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은 철학이다

햇볕정책은 정책이 아니라, 철학이다.

햇볕정책은 원래 이솝우화에서 유래했다. 나그네의 옷을 어떻게 벗길 것인가? 강풍이 아니라, 햇볕이 결국 옷을 벗겼다는 이야기다.

이솝우화를 빌려 온 목적은 바로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였다. 김대중 정부가 처음 햇볕정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을 때, 북한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강풍이든 햇볕이든 자신들을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문제 삼았다.

이솝우화 해와 바람

그래서 햇볕정책은 냉전 보수세력들이 주장하듯이,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이 아니다. 퍼주기도 아니고, 뭘 양보하는 정책도 아니다.

이후 햇볕정책의 공세적 의미를 굳이 드러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을 받아들여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으로 변경했다. 햇볕정책이든 포용정책이든 엄밀하게 말하면 정책이 아니라, 대북접근법 혹은 대북 철학이다.

햇볕정책이라는 대북 철학의 핵심은 ‘접촉을 통한 변화’다. 김대중 정부가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을 높이 평가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 혹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할 때, 당연히 공과 과가 있다. 잘한 것은 계승하고, 잘못한 것은 고쳐야 발전이 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말이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처럼 햇볕정책의 공과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 접촉을 통한 변화는 정책보다 상위 개념이다. 그 정신이나 철학을 인정하거나 부정하는 것이지, 공과 과라고 할 수 없다.

안철수 후보의 해명을 보면, 햇볕정책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냉전 수구세력들이 비판하면, 이렇게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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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이야말로 햇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호남에서 표를 달라고 할 자격이 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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