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사태와 흑주술 시전한 정의당의 ‘공동정부’ 제안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앞당겨 열린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선출로 막을 내렸다.

낙선한 후보들은 저마다 실망과 희망을 안고 새로운 정치 인생을 시작했다. 이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다.

사진=SBSCNBC

이번 제19대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는 6.2%의 득표율로 역대 대선에 나선 진보정당 후보 중 최다 득표를 했다. 현역 의원 6명인 군소 정당으로선 엄청난 선전을 한 대선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여유 있게 승리하지 않았다면 심상정 후보가 그만큼 표를 얻을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12일 갤럽에서 발표한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설문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은 이유의 6%가 ‘당선이 확실해서’였다.

이 중 얼마나 많은 표가 심상정 후보에게 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심상정 후보가 6.2%의 득표율을 올리는 데 문재인 대통령의 확실한 우세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정의당의 대선 후 행태
하지만 대선 후 정의당에서 이런 사실을 직시하는 이들은 없는 듯하다. 심상정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개혁을 위한 공동정부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반대로 대선 전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한 ‘사표론’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저주하는 이까지 나왔다.

지난 10일 대선 개표가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날 오전,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와의 협치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협력은 당 대 당의 협상을 통해, 개혁을 위한 공동정부 구상이 되어야 한다 말씀드렸다. 한두 사람 입각의 문제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 분명히 한다”라고 답했다.

이에 반해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 이광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서 사표 심리로 심상정 후보 표를 가져갔다”라며 “민주당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문재인 정부 저주하며 전쟁 시작하겠다. 모든 방식을 동원해 저주(흑주술)를 퍼붓겠다”라고 했다.

사진=정의당 이광수 페이스북

이에 한 네티즌이 “좀 봐주세요. 살살 달래가면서 가르쳐야죠. 화 푸세요”라고 댓글을 달자 이광수 위원장은 “제가 지금 화난 걸로 보입니까? 강간당한 여성이 내는 게 화일까요?”라고 반박했다.

사진=정의당 이광수 페이스북

이후 총 15개의 문재인 정권을 저주하는 글을 썼던 이광수 위원장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당 당원들이 서운하다는 말을 하신다 해서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상처받은 정의당원들과 심 대표에게 사과드린다. 정의당 지지층을 끌어가려고 했다기보다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의 이동을 막으려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광수 위원장은 “우상호 사과를 받아들입니다. 저주를 끝냅니다. 어떻든지 간에 사과를 한 것이니 앞으로는 공포 조장, 사표론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저주를 끝냈다.

김칫국 마시면서 한편으론 저주 퍼붓는 정의당
마치 이중인격의 결정판을 보는 듯한 정의당의 이러한 행태를 하나하나 따져 보자.

우선 심상정 대표가 공동정부를 구성 요구는 정당한가? 공동정부라는 최소한 후보 단일화와 정책 조율 등의 과정을 거쳐 함께 선거를 치렀을 때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정의당 내부에서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권을 막기 위해 민주당과 정의당이 후보를 단일화했던 2012 대선이 문재인 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났다면 이런 요구를 해도 아무런 논란이 안 됐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각자 출마했고 단일화 없이 따로 선거 운동을 해서 완주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 정부 구성을 요구한다는 건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알 수 없다. 문재인 정부더러 정의당의 호구 노릇을 하란 정중한 표현 아닐까?

이광수 위원장이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사표 심리로 심상정 후보의 표를 빼앗아갔다’라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선제공격으로 도발한 건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다.

4월 21일 더불어민주당에 ‘선빵’을 날린 정의당 심상정 대표

심상정 후보는 지난달 20일 “이미 정권 교체는 이루었다, 사표는 없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21일에는 “민주당에서 대량 난민사태가 날 수 있도록 제가 확실히 하겠습니다”라며 ‘선빵’을 날렸다. 23일에는 “대세에 편승한 표야말로 사표”라고까지 했다.

사진=YTN

이에 반해 이광수 위원장이 문제 삼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정의당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해도 된다”라는 사표 발언은 이달 1일에야 나왔다. 자기들이 먼저 도발해 놓고선 이에 반론을 펼치자 ‘방귀 뀐 놈이 성내’는 행태를 보인 셈이다.

그리고 갤럽 설문 조사에서도 보듯이 문재인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한 이 중 6%가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가 꽤 있었다. 이 중 상당수는 심상정 후보에게 투표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결과가 확실한 이번 선거 지형의 혜택을 받아놓고선 오히려 남 탓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의당의 이러한 억지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사사건건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한나라당과도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의 개혁은 좌초했으며 민주노동당도 2008년 총선에서 의석수가 기존 10석에서 5석으로 반 토막 나는 몰락을 겪었다.

정의당은 잘 판단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통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인지 성공을 통해 함께 과실을 따 먹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참여정부 때 진보정권의 실패로 함께 몰락했던 경험에서 값진 교훈을 얻었길 바란다. 지금까지 해 온 행태를 봐서는 역시나 쇠 귀에 경 읽기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김준 기자

리얼뉴스 편집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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