에 없다.
맹목적인 추종세력과 이권집단의 야합만큼 단단한 조직을 꾸리기 쉬운 방법은 없고, 종교적인 광신에 불타는 조직만큼 위기를 견뎌내기 좋은 조직도 없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의 정의당은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가 획득한 3.9%의 득표율을 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다. 이들에겐 이 정도면 충분하다. 정권을 잡아 대한민국을 바꾸는 건 중요하지 않고, ‘새로운 진보정당 후보의 득표 기록’ 운운하는 정신승리를 통해 조직의 권위를 세우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정의당과 심상정은 대한민국을 바꾸기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당정은 국정에 임할 대통령 후보의 능력과 방향성을 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다. 이들은 힘없는 약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기득권 세력’을 위한 정치를 하고자 함이 확실하다. 다만 그 ‘기득권’이 현재로썬 당내 기득권, 즉 모든 당직과 선출직 직위를 점거하고 있는 계파세력일 뿐이다.
출처 jtbc 썰전이 과정에서 필요한 건 4.0% 이상의 득표, 그 뒤의 ‘심상정의 승리’라는 헛소리가 새겨진 깃발로 당직선거에서 자기 사람을 심을 수 있는 기반이다. 따라서,
이들에겐 ‘심상정의 지지율이 왜 오르지 않는가’는 애초에 무의미한 질문인 셈이다.
필자는 이런 고민에 직면해 있다. 결국 정의당은 대한민국의 적폐, 박 전 정권과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결국 남아있는 것은 복잡한 정치현실을 모른 체 특정 인물만을 바라보는 맹목적이고 광신적인 지지자, 이를 오히려 이용하려는 정파 조직, 모든 잘못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에 편승해 떡고물을 얻어먹으려는 떨거지들 정도뿐이다. 사실상 대한민국에 정당으로서의 존재의의를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진보정당이
‘노란 새누리당’에 머물러있는 이상, 결국 대한민국의 진보 정치계도 우리가 그렇게 소리쳐온 적폐세력 그 자체일 뿐이라는 고민 말이다.
결국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정의당 내에서의 ‘촛불’ 시위밖엔 없다. 이런저런 글을 써가며 홀로 불을 밝히는 방법 외엔 없다. 이미 필자의 기고문이 올라간 뒤부터 ‘해당행위자’ 내지 ‘선거판을 깨는 악의적인 당원’이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고, 몇몇 정파의 책임자들이 불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소리를 접하는 건 예상했던 일이라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박 정권을 몰아냈던 ‘촛불’ 또한 처음엔 전국민적인 비난 여론에 휩싸였던 소수였음을 감안한다면 결국 해야 할 일임이 명확하다.
연작 기고를 마치며 필자가 외치고 싶은 건 단 하나다. 대한민국의 적폐가 고스란히 거울처럼 비춰지는 진보정당에겐, 그 폐단을 간직한 채 이익만을 탐하는 정파주의자들에겐, 이 정파주의자들의 ‘선배’로서 진보운동의 순혈주의를 토로하는 과거의 망령들에겐, 그 망령들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당정을 펼치는 지도부에겐 희망이 없다는 사실 말이다.
지금의 진보정당, 지금의 정의당은 결코 ‘촛불 혁명’의 주체가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의당은 유권자들이 다음 정권에 요구하는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추락할 것이다. 진보정당의 악순환, 이 폐단 자체가 끊어지지 않는 이상 ‘촛불 혁명’에 정의당의 자리는 결코 없다. 우린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이 없는 적폐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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