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대선으로 본 유럽 극우파의 부상

[논평] 녹색당 출신 당선자 vs. 극우 포퓰리즘 부상···소수자 증오에 저항하며 담대한 연대 조직해야

오스트리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무소속 알렉산데르 판 데어 벨렌 후보가 승리했다.

판 데어 벨렌 후보는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녹색당 대표를 지내며 당의 지지율을 두자리수로 올려놓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번 대선에서도 오스트리아 녹색당의 공식 지지를 받았다. 오스트리아 최초의 녹색당 출신 대통령 탄생이다.

독일이나 스웨덴의 녹색당처럼 소수여당으로 연립정권에 참여하거나, 핀란드나 콜럼비아의 녹색당처럼 대선 결선투표까지 진출하는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투표자 과반의 지지를 확보한 것은 녹색당 역사에서는 아직까지는 생경한 이변이다. 의회중심제에 가까운 이원정부제에서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권한은 평상 시 매우 한정적이지만, 대통령선거는 민심의 동향을 가리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판 데어 벨렌 당선자와 오스트리아 녹색당 당원들께 축하하는 마음을 전한다.

판데어벨렌 후보와 호퍼 후보(사진 왼쪽부터. 출처 레디앙)
판데어벨렌 후보와 호퍼 후보(사진 왼쪽부터. 출처 레디앙)

녹색당의 승리 말고 극우파의 패배라는 측면에서도 기적의 드라마였다. 극우 성향 자유당의 노베르트 호퍼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개표에 들어가서야 예상을 깬 초박빙을 확인했으나 부재자투표함을 개봉하기 전까지만 해도 판 데어 벨렌 당선자는 근소하게 밀려나 있었다.

하지만 ‘EU 최초의 극우 대통령’이 ‘녹색당 출신 대통령’으로 바뀌는 대역전극이 일어났다. 녹색당뿐만 아니라 극우 집권을 막으려는 좌파 그리고 우파의 정당과 지지자들이 두루 합심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호퍼 낙선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번 득표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표현했고 엄지를 지켜든 사진과 함께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 극우파 자유당의 후보는 다자구도인 1차투표에서 판 데어 벨렌보다 15%포인트 높은 36%를 득표하며 기염을 토했고, 결선에서도 투표자 절반 가량의 지지를 모았다.

극우파와 ‘정상적’ 우파의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판 데어 벨렌 당선자조차 극우파를 지지한 대중을 배격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우리는 오스트리아 대선에 드리워진 어둠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사회 극우파의 기둥은 이민자와 외국인들에게 사회위기의 원인을 뒤집어씌워 배척하는 포퓰리즘이다.

오스트리아 자유당뿐만 아니라 이미 맹위를 떨친 프랑스의 민족전선, 영국독립당, 독일을 위한 대안, 스웨덴민주당 등이 대표적인 극우정당이다.

이들은 경제위기와 대량실업에 따른 서민과 중산층의 불만을 이주민을 향해 이끌고 있다. 유럽뿐인가. 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든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있다.

먼나라 이야기도 아니다. 한국사회에서도 이주민은 툭하면 차별과 비하의 대상이 되고, 미등록 이주민에게도 기본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정책은 혐오와 저주를 받는다.

성소수자 차별 정책 때문에 비교적 가려져 있지만 한국판 극우정당인 기독자유당 역시 이민자에게 적대적이다. 우리 녹색당도 지난 총선에서 이주민 정책이 탈핵, 탈성장, 기본소득, 성소수자 인권 등에 관련된 정책보다 더 격렬한 반감과 항의를 받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소수자에 관한 불안과 증오가 급증하는 중대한 원인 중 하나는 단연 분배악화 및 양극화와 고용불안과 같은 경제위기다.

이번 오스트리아 대선에서 나타났듯 각국에서는 극우파의 부상과 함께 중도우파와 중도좌파의 약화가 선명히 나타나고 있다.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존 질서의 합의에 머무르고 있는 정치세력에게 대중은 기대를 버리고 있다.

한편으로 대중은 경제위기, 사회위기, 지구위기에 과감하게 대처하고 담대한 도전을 벌이는 세력을 원하게 된다. 문제는 극우파가 그런 세력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점이지만, 어쨌든 이제 자본의 독재를 조장 또는 방기하고 극우 포퓰리즘 앞에서도 움츠리는 ‘카르텔 정치’가 저물고 있다.

극우파의 반대편에서는 그리스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의 집권과 미국 대선의 ‘사회주의자’ 샌더스 돌풍, 제레미 코빈의 영국 노동당 당수 등극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카르텔정치의 붕괴가 필요하다. 지난 총선은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온갖 실정에도 불구하고 독주해온 새누리당과 양당체제에 안주해온 주류 정치권을 심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민주당계열은 여전히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제3당으로 떠오른 국민의당도 기성 정치권에서 파생되어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자리잡았을 뿐이다. 진전은 계속되어야 하고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우리가 이번에 오스트리아 정치에서 본 선거제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스트리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하여 다당제를 유인하고 있다.

또 이번 대선에서 나타났듯 한국과 달리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실시하지 않았다면 1차투표에서 1위를 기록한 극우파 후보가 그대로 당선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극우파의 집권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다양한 정당의 약진을 가로막았을 것이다.

한편, 오스트리아에서 중도우파와 중도좌파가 전통을 만들며 형성해온 ‘대연정’은, 시대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고 극우파에게도 밀려버리는 ‘정치카르텔’의 성격이 있지만, 동시에 극단적 흐름을 누그러뜨리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측면도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한국 정치에서는 보기 어렵다. 정치제도 혁신은 필수다.

정치제도 혁신은 녹색당의 이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실제로 혁신이 이뤄진다고 해서 녹색당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공산이 있다는 것은 뼈아픈 현실이다. 그래서 제도 탓을 하기보다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만 다양한 정치세력의 존재와 활동이 민의를 온전하게 대변할 수 있으며 폭력과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들이 힘을 키우는 것을 막고 제대로 된 경쟁과 합의제가 정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뿐이다. 정치가 그렇게 변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제도라면 녹색당은 언제든 어디에서든 주창하여 실현해나갈 것이다.

아울러 녹색당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 증오, 폭력에 맞서 싸울 것을 또 한 번 다짐한다. 악랄한 공격을 같이 맞는 한이 있어도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당으로, 또한 가난하고 쪼들리는 사람들이 소수자를 공격하여 불안을 해소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존엄과 권리를 쟁취할 수 있도록 연대하고 조직하는 정당으로 남을 것이다.

김승한 기자

의학전문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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