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 내쫓는 김종인 선거전략 “20대 총선, 사실상 게임 끝”

지난 한 주 동안은 컷오프되었지만 후보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당 지도부의 ‘선거 전략’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흔히 집토끼와 산토끼론이 나올 때도 말을 하기 어려웠는데, 페이스북을 보면 ‘김종인 대표’의 전략을 두고 ‘현명하다’라는 칭송이 많은 듯해 내 의견을 한 번쯤은 밝혀야 할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선거 평론과 전략은 ‘직관’에 의존하는 편이다. 그나마 데이터가 있다고 해도 ‘여론조사’라는 지엽적인 통계 데이터로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민 정치컨설턴트’ 같은 메이저 컨설턴트나 새누리당의 ‘여의도연구소’ 그러하다.

즉, 우리나라의 선거전은 객관성이 아직 덜 발달되어 있다.

그러나 선거전의 정석을 누가 더 잘 따르고 있나를 살펴보면 다름 아닌 새누리당이다. (여론조사라는 한계는 가지고 있지만, 철저히 금기는 피한다)

많은 야권 지지자들과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사람들이 ‘정석’을 어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중도층’에 대한 인식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유권자 선택에 관해 연구한 수많은 ‘사례’를 보면 결국 전통적인 선거전이나 ‘SNS’로 이동한 선거전 모두 면대면(face to face)와 그에 따르는 접촉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찾을 수 있다.

즉, 생판 모르는 남이 와서 ‘SNS’로 방대한 선거 정보를 뿌려 받자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SNS 맹신자들의 함정 포인트)

최소한 무당층이 평소에 알던 사람으로부터의 속칭 바이럴 마케팅이 더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거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이러한 활동에 충분히 봉사할 수 있는 강성 지지자들의 확보가 필수 요소이다. 즉, 집토끼를 불만족시키며 산토끼 사냥을 나가는 것 자체가 전략적 미스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 캠페인의 전파력에서 정점(node)의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사실 참여정부의 탄생과 박근혜 정부의 탄생에서 이 점은 크게 주효했다. 주로 개인의 사회 망에서 정점은 40~50대에서 가장 많은데, 이러한 패러다임이 무너진 시기가 바로 2000년 즈음 인터넷의 탄생이었다. 당시에 2030 세대는 인터넷망과 모바일 기술을 통해 기성세대보다 더 많은 정점을 확보했었다. 그래서 선거전의 접촉면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반면 2012년 대선은 40대 이상조차도 속칭 카카오톡을 이용하고 모바일을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기존의 오프라인 사회관계망에 모바일 정점(node)으로 선거전을 극대화했다. 그래서 결집률을 최대한 확보했고, 새누리당은 그러한 방법을 지속해서 쓰고 있다. 즉, 네거티브에 대한 정보를 지속해서 메신저를 통해 유포하는 형태였다. (세월호 정국 등에서도 나타났다.) 아무튼 새누리당은 이러한 정석을 잘 밟고 있다.

그래서 집토끼라는 자신의 강성지지자를 통해 무당층에 권유를 한다거나 또는 최소한 상대 정당에 투표하지 말아야 할 작업을 지속해서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갈무리

그러나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를 보면 이러한 선거전의 정석은커녕 모바일 시스템에 대해서도 무지한 사람이 당권을 차지하고 있다.

안보 분야에서 우클릭을 하여 무당층을 확보한다고 한다. 그래서 기존의 이념을 일정 부분 버리고, 기존의 정치인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중도 혹은 무당층이 포용할 수 있는 정당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무당층·중도층에 접근하는 것은 면대면 접촉에 있어 정점(node)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런데 애초에 그 정점들인 ‘충성도 높은 지지자’ 계급을 이탈시킨 전략이라는 것은 애초에 무의미하다. 본원적인 정점의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거기서 남은 정점으로 면대면 접촉을 해봤자 포섭되는 유권자는 극히 적기 때문이다.

흔히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인데, 이 경우에는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하는 바보 같은 결정에 가깝다. 게다가 이 면대면 접촉에 앞서서 중도층·무당층에 필요한 것은 계급 인식이다. 선거 전에서 정당 결정은 계급인식에 기인하는데, 주로 중도층과 무당층은 그 교집합이 매우 크다.

그리고 정치에 무관심한 무당층·중도층과 관심도가 높으나 핵심 의제에 따라 지지 정당을 바꾸는 나름대로 정치 참여도가 높은 무당층·중도층의 비율을 살펴보면 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8:2의 비율에 근접한다.

이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후보 간 선명성에 의해 계급을 인지하는 경우. 즉, “XXX 후보는 **** 계층의 후보자이다.” “ㅁㅁㅁ 정당은 **** 계층의 정당이다”라는 인식이 뚜렷해야 한다. 가장 뚜렷해지는 계급 인지는 ‘자산 수준’, ‘종교’, ‘지역’, ‘나이’이다. 고차원적인 의제는 투표는 하되 지지정당을 바꾸는 중도층에게는 유의미하지만 애초에 투표에 잘 나서지 않던 중도층에게는 부차적인 고려대상이었다.

즉, 산토끼라는 중도층에 접근할 때에도 일차적 고려대상인 계급 인식을 심어주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 전에 선행되는 것이 정점(node)의 확보이고 말이다.

오바마의 선거전이나 유럽의 풀뿌리 선거전의 기본 틀은 이렇다. 아무리 SNS로 날고 기어도 그걸로 붐을 일으킬 순 있어도 숨어있던 표를 확보하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지인들에게 ‘권유’를 하는 형태에서 출발한다. 즉, 신뢰성은 면대 면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SNS에서 아무리 홍보를 뿌려봐도 중도층·무당층은 신뢰성에 의문을 가진다. 애초에 큰 관심이 없었기도 하고, 그저 ‘소음 공해’로 인식한다. 그러나 자신이 실제로 신뢰성을 가지고 만나는 사람에의 권유라면 사정이 다르다.

즉, SNS 전략을 쓰더라도 임시계정을 통한 노출 확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충성도 높은 지지자의 개인 계정을 통해 특정 정당의 우호도가 전파되는 게 유효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보수 단체들이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운영하며 콘텐츠를 전파하는 방식은 내용의 신뢰성을 떠나 형식 차원에서는 매우 정제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즉, 이 내용을 ‘지지자’들이 개인 계정으로 공유하게 되면 그 개인의 무당층 지인들이 그 내용을 신뢰하게 하는 형태로 확장하고 있다. 기존 지지자들을 정점(node)으로 사용한다는 선거전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현 더불어민주당은 그렇지 못하다. 심지어 강성 지지자들이 전파할 수 있는 콘텐츠를 스스로 막아버린 일이나 자발적으로 권유할 수 있는 지명도 있는 후보들을 숙청함으로써 정점(node) 자체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사실상 이번 총선은 게임이 끝난 셈이다.

심지어 여전히 중도층에 대한 환상이 많은 듯하다. 중도라는 것은 각각의 분야별 의제에 대해서 정당의 정강을 왔다 갔다 하는 의제 선호도를 가진다. 무당층이란 각각의 정당에 대한 지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구체적 의제에 대한 조사가 없는 이상 이 중도·무당층은 ‘정치의식’이 높지만, 충성도가 낮은 유권자층과 ‘정치의식’이 낮아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계층이 묶여있다고 봐야 한다.

몇 번의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이 중도·무당층에서 어떤 쪽이 많으냐는 자명하다. 바로 후자가 훨씬 많으므로 전자의 목소리에 따라 정당의 정강을 바꾼다 하더라도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자가 선호하는 의제를 선별해서 들려주는 방식이 정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더 많은 지지층을 확보하는 전략인데, 이런 전략이 가능한 것은 바로 빅데이터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바마의 선거전이 이러했다. 반대로 전자가 싫어하는 의제를 상대 당이 펼치고 있다는 것을 부각하는 것이 바로 ‘네거티브’의 정석이다.

선거전에서 집토끼는 절대 이탈시키지 말아야 할 대상이다. 즉, 집토끼까지 이탈시키는 네거티브가 성공한다는 것은 게임이 끝났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발적으로 집토끼 이탈을 유발하는 선거전이 성공할 리는 없다. 앞서 말한 정점(node)의 상실도 그렇고, 중도층으로 얻을 수 있는 수와의 비교에서도 차이가 난다.

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과연 이러한 미국·유럽의 캠페인 사례와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것도 문제지만 주요 지지계층이 이용하는 정점(node)의 수단을 잘 이해하느냐도 의문이다. 70세가 넘어 카카오톡이나 겨우 하는 분이 다른 SNS 매체를 무시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지면 신문의 여론으로 자당의 미래를 평가하니 당연히 실수가 나오는 것이다.

열세인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는 사실 좀 더 IT 기술로 지지 계층을 세부적으로 분류하는 것에서 출발했었어야 했다. 직관에 의존한, 썰에 의존한, ‘큰 그림’이라는 빌미로 행하는 근거 없는 판단이 아니라 정말 자신들의 정강에 호응하는 열성 지지자와 그렇지 않은 유권자들이 어떤 의제에 반발을 해왔는지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했었어야 한다.

그래야 SNS 선거전을 치르든 슬로건을 만들던 매체(어떤 수단)를 동원하든 어떤 네거티브를 걸든 확실히 할 수 있었다. 경험과 감에 의존하는 무당 정치 말고 말이다. (이런 작업 없이 손혜원 위원장을 일 시킨다는 것 자체에 미안할 뿐이다. 별로 효과가 없으니 말이다)

냉정하게 현시점에서 총선 승리? 120~130석은 정말 희망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있는 의석 지키는 판도 스스로 걷어찼다. 정청래 의원의 막말? 정당 투표할 때 그걸 의식하고 투표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박영선의 ‘동성애’ 발언으로 20대 여성 유권자는 대거 이탈했다. 박영선 의원이 정당 지도부라는 사실 자체 때문에 정당 지지마저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대안 정당은 많으므로… (20대 여성 유권자가 동성애에 가장 관용적이며, 투표율도 높다.)

위의 내용은 실제 미국과 유럽 선거전을 분석하고 연구한 저서들을 통해 입증된 내용. 간단하게 EBS에서 나온 <킹메이커>라는 다큐멘터리만 봐도 나오는 내용이다.

폴 라자스펠드 버나드 베럴슨 하젤 고뎃 <국민의 선택>, 고한석 <빅데이터, 승리의 과학>, EBS 제작팀 <킹메이커> 이 정도만 읽어도 이상한 선거 판세 분석은 안 할거다.

임형찬

헬조선 개청년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