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여성할당제’ 공약에 오유 일부서 ‘보이콧’ 논란

사회 여러 영역에 여성할당제 도입을 늘려나가고 임금 격차를 임기 내에 OECD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문재인의 공약이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유머’(오유)에서 논란을 일으킨 적 있다. 그러나 여성할당제를 확대한다는 논의는 문재인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다르지 않다.

친문재인 성향으로 꼽히는 오유 게시판 중 한 곳인 군대 게시판에서는 노골적으로 문재인을 비토(거부)했다. 상당수는 이 문재인 비토 현상을 비웃거나 무시하고 지나가지만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진=허핑턴포스트코리아

현재 고위직은 물론이고 각종 기업과 공공기관 할당제 도입과 임금 격차 논의는 세대라는 변수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 임금 격차는 지금의 20~30대 남녀에게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취업준비 중이거나 지금 막 취업한 사회초년생인 20~30대 남녀에게 승진경쟁에서 유리천장이 작용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특히 취업난에 시달리고, 어렵게 취업의 관문을 뚫은 순간을 막 지난 이들이 취업 문턱에서부터 할당제 도입 논의를 듣는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은 당연하다.

임금 격차 문제나 승진 대상자 중 여성 비율을 늘리는 핵심은 강제적 할당제가 아니라 노동시간 줄이기와 일자리 나누기이다. 임금 격차와 유리천장 문제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이 아니라 장시간 노동시간 구조가 보상과 승진체계와 연동되면서 생기는 결과와 더 가깝다.

2016년 연령별 남녀 월평균 임금(출처 통계청)

지난 2015년 기준 한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OECD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시간 구조 속에서 경력단절 등으로 다수의 여성이 노동시장에서 탈락한다. 유리천장 문제 이전에 애초 결혼 후 직장에서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는 여성 인재풀 자체가 적다.

이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할당제를 골자로 한 성 평등 정책은 문제의 핵심에서 비켜 나갔다. 할당제는 성 평등에 별 효과도 없고 역차별 논란을 부추기기만 한다.

2016년 여성의 생애주기별 경제활동참가율(출처 통계청)

외국에도 고위직 여성할당제 도입 선례들이 있었다. 지난 2008년에는 이탈리아판 도널드 트럼프라고 할 수 있는 베를루스코니조차도 남녀 동수 내각을 시도했다. 같은 해 프랑스 보수 정권인 사르코지 역시 남녀 동수에 가까운 내각을 구성했다.

여성할당제의 취지는 여성이 사회지도층에 진출해서 나머지 여성의 지위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막연한 기대 외에는 실증된 바가 적다. 할당제의 실질적인 효과는 상징적인 것 외에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높은 자리의 여성이 낮은 자리의 여성을 끌어올려 줄 것이라는 고위직 여성할당제에 대한 사회적 기대는 일종의 ‘트리클 다운·낙수’ 효과에 대한 맹신적인 진보 버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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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성 평등 정책 논란의 핵심은 성별갈등보다는 세대갈등이다. 여성할당제를 골자로 하는 성 평등 정책의 상당수는 불평등한 구조를 만든 책임을 20~30대 남성들에게 부과한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을 불러 올 수밖에 없다.

한편 이미 사회 여러 분야에서 기득권을 차지한 40~50대 엘리트 남성들은 20~30대 남성들에게 ‘그동안 여성이 차별당해 왔으니 너희들이 양보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86세대로 불리는 40~50대 남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여론과 담론을 만드는 위치에 있다.

‘N포 세대'(출처 YTN)

진중권의 표현대로 남근다발이다. 그러나 ‘늙은 남근다발’이다.

일부 20~30대 남성들은 이들이 만든 담론장의 구도 자체가 불공정하며 자신들을 바보 취급하고 있다고 격분한다. 20~30대 남성들도 문재인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안다. 위선적인 성 평등 담론의 문제는 진보·보수 가릴 것 없는 일종의 담론 구조 자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겠지만, 군대 게시판 유저들 상당수가 문재인 외의 다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보이콧을 하겠다는 것이다. 홍준표를 지지한다기보다는 담론의 장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보이콧 의사 표시가 아직은 인터넷 커뮤니티 수준에서 여론화되는 단계이지만 커뮤니티 수준을 넘어선다면 상당히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여론이 위험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이같은 의사 표현의 메시지를 기성 정치권에서 제대로 경청해야 한다.

박가분

경제학 석사. 프리랜서 작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단행본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paxwoni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