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남녀’ 남녀 갈등 조장 프로그램인가?

강남역 살인사건과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아 티셔츠 인증으로 일어난 메갈리아 논쟁은 굵직한 국내외 사건·사고에 묻혀 사라진 듯하지만 사실 수면 속으로 가라앉을 뿐 각종 여초 사이트나 관련 뉴스를 통해 남녀 혐오주의는 지속해서 확대, 재생산되며 그 해악을 넓혀 나가고 있다.

강남역 살인사건

그런데 지상파 공영방송에서 버젓이 남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이 방영돼 충격을 주고 있다. 그 프로그램은 바로 <EBS>에서 월요일 오후 11시 35분에 방영하는 ‘까칠남녀’란 프로그램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남녀 간에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개성과 신념이 강한 출연자들이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주제란 것이 현시대 대한민국에서 핫한 소재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갑론을박이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후폭풍도 일파만파로 커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방영된 ‘까칠남녀’의 회차별 제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회 공주도 털이 있다
2회 오빠 한 번 믿어봐 ‘피임전쟁’
3회 우리 결혼 졸업했어요
4회 김치녀라 부르지 마라
5회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6회 벌레가 된 엄마 ‘맘충’
7회 나 혼자 한다
8회 여자도 군대 가라 1부
9회 군인도 사랑 받고 싶다
10회 미혼 우리 새끼
11회 라면 먹고 갈래?
12회 피 땀 눈물

임신과 결혼, 독신, 군대 등 대한민국 남녀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소재를 택한 제작진의 용기는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다루는 방식과 프로그램에서 문제적 발언을 하는 출연진들이다.

‘까칠남녀’ 출연진은 자칭 페미니스트 서민 교수, 보수적인 대한민국 남성상을 대변하는 정영진, 그 중간 입장인 봉만대 감독, 온건한 페미니스트 서유리, 강성 페미니스트이자 동성애자인 은하선 작가가 고정 출연하고, 이현재 철학가와 손희정 여성학자가 번갈아 출연한다. MC 박미선은 이들의 발언을 정리하면서 기혼 여성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중 몇몇 출연진의 발언 수위이다. 특히 페미니스트이자 메갈리안을 자처하는 서민 교수는 혐오적인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그는 과거 외모 때문에 심한 왕따를 당하고 검사 출신인 아버지에게 괄시받고 학대받은 충격 때문에 남성 혐오자(본인 말로는 페미니스트)가 됐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런 상처를 핑계로 남성 비하 발언을 공중파와 신문지면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내뱉는 행위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남성들이 방산비리 같은 것에 취약하다는 서민 교수(출처 EBS)

강성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은하선 작가도 마찬가지다. 여러 차례 한국 남자에게 상처를 입은 과거를 가지고 있고 이를 책으로도 쓴 바 있는 은하선 작가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로 인한 피해의식을 드러내고 한국 남성과 한국 사회에 대한 반감을 나타낸다.

이렇게 문제적 출연진이 두 명이나 있는 토크 프로그램이 과연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방송을 보면 기존 한국 남성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영진이 나머지 출연진들에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많다.

출연진 구성만 해도 정영진과 봉만대는 젠더 관련 활동을 한 적이 없는 이들인 데 반해, 그 외 출연진들은 페미니즘 계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이고 대부분 여성학을 근거로 주장한다. 당연히 정영진과 봉만대는 쪽수에서든, 이론에서든 밀릴 수밖에 없다.

출연진 구성에서뿐만 아니라 인터뷰이로 등장하는 남자들의 얼굴은 그대로 노출하는 반면, 여성들의 얼굴을 가리는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

까칠남녀 8회 ‘여자도 군대 가라’에 참여한 남녀 패널(출처 EBS)

이에 대해서 여성 출연자들은 신상이 공개돼 공격받을 것을 우려해서라고 하는데, 그럼 똑같이 남성 출연자들의 얼굴은 왜 안 가리는 것일까?

여성 출연자들의 주장이 터무니없고 과격해서는 아닐까? 실제로 여러 차례 ‘불꽃페미액션’이란 단체의 회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까칠남녀’가 이런 프로그램이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담당 PD들의 의도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BS <까칠남녀>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연출하는 이대경, 김민지 PD(출처 PD저널)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까칠남녀’ 제작을 맡은 김민지, 이대경 PD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여자가 불평등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남자 중심적인 사고가 있어서 그게 문제가 되지 않나.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 가부장적인 틀 안에서 여자가 겪는 차별이 많다. 우리가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남녀를 동등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에 대해 남자들이 오해하는 게 여자의 편을 든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여자의 인권이 신장하면 남자가 겪는 불평등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남자가 여자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어들지 않을까. 그래서 그 두 가지를 함께 다루려고 한다.
-김민지 PD

관련 기사
‘까칠남녀’ PD “출연자 인신공격 걱정, 큰 맥락서 봐주길”

맥락을 살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녀를 비교하는 게 아니라, 가부장적이고 남자 중심적인 사고에서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직 남아 있는 차별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거다. 아이템을 구성할 때 이건 여자의 불평등, 이건 남자의 불평등이라고 구분하는 게 아니라 차별적인 관념을 찾는 거다.
-이대경 PD

PD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보니 말로는 젠더 이슈를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남녀 간 분쟁을 더 조장하는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제작진은 시즌2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 공영방송에서 국민 수신료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되냐는 불만이 팽배해가는 시점이다.

과연 ‘까칠남녀’가 앞으로도 계속 제작될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 페미니즘의 민낯이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페미니즘은 점점 더 외면을 받을 것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