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를 위한 ‘주류 경제학’의 사기를 해부하다

[서평] <1%를 위한 나쁜 경제학> 존 F 윅스

주류 경제학은 어떻게 부자들에게 봉사하고, 현실을 은폐하고, 정책을 왜곡하는가.

<1%를 위한 나쁜 경제학>은 제목과 부제만큼 직설적이다. 에둘러 말하는 법 없이 정곡을 콕콕 찌른다. 모호하거나 양면적인 해석을 차단한, 패기만만한 경제학 저서이다.

<1%를 위한 나쁜 경제학> 존 F 윅스

이 책은 주류 경제학(mainstream economics), 주류 경제학자들의 사기를 상세히 해부하며, 이들이 시장 경쟁은 바람직하다, 시장은 본질에서 선하다는 심각한 거짓말로 부유층과 권력층의 이익에 봉사해 왔는지 파헤친다.

저자는 이들 주류 경제학자들의 헛소리를 폭로하고 무너뜨리는 것이 이 책의 목적임을 분명히 한다.

케인시언인 런던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른바 <주류 경제학, 주류 경제학자>에 대한 맹폭격을 가한다.

책 내용 중 ‘경제학자 식별하기’에서는 “우리가 만나는 경제학자는 십중팔구 ‘신고전파’ 경제학자이며 이들은 십중팔구 진부하고 반동적이며 따분하고 우월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고 신랄하게 말한다.

십중팔구 신고전파 경제학과 경제학자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오가다 가끔 대학생들이 옆구리에 낀 두툼한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레고리 맨큐의 <맨큐의 경제학>이다. 내가 일부러 본 건 아니지만 앞서 말한 책은 두께도 두께지만 당당하게 박힌 제목에, 책을 들고 다니는 대학생들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경제학에 관한 한 대학생들의 필독서 중 하나로 인식되어 있어 이 책을 읽는 것을 자부심을 가지는 듯 보인다.

‘학교’ 이준석 “하버드서 맨큐가 경제학 교수”(출처 jtbc)

나는 속으로 “아직도 여전히 맨큐의 경제학이구나······”

미국 부시 행정부를 비롯한 공화당의 경제 자문인 맨큐를 <1%를 위한 나쁜 경제학>의 저자는 사정없는 비판을 가한다.

“반동적 잡소리로 자기 명성을 갉아먹은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하버드대 경제학 학과장)는 2013년 학술지 논문 발표에서 <1%를 옹호하며>에서 말하길 ‘시민 대다수가 허용한다 해도 정부의 힘으로 타인이 노동한 결과물의 큰 부분을 빼앗는 행위는 부당하다’”

저자 존 F 윅스는 주류 경제학자를 ‘가짜 경제학자(econfaker)’라고 명명한다. 또한, 1968년 제정된 노벨 경제학상 역시 가짜 노벨상으로 군나르 뮈르달, 아마티아 센 등 몇몇을 제외하고 단연 반동적으로 대표적 가짜 노벨상 수상자는 진보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보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 하이에크 등 이들은 가짜 경제학의 아이콘이라며 맹비난을 가한다.

이 책은 서두부터 끝까지 버릴 말 하나 찾아보기 힘든, 문장 하나하나가 저자의 경제 철학을 간명하게, 적확한 표현력으로 매우 쉽고도 명징한 필치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저자는 단언한다.

“경제의 기본 작동원리를 이해하는 데는 경제학자가 필요하지 않다. 주류 경제학자, 즉 가짜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을 통달한 척하지만, 사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모호한 전문용어를 사용한다”

한국의 경제정책도 같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경제학자들이 줄줄이 입각한다. 경제부문은 조금이라도 명성을 얻은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버린다. 경제학 교수만 잘 등용하면 국가 경제가 잘 돌아가며, 국민 역시 경제부문은 경제학자들의 머리만 잘 빌리면 해결되는 문제로 여기며, “나는 경제문제에 대해서 몰라” 대부분 이런 식이다.

저자는 여기서 필자가 크게 공감한 <무지한 대중의 일반 법칙>을 말한다.

이는 “경제 정책만은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으로, 경제학자들이 무지를 조장해 왔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어렵고 난해한 학문이어서 보통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대중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언론과 정부와 기업, 대다수 국민은 스스로 경제학에 무지하다고 확신하는 것이 주류 경제학, 주류 경제학자들의 겁박이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이들 주류 경제학자, 즉 가짜 경제학자들의 주된 작업 도구는 수학으로 수학과의 공생 관계, 수학 이론의 가면을 쓰고 있다고 통렬한 비판을 가한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 그래프

대중들은 경제학에 사용되는 각종 도표, 수치에 약하고 둔감하다. 우리가 어렵지도 않은 경제학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주류 경제학자들이 사기를 치던, 황당한 모순투성이 궤변을 늘어놓던 ‘경제는 몰라, 경제학자에게 맡겨 둬!’라고 한다면,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결국은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

서구든 국내든 주류 경제학자들의 깊은 속내는 대중들이 계속 경제학에 대해 무지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저자가 명명한 ‘무지한 대중의 일반 법칙’대로 대중들이 무지할수록 그들은 더욱 숭배받으며 지혜가 뛰어난 것처럼 포장해서 팔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은 언제부터 경제학이라고 불렸을까? ‘사회과학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은 경제학에 대해 저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18세기 후반~19세기 중반까지 경제문제로 글 쓰는 사람을 ‘정치경제학자’로, 그 분야를 ‘정치경제학’으로 불렀다. 여기에는 카를 마르크스, 존 스튜어트 밀, 우익 국가주의자들까지 다양한 사상가들이 포함된다. 19세기 후반 주류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으로 명명. 그러다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등장했다. 케인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와 강력한 영향력으로 1935년부터 1975년까지 40년에 걸쳐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재창조했다”

알다시피 케인스 이전에는 ‘미시경제학’이라는 한 가지 영역밖에 없었으나 케인스는 ‘거시경제학’을 확립한 인물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던 1980년대부터 케인스학파는 제외되고 주변부로 밀려났다.

신자유주의 이념의 본거지 역할을 하던 시카고학파의 프리드먼이 했던 말은 유명하다.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다”

이들은 뛰어난 연금술로 케인스주의를 희석해 버렸다.

주류 경제학의 자리에 올라선 주류 경제학자들의 이론은 간단하다.

맨큐의 경제학(6판, 2013년)

“정부의 시장 개입은 나쁘다. 시장은 규제가 없어야 인간의 생활도 자유롭다”고 끊임없이 주장하며 우익의 확고한 경제 이념이 되었다. 시장의 미덕에 반하면 ‘사회주의 하자는 거냐?’, ‘공산주의 하자는 거냐?’며 비난한다.

주류 경제학은 시장경제의 중요성은 기업의 자유, 자본이동의 자유를 이념의 핵심으로 삼아 국가의 경제 간섭은 최소한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점에 대해서 저자는 잘 설명하고 있다.

“주류 경제학의 시장숭배는 경쟁으로 이어지는데 이들의 경쟁은 완전히 다른 경쟁이다. 의자를 차지하는 게임과 같다. 필연적으로 몇 명의(혹은 한 명) 생존자가 결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사회적인 결과를 낳더라도 규제하지 말아야 하나? 대중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규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기꾼들이 위험한 노후 차량을 속여서 팔지 못하게 중고차 시장을 규제하며, 보험사기를 막으려고 보험 산업을 규제 하듯 말이다”

<1%를 위한 나쁜 경제학>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이 책의 목적은 반시장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지 않다. 독재적인 중앙계획경제를 지지하는 의도도 전혀 없다. 내가 옹호하는 시장은 단 몇 명에게 부가 편중되는 데도 자유로운 상태로 내버려 두는 시장이 아니라, 오로지 집단의 이익을 위해 민주적 절차를 통해 규제할 때만 효력이 있는 사회메커니즘으로서의 시장이다”

주류 경제학자(신고전파, 가짜경제학자)들의 주무기는 “간단한 개념을 쓸데없이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역시 “상위 1%의 탐욕과 미덕을 동시에 정당화하는 데 사용했다면서, 보이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 책은 경제학 입문서로서도 매우 훌륭하다. ‘신고전파’가 만들어진 배경, 이들이 절대적 진리로 받드는 ‘수요와 공급의 철칙’의 모순점을 비판한다.

저자는 각주에서 더 읽을거리로 케임브리지대학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추천하고 있다. 한국인이 쓴 저서를 추천하는 경우는 필자가 읽었던 여러 책 중 처음이다. 한국에서 장하준 교수는 철저히 비주류 경제학자로 취급받는 데도 말이다.

저자가 명명한 대로 가짜 경제학(주류 경제학)은 케인스 경제학이 1980년대 주류에서 완전히 밀려난 후,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었으며, 이들은 상류층, 권력층의 부를 축적해주는 이론을 제공하며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저자는 책의 끝에 케인스가 <설득의 경제학>에서 말한 구절을 소개하며 끝을 맺는다.

“부의 축적이 사회적으로 더는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오면, 도덕관념이 크게 변할 것이다. 사람들은 돈을 밝히는 성향의 실체를 파악할 것이다. 그것은 몸서리치며 정신의학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 범죄적이고 병적인 성향이다”

우리가 경제학을 더욱 가까이하며 읽어야 하는 이유다. 경제학은 어렵지도 심오하지도 않다.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우리의 삶은 나아질 것이다. 경제학은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의 사기, 주류 경제학자들이 지식으로 겁박하는 실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1%를 위한 나쁜 경제학>은 크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영희

사회연대네트워크 공동대표
murphy80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