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 휘말리지 않고 대처하는 능력 키우는 합기도

생(生)과 사(死)를 다루는 것이 검술이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만큼 극심한 긴장은 없다. 그래서 목표의식이 뚜렷한 상황에서 무술을 통한 배움의 가치는 그 무엇보다 절박하다.

이러한 삶에 영향을 미치는 스승이 중요하다. 승부라는 하나의 화두를 놓고도 스승에 따라 의견이 달라진다. 나이나 경험에 따라 가르침도 달라진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는 이가 부러지도록 치고받고 싸웠지만, 졸업하고 나서는 싸워본 기억이 없다. 물론 위험한 상황은 있었지만 정작 마음 놓고 누구를 때려 봤다거나 그런 상황에 놓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학창시절 상문고등학교가 보이는 방배동 야산에서 필자와 친구

무술 도장은 예외였는데 기본적으로 상대를 폭력으로 대하는 것이 허용됐다.

자유당 시절 도장을 업으로 살아왔던 아버지 세대는 폭력이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인지 무술을 배우는 수련생이 많았다. 주로 성인들이었고 지금처럼 어린아이들 위주의 도장은 거의 없었다.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불가피한 폭력에 대비하려던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

강해지고자 하는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일 수밖에 없는 일반인이 폭력적인 기술이 다반사인 격투기에서 프로선수를 흉내 내며 승부를 가리려 할 때 폭력에 노출된 자신을 상해로부터 100% 안전하게 보호받기는 어렵다.

무술을 배웠다고 해서 모두 프로 선수처럼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억울하게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화두에 칼로 복수하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생각 없이 주먹질했던 사람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합기도는 매우 현실적인 대안을 가지고 있다.

만약 다가오는 적으로부터 위협을 느꼈다면 주변에서 눈에 띄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도구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싸워야 할 상황이 아니거나 상대를 얕잡아 볼 만한 이유가 있거나 아니라면 좀 더 안전하게 현실적인 해결을 하려고 노력했을 때다.

시합에 출전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우리 같은 일반인이 싸울 일은 거의 없다.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모든 싸움은 경찰서로 가게 되고 서로 잘못한 만큼 처벌을 받는다.

싸움은 피해야 한다.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지켜야 할 것이 없다면 싸워야 할 명분도 없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어도 대화로 해결한다는 표도르 예멜리아넨코(출처 MBC)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싸워야 한다. 근접전에서는 검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검을 가볍게 본 것이다. 검술은 그렇게 허접하지 않다.

또한, 칼을 들고 있는 자에게 주먹으로 싸우겠다고 접근하는 자도 무모하지만, 접근해서는 칼을 못 쓸 것이라고 생각하는 자도 검에 무지한 자다.

만약 근접전에서 칼을 쓸 수 없어서 유도를 배워야 하고, 떨어졌을 때를 위해 권투를 배우고 또 발차기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자가 선생이라면 그 제자들은 검도, 유도, 권투, 태권도를 모두 배워야 할 것이다.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자가 다양한 폭력에 대해서 걱정하는 꼴이다.

강아지도 자기를 해칠 사람인지 이뻐할 사람인지 알아본다. 하물며 인간이 공격 의도를 보이는 자에게 접근해서 얻어맞는 바보 같은 사람은 없다.

그런 현상은 엇비슷한 자들이 지지 않겠다고 맞붙었을 때나 일어나는 일이다. 만약 억울하게 당했다면 더 무섭고 강한 복수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강한 폭력적인 싸움이 아니라 그런 것에 휘말리지 않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출처 대한합기도회

검술의 강함을 익히고 그것을 사용해서 승부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욱하고 올라오는 폭력성을 자제시키는 법을 익히는 것이 더 현명하다.

합기도가 살벌한 검술을 설명하면서 유술을 가르치고 평화를 얘기하는 이유가 이런 것이다. 합기도는 “검술과 유술의 완벽한 조화”라고 오랫동안 설명했지만 알아 듣는 사람은 흔치 않다.

더욱이 ‘합기’가 추구하는 기술적 의미도 모른 체 합기도를 그저 3류 격투기로 전락시킨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공인 6단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합기도신문 발행인
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