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대 ‘혼전순결 캠페인’의 셀프 빅엿

1966년 영국 로이드 보험사가 특이한 보험 상품을 내놨다. 바로 순결보험이었다. 이 순결보험의 주요 고객은 대부분 ‘이탈리아’의 부모들이었다.

1960년대 이탈리아의 미혼 여성들은 서독 등 타국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일부 부모가 딸의 상태가 바뀌면 보험금(700파운드)을 지급 받는 상품 청약을 신청했고, 로이드는 ‘순결보험’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정확하게는 ‘시칠리아인’인 시그노체 씨가 열여섯 살 난 딸이 서독의 하녀로 고용되자 로이드에게 청약을 부탁한 일로 시작되었다.

이 순결보험은 속칭 대박을 쳤다. 보험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유사 보험도 속속 등장했다. 그러다 로이드는 어느 순간 이 보험 상품을 없애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사실 이 순결보험 상품의 청약 고객은 ‘부모’였고, 실제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 대상은 그들의 ‘딸’이었다. 보험사는 딸들의 처녀성에 대해서 알 길이 없었다.

게다가 처음 취지는 딸의 성관계에 대해 보수적인 부모들에 의해 청약이 이뤄졌는데, 나중에는 정반대의 부모들이 보험 상품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즉, 개방적 성생활을 하는 딸의 부모들이 주 고객이 되었다.

보험사가 보기에는 이 상품은 절대적으로 보험사에 불리한 상품이었다. 보험금 지금 거부 당시 입증 의무가 ‘보험사’에 있었기 때문에 딸들의 상태(?)를 전후로 살펴볼 수 없는 보험사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정보의 비대칭성 하에서 애초 고객으로 삼았던 소비자층이 아닌 정반대 혹은 예상치 못한 소비자층이 고객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의 정당들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한다고 치자.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경선 참여 경력을 확인할 수 없는 정보의 비대칭성에 빠진다면 개인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당에서 가장 무력한 후보를 지지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서 유력한 후보를 지지하는 행위를 하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역선택’이라고 한다.

또한, 순결보험을 든 부모는 보험금 수급을 염두에 두어 딸을 감시하지 않고, 방치(?)해버기도 한다. 이는 보험사와 부모의 ‘본인-대리인 관계’와 정보 비대칭성에 의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한다.

고신대 총여학생회 혼전순결 캠페인
고신대 총여학생회 혼전순결 캠페인

아마도 고신대 총여학생회에서 준비한 ‘은반지’는 ‘혼전순결’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관련 없는 사람들의 차지가 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어차피 서약 캠페인을 해도 ‘이미 깨졌는지’, ‘깨질지’ 주최 측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혼전순결 캠페인을 통해 은반지를 받은 사람이나 커플이 웃고 있다면 이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이 은반지를 팔고 주최 측을 엿 먹일 것이다.

그래도 모르는 게 약이다.

임형찬

헬조선 개청년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