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가 저지르는 사고 2가지

필자는 선물옵션 트레이더로 6년여를 생활했다. 지난 2년간 불리오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일반인들에게 꼭 필요한 반자동화 매매 시스템과 교육 시스템은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하며 소통하고 있다.

그와는 별개로 프로투자자로 살면서 느낀 점들을 동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시간이 날 때만 쓸 것이기 때문에 다소 느려질 수 있는 점은 미리 양해를 부탁드린다.

선물옵션 트레이딩룸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가지고 선수들을 고용해서 운용을 시키는 곳이다. ‘선수’의 조건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 ‘신기하게 돈 버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수익으로 ‘증명’만 하면 뽑아서 운용해본다.

경영진은 물론이고, 학계나 업계 전체에서도 이들 트레이더들이 구체적으로 돈을 어떻게 찍어내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일종의 전문 도박꾼인 셈인데, 그래도 회사가 어려울 때 수익을 계속 내주다 보니 반신반의하며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트레이더들도 회사나 심지어 동료들에게 자신의 매매기법을 죄다 설명하진 않는다. 일종의 영업기밀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가 힘든 면이 있다.

사진=픽사베이

설명해준다 한들 리스크 관리팀장이 트레이더 출신이 아니라면 애초에 리스크의 본질을 전부 이해하긴 어렵다. 게다가 돈 잘 버는 직원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풍토 때문에 더더욱 관리가 어렵다. 이러한 문화 때문에 수많은 금융 사고가 발생해왔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트레이딩룸은 기본적으로 매우 ‘비대칭적인 협상’이 오가는 곳이다. 아주 쉬운 매매를 하고 있어도 돈을 꾸준히 벌면 높은 인센티브율을 보장받을 수도 있는가 하면, 몹시 어려운 매매를 하고 있어도 손실이 발생하면 아차 하는 순간 잘린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돈 버는 트레이더는 데리고 있고, 돈 못 버는 트레이더는 이유 불문 잘라버리기를 반복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마디로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특수능력을 지닌 ‘용병집단’이다.

이런 정체불명의 집단을 경영자는 왜 데리고 있는 것일까? 한 회사의 경영수익이 소수의 전문 타짜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은 증권사가 아니라면 그 어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 사업체에게도 용인하기 힘든 일이다.

그런데 왜 증권사만 이것을 당당하게 지속하는 것일까? 우스갯소리로, 경영자의 임기가 워낙 짧아서 사고가 날 때 나더라도 자기 임기만 잘 채우면 된다는 식이란 속설도 있다.

즉, 아주 위험한 매매를 하는 트레이더라도 단기적인 의미에선 수익에 보탬이 되니 경영진 개개인의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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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만 트레이딩 팀들을 위한 변호를 덧붙여본다. 관리자가 트레이딩 기법을 전부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절대적인 손익에 대한 관리는 매우 철저하다.

예컨대 하루 손실 한도가 1000만원이라면, 손실 한도를 1원이라도 어긴 사람에겐 경고가 들어가고, 3회 어긴 사람에겐 매매 정지가 내려지고, 월간 손실 한도나 분기 손실 한도를 못 지키는 사람, 수익을 못 내는 사람은 재빨리 해고된다.

손실 한도라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 자체가 다양한 리스크를 높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손실 한도를 어기고 발생시킨 손실에 대해서 회사가 개인 트레이더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음을 계약에 명시한다. 회사로서는 이론적인 손실 가능 폭이 한정된 셈이다.

수익을 못 낸다는 개념 자체도 잔인할 정도다. 연간 자기 밥값인 2억원 수준을 못 벌면 잘린다. 그런데 초기엔 리스크관리가 철저하므로 2억원을 벌 수 있는 자원을 거의 안 준다. 매매의 질과 손익의 안정성, 칼 같은 손실 한도 실행으로 회사와의 신뢰가 어지간히도 쌓여야 자기 밥값을 할 기회나마 온다.

주니어가 양성되기 매우 힘든 조건이다. 그런데도 주니어를 양성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트레이딩룸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필자는 항상 윗분들께 건방질 정도로 호소해왔다. 안타깝게도 나도 여러 후배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을 경험했다.

사수 잘 만난 부사수들은 몇 년간 돈을 못 벌어도 안 잘리기도 한다던데, 아직도 생각할 때마다 속 쓰린 기억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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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딩 생활을 하며 가장 두려운 단어는 ‘사고’였다. 사고는 두 종류의 사고가 있다. 본인이 매매하다가 얼어버려서 생기는 사고순수한 착오매매 같은 것이 있다.

손실 한도를 못 지키는 데서 생기는 사고, 트레이더는 물론 모든 투자자가 살면서 한 번쯤 겪어 볼 것이다. 트레이더는 트레이딩이 잦다 보니 인생에 여러 번 겪는 사람들도 있다(그 전에 잘리지 않았다면).

특히 예상치 못한 변동성 때문에 예상치 못한 손실 폭에 놀라서 정신이 날아가 버리는 경우를 아주 많이 봤다. 눈앞에서 커리어는 물론이고 인생마저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터. 어제 새 자동차를 샀는데 오늘 말도 안 되는 손실을 보면서 당장 내일부터 직업을 잃을 것이고, 자동차 할부금은커녕 전세대출도 못 갚게 생겼고, 엄밀히 말하면 구상권 청구 재판이 이어지며 파산신청을 하고 이혼절차를 밟는 자신의 미래가 상상이 될 때 사람은 누구라도 얼어버릴 수 있지 않겠는가. 처음 겪어본 상황이라면 말이다.

최순실이 검찰 앞에 섰을 때의 느낌이 아닐까. 진짜 X 됐구나, 하는 생각이 피부로 확 와 닿는 그 순간 말이다. 이럴 때 대개는 포지션을 청산조차 못 한 채 손실이 급격히 불어나게 된다.

그래서 이럴 땐 경험 많은 시니어가 차분하게 해당 트레이더를 밀쳐내고 청산 주문을 넣어준다. 안타깝게도 이런 케이스들은 대개 청산 타이밍을 놓쳐서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추가된다.

1억원에 끊었으면 좋았을 것을 10억원에 끊으려고 하니 유동성이 없어서 30억원에 끊는 식이다. 유럽사태 때는 한 선물옵션 투자자문사에서 700억원짜리 손절매 청산이 이뤄지기도 했다고 한다. 소문에 의하면 대표이사가 운용역들을 밀쳐내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버티다가, 한 운용역이 쌍욕을 하면서 대표이사를 내동댕이치고 청산했다고 한다.

100억원에 끊었으면 회사가 큰 타격을 입긴 했겠지만, 후일을 도모할 수 있을 정도였을 텐데 정신적 혼란에 빠진 대표 덕에 임직원이 줄소송을 당했음은 물론 투자자들의 피해가 쓸데없이 막심해졌다. 마지막 남은 손실 한도라는 약속을 멘붕으로 인해 지키지 못한 것이다.

누군가의 손절성 포지션 청산만큼 투박하고 무식한 매매가 없다. 한 주요 주체의 손절매가 촉발될 때는 하늘에 불꽃이 터지듯 장렬하고 안타깝게 시장에 각인을 남긴다. 물론 그때까지 자금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겐 매우 큰 기회이기도 하다.

조지 소로스는 이런 손절매 촉발 타이밍에 대한 전문성이 대단했고, 나 역시도 이 특정 타이밍 매매를 많이 활용했다. 연구만 많이 하면, 되려 쉬운 매매다.

반면 조지 소로스도 1987년 검은 월요일 며칠 후에 손절매 주문을 냈다. S&P500 롱, 일본 숏을 가지고 있던 조지 소로스가 2차 하락의 징조를 보고 시장가에 손절매 주문을 걸자 이 주문의 막대한 사이즈에 놀란 브로커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소문이 퍼졌다.

소로스의 후계자로 지목받으며 절친하게 지내던 드러큰 밀러도 당시에 대량 매도 주문으로 호가가 50% 밀리는 것을 보며 이것이 바닥이다 생각하고 재빨리 매수 주문을 들어갔다고 한다. 오후에 소로스한테 전화해서 ‘소로스 형님! 시장이 더 빠질 수 있다고 며칠 전에 말씀드렸는데 오늘 아침에 이상한 놈 손절매 치는 거 보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형님이 맞았어요. 지금이라도 사야 해요!’라며 눈치 없이 떠들었다고 한다.

소로스는 ‘난, 당분간 상처를 핥으며 잠수 탈거야’라고 전했다나?

이런 게 사고인 셈이다.

한맥투자증권 주문 실수 사고(출처 MBC)

반면 착오매매 사고도 자주 나타난다. 소위 ‘한맥 사태’가 가장 유명했지만, KTB 증권도 알고리즘의 어처구니없는 오류로 100억원대 손실이 난 적이 있었다. 비슷한 건수는 작고 큰 차이일 뿐 많이 있었다. 다만, KTB 증권에서 문제의 사고가 터진 2013년 6월 25일 나는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어제처럼 생각이 난다. 해괴한 사건이었다.

나는 당시 새로 적응한 매매 스타일로 특히 그날 역대 최대 손익을 벌고 있었다. 아침부터 느리게 움직이던 하락 추세에 편승해서 풋옵션을 아주 많이 매수하고 있었고 시장은 약속된 패턴으로 하락하여 옵션들이 들썩이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트레이딩룸에서 매매를 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오후에 엄청난 주문사고가 선물 시장에서 나타나더니 본부가 술렁거렸다. 주문사고의 규모 때문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선배들이 서로 부르고 뛰어다니고 난리가 났다.

매매에 방해될까 봐 나한텐 정확히 설명해주진 않았는데, 우리 팀에 갓 전입해온 분이 연루된 악성 사고였다. 심지어 그분은 당일 출근도 안 한 상태. 금요일 날 나한테 ‘천 과장의 매매를 보고 있으니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매매 기법을 완전히 바꿔보고자 한다’라는 불길한 소리를 남기고 휴가를 낸 상태였다. 어떻게 휴가를 낸 분이 이런 사고에 엮여 있는가, 머릿속에 온갖 께름칙한 생각들이 스쳐 갔다.

그 직전 2년여를 우리 팀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인생을 전부 쏟아부은 터였다. 당일 매매를 정리하고 축하받을 새도 없이, 상황이 얼마나 상상을 초월한 영역에서 발생했는지를 전해 듣고 충격을 받았다.

소위 KTB 사고라고 불리는 이 사고는 다음번에 그 내용과 함의 점을 한번 깊이 있게 다뤄볼까 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시대가 오면 어설픈 팀들에서 수없이 반복될 사고들이기 때문이다.

다음 기사 수십억 수익내는 슈퍼 트레이더, 제자 어떻게 키우나

천영록

한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두물머리를 만들고 있는 천영록입니다.
juliusch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