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의당 전 당원,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 실체를 말하다

최근 <리얼뉴스>가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인 이른바 ‘저스트 페미니스트(just feminist)’ 단톡방 대화록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 단톡방은 정의당 당내 활동가, 평당원 등 70여명 이상이 참여한 대화방이었다.

그곳에서 특정 당원들을 고소·고발, 당원게시판 게시글 징계, 당원게시판 폐쇄, 노회찬 원내대표와 유시민 작가 음해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당 내외에서도 큰 논란이 되었다.

그러나 해당 보도만으로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는다. 해당 단톡방은 실제 어떤 성격이었을까? 왜 만들어진 것일까? 누가 주도해서 만들었을까? 왜 이런 일들이 진보정당 내에서 발생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이 단체 카톡방 개설과 논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진보결집 플러스(현 평등사회네트워크)’에서 활동했던 정의당 모 당원(현재는 탈당)과 지난 17일 홍대 모처에서 인터뷰했다.

-다소 불편한 자리일 수도 있는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먼저 자기소개를 해주십시오.

이번 정의당 내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 개설을 주도한 정파는 ‘진보결집 플러스’인데, 과거 진보신당이나 노동당, 녹색당 등에서 활동하다 정의당에 합류한 당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이들의 취지에 공감해서 함께 정의당 내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정의당 내 메갈리아 논쟁을 계기로 탈당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진보결집 플러스의 정식명칭은 ‘평등사회네트워크’입니다. 이렇게 이름이 바뀐 이후로는 이들의 활동 양상에 대해서는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저 단톡방이 개설될 당시의 정황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먼저 <리얼뉴스> 보도에 대한 사실확인부터 하겠습니다. 문제가 된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에 속한 정의당 당원 중 일부는 <리얼뉴스>의 보도가 과장되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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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리얼뉴스> 보도를 계기로 여러 커뮤니티에 확산된 의혹을 정리하자면, 첫째로 저스트 페미니스트가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당원을 당내 징계기구인 이른바 당기위에 제소하려 시도했고, 둘째로 워마드에서 활동했다고 알려진 서대문구 김모 당원의 기획고소를 모의했고, 당원게시판을 폐쇄하자는 모의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 의혹에 대해 제가 아는 한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단톡방에서 서대문구 김모 당원의 기획고소 갈무리

우선 자신과 의견이 다른 당원들을 당내 징계기구인 ‘당기위’에 제소한 건은 그들이 조직적으로 한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당기위는 진보정당 내에서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항간에서 떠도는, 워마드에서 활동했다고 알려진 서대문구 김모 당원의 기획고소설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제가 아는 한 해당 당원은 사실 정의당 내의 핵심 활동가도 아니고 워마드 운영자도 아닙니다. 그리고 그가 행한 고소·고발은 그저 감정적이고 우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직적으로 이뤄진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소·고발에 대한 조직적인 논의가 단톡방 내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편집자주

다만 ‘진보결집 플러스’ 차원에서 정의당 당원게시판을 폐쇄하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것은 사실입니다. 단, 제가 있었을 당시에는 정의당 당원게시판을 완전히 폐쇄하기보다는 당원게시판의 논의를 비당원에게는 비공개로 하자는 논의가 주류였습니다. 실제로 정의당 당원게시판에서는 정의당 내 분탕 거리만을 찾는 일부러 찾는 논객들이 있었습니다.

이들 중에서는 정의당 명칭을 사칭하고 강남역 추모시위에서 ‘남성혐오를 멈춰 달라’는 구호로 피케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당시 추모시위가 변질된 측면도 있었지만 그런 돌발행동으로 고인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정의당 이름으로 나가게 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일부 문제 인사들이 당원게시판을 통해 정의당을 과잉대표하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제기되었고 그래서 당원들만의 게시판을 따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정의당 당원게시판을 외부인들에게 비공개로 돌리고 당원만의 논의를 담자는 제안에 정의당 내부의 조직적인 연서명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단톡방 내 실제 논의양상은 당원게시판 폐쇄로 기울어져 있었다. 예컨대 1. 노회찬을 공격한다, 2. 이대학위에서 하는 설문지를 상부에 보낸다, 3. 기술지원팀에 압력을 넣는다, 4. 지역에 회자되는 당직자들을 지속해서 동시다발적으로 갈군다와 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편집자주

-항간에서는 문제가 된 ‘저스트 페미니스트’가 진보결집 플러스의 주된 회의내용을 담고 있었던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얼뉴스>의 보도를 보면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에서 마치 진보결집 플러스의 주요 인사들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 같다는 인상을 줍니다. 그 단톡방의 전반적인 성격을 보면 단지 그들과 친한 당원들끼리의 뒷담화 공간에 불과합니다.

물론 같은 정당 내에서 다른 당원을 뒷담화하는 단톡방을 따로 만들었다는 자체가 충격적일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제가 아는 한에서 말씀드리자면, <리얼뉴스>의 보도는 오히려 빙산의 일각만을 다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정파의 주요 의사결정이 70명이나 넘는 단톡방에서 이뤄질 리 없습니다.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 단톡방(81명 참여)

제가 알기로는, 실제로 보도된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과 별개로 저스트 페미니스트 운영위원들만의 단톡방이 따로 있습니다. 진짜 의사결정은 그들끼리 이뤄졌을 것입니다. 반면 이미 알려진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에는 진보결집 플러스 전·현직 당직자들과 노동당 출신 활동가들만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모집한 일반 당원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스트 페미니스트에서 이뤄진 대부분의 문제 되는 대화 내용은 이들이 그러한 일반 당원들과 나눈 다른 당원과 진보 인사들에 대한 뒷담화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에서조차 공유되지 않는 진보결집 플러스만의 핵심 코어 그룹의 논의가 따로 있을 것입니다.

바깥에서 보면 진보정당의 정파는 마치 양파껍질과 같은 의사결정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의 논의를 초기에 주도한 진보결집 플러스도 예전에 진보정당에서 물의를 빚었던, ‘PD계의 경기동부’라고 불리던 구 사회당 계파와 똑같습니다.

당시 노동당에서 정의당과의 통합논의가 부결되었을 때 신좌파당원회의(구 사회당) 사람들의 패권주의와 정파적이고 폐쇄적인 논의구조에 그렇게 시달려놓고서는 정의당에 와서 똑같은 일을 벌이게 된 거죠.

진짜 보안을 요구하는 사항에는 진보결집 플러스의 코어 인사들만의 텔레그램 단체방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최근 폭로된 저스트 페미니스트와 같은 오픈 카톡방이 있죠. 당연히 그 오픈 카톡방에도 신뢰할만한 사람들만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눈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문제가 된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을 진보결집 플러스(현 평등사회네트워크)에서 주도해서 만든 게 사실입니까?

네. 그것은 사실입니다.

진보결집 플러스 활동가이자 정의당 서대문구 지역 부위원장이었던 장수정이 주도해서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을 만든 것입니다. 거기에는 과거 노동당 성 소수자 위원회 인사도 들어가 있고, 노동당에서 탈당한 정의당 합류파도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현재 평등사회네트워크 인사 대부분도 초창기의 저스트 페미니스트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저스트 페미니스트)이 10차 전국위원회에서 진행한 피케팅 사진

-70명이 넘게 참여하는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에는 정파 활동가 외에도 그들과 친한 일반 당원도 포함된 것이군요.

당연히 그런 이들이 다수 들어왔습니다. 애초 구 진보결집 플러스, 현 평등사회 네트워크는 폐쇄적인 조직이기 때문에 이들은 당내에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서 페미니즘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일반 당원을 모집하는 전략으로 나갔습니다. 그 목적으로 만든 것이 저스트 페미니스트라는 그룹입니다.

그래서 그 그룹을 보면 일견 다양한 사람이 들어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그룹에는 NL의 일파인 인천연합 출신과 참여계 사람도 있고 과거 진보신당에서 넘어온 통합연대 출신도 있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저스트 페미니스트라는 그룹은 진보결집 플러스 활동가인 장수정이라는 당원이 단톡방을 만들 때부터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 제가 해당 그룹에서 나간 이후에도 거기에 속한 지인으로부터, 장수정 당원이 그 방에서 ‘남성 당원들은 젠더이슈의 당사자가 아니니까 입을 다물어야 한다’, 그렇게 말한 것을 단톡방 캡처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말을 실제로 했다면 조금 충격적이네요. 그렇다면, 평등사회네트워크에서 장수정의 위상은 어떻습니까?

구 진보결집 플러스는 정의당에 안착한 이후에 평등사회 네트워크라고 이름을 바꿨습니다. 정의당 합류 이전에는 진보결집 플러스가 노동당 탈당파를 조직해서 정의당에 합류한 단체의 이름이었습니다. 여기서 장수정은 ‘진보결집 더하기’라는 이름을 제안해서 그 단체의 정식명칭으로 공식화할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리얼뉴스>에 내용증명을 보낸 장수정은 이들을 다 아우르고 ‘진보결집 플러스’라는 명칭을 제안해서 통과시킬 정도로 당내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다.

진보결집 더하기에는 노동당 관악파 인사들도 있었지만, 예전에 노동당에서 활동하던 다른 정파, 예를 들어 구 하나로 정파, 구 녹색사회주의연대(녹사연) 정파를 통합해서 만든 단체이기도 합니다. 장수정은 이들을 다 아우르고 ‘진보결집 플러스’라는 명칭을 제안해서 통과시킬 정도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사족을 달자면, 이런 영향력이 있는 인사들은 조직 내에서의 목소리도 커서 내부에서는 감히 이견을 못 꺼내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그 정파 내부에서는 내부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까?

네. 저도 특히 메갈리아 논쟁 때 많은 이견을 제시했지만, 그냥 너 멋대로 떠들라는 분위기였습니다. 내부 이견을 말해도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정의당을 탈당하신 건가요?

사실 저는 메갈리아 사태 때 메갈리아·워마드를 옹호하는 그들 내부의 분위기에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저 역시 진보결집 플러스에서 활동하면서부터 페미니즘적 분위기에 이끌려 페미니즘 이슈에 공감하게 되었고 저 나름대로 페미니즘 서적을 공부했습니다. 추천받은 책들, 예컨대 정희진의 책이나 새 여성학 강의 같은 책도 읽고 사회진보연대의 서적도 읽었습니다.

메갈리아에게 고마워하라는 글을 한겨레에 게재한 여성학자 그 정희진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들의 이론과 사상을 학습해도 다수의 남성을 적대시하고 낙인을 찍는 저들의 화법에 도저히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한번은 다른 당원이 메갈리아에 대한 답답함과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몇 개 올렸는데, 그때 정의당 공동대표 중 한 명으로부터 개인적으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그가 다짜고짜 한 이야기는 ‘당내 여성주의자를 모욕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었던 그는 여기에 대해 ‘메갈리아·워마드 이슈에 대한 개인적 푸념을 늘어놓는 것도 당내 여성주의자를 모욕하고 정파를 욕보인다고 보신다면, 제가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여기서 나가야겠네요’라고 반문했습니다.

거기서 돌아온 것은 ‘네. 그러세요’라는 답변이었습니다. 당내 정파의 유력인사로부터 그런 말을 들었다는 것은 한 마디로 그들 내부에서 이미 찍혔다는 소리입니다. 애초에 그들 정파와 함께 뜻을 같이하고 정의당에 입당하게 된 것인데, 그들의 유력인사로부터 찍혔다는 것은 정의당 내 아무 곳에서도 환영을 못 받는 것이고, 사실상 탈당을 종용하는 것이라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그 당원도 이후 정의당을 탈당하겠다고 SNS에 글을 올렸습니다. 주변 지인 중에서는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그때부터 여기서는 안 되겠구나, 라고 체념했습니다.

-정의당 내부 진보결집 플러스라는 정파에서 활동하셨다면 충분히 의견을 제시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체념하신 건가요?

그 이전부터도 정파 내에서 젠더이슈에 대한 이견이 나오면 ‘공부를 더 해라’, ‘남자가 젠더이슈의 당사자도 아닌데 왜 이견을 제시하냐’며 내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를 충분히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줄곧 페미니즘을 공부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건 페미니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에게는 이론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애초 정파의 생각에 맞지 않으면 그들 기준에서는 잘 모르는 거고, 잘못된 것입니다. 오히려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페미니즘도 수십 가지가 있고, 저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어떻게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서도 남녀 당원이 생각하는 게 다 똑같아야 한다는 이야기에 납득하겠습니까.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이 10차 전국위원회에서 전국위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나누어준 장미꽃

결국 정파 활동가들이 래디컬(급진) 페미니즘을 정의당 내에서 정파의 권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음모론처럼 들리나요? 이것은 음모론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이념을 수단으로 정당 내에서 선명성을 얻고, 그것을 통해 당내에서 권력을 잡는 것이 이들의 진짜 관심사였습니다.

페미니즘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것이 그들의 진짜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진보결집 플러스에서도 “구 사회당을 벤치마킹하자”는 발언이 내부 결의대회 같은 회의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사회당의 어떤 걸 벤치마킹하자는 이야기였습니까? 그리고 여기서 사회당은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정당 내의 일반적인 진보파, 주류 좌파보다 더 급진적인 것, 당내의 모든 주류문화를 반대하고 발목 잡는 방식으로 자기 정파를 키우는 것을 우선시하겠다는 소리입니다. 사실 지금의 알바노조로 대표되는 구 사회당도 노동당 내에서 기본소득과 프레카리아트 같은 신좌파 이슈를 제기하면서 지역 기반 조직을 장악하고 노동당의 기존 세력을 당내에서 축출했습니다.

거기서 축출당한 세력의 다수가 지금의 평등사회네트워크(구 진보결집 플러스)에 합류해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들이 당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정당 내의 중도 온건 세력을 정의당 내에서 축출하겠다는 것입니다.

프레카리아트는 저임금·저숙련 노동에 시달리는 불안정 노동 계급을 가리키는 신조어이다. 이 말은 이탈리아어로 ‘불안정한’이라는 의미의 프레카리오와 노동 계급을 뜻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합성어이다. 편집자주

-그들이 말하는 정당 내의 중도 온건 세력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지난해 총선 이후에 정의당에서 만들어진 ‘진보너머’ 같이 메갈리아에 대해 비판적인 정파나 정의당 내 ‘참여계’ 같이, 자신과 반대되는 정의당 내 다른 정파를 의미합니다.

진보결집 더하기도 처음에는 저 같은 사람을 포함해 특정 학교에서 운동권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사람 등 다양한 사람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점점 당내의 래디컬 페미니즘을 일종의 ‘십자가 밟기’ 형식처럼 자신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의 옥석을 가려내는 잣대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진보결집 플러스는 메갈리아를 ‘옹호하느냐’, ‘아니냐’로 당원들을 구분했던 것이죠.

메갈리아로 사상검증까지 한 정의당 여성주의자 모임(출처 SBS)

저는 여기에 당연히 반발심을 느꼈습니다. 애초에 대한민국의 진보좌파 세력이 더 큰 공통분모를 함께 공유하는 정당을 만들자는 취지에 동의해서 정의당에 가입했는데, 정작 제가 가입한 진보결집 플러스라는 정파가 그 정당 내부에서 자기들끼리의 사상검증을 벌이고 있었으니까요.

십자가 밟기는 중세 일본에서 기독교인을 색출하려는 방편으로 막부가 시행했던 행위이다. 편집자주

저는 현재의 정의당은 미세한 차이들을 관용하고 손잡고 가는 정당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진보적인 연대의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들이 휘두르는 래디컬 페미니즘의 잣대는 정작 그러한 연대의 고리를 끊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항의도 해 보았지만, 저 같은 사람의 말은 먹히지 않습니다. 그들과 같은 학벌도 아니고, 저들처럼 오랫동안 특정 정파에서 활동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애초에 귀담아듣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조금 이해가 안 됩니다. 애초 정의당은 제도권에서 합법적으로 활동하는 진보정당 아닙니까? 공식적인 정당에서 자기들끼리의 정파를 만들고 남들을 뒷담화하는 단톡방을 만들어봤자,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지난해 정의당에서 탈당하기 전까지 저는 거의 1년 동안 진보결집 플러스에서 멤버십을 가져갔습니다. 저도 모 대학교에서 학생위원회를 조직했습니다. 당연히 그 활동도 진보결집 플러스 정파 활동의 일환이었습니다. 다만, 그것이 정의당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활동입니다. 알다시피 지방대학은 진보정당의 불모지입니다. 그곳에서 10명이 넘는 당원을 조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튼, 그렇게 했습니다.

한편 정파가 당내 정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이런 식입니다. 예컨대 지난해 총선 때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기로 결의한 이모씨가 정의당 비례대표의 우선순위로 나갈 수 있도록 진보결집 플러스에서 조직적으로 밀어주었습니다.

저도 그 방침에 따라 비례대표를 결정하는 당원투표에서 특정 후보에게 더 많은 표가 가도록 대학생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당원들에게 권유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이것은 사실 당규 위반입니다. 당직을 맡은 사람이 특정 후보의 유불리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당규 위반이거든요. 하지만 그것이 정파 활동을 했던 당시에는 당연시되는 풍토였습니다.

또한, 진보결집 플러스에서 가장 경계했던 정파는 ‘진보너머’라는 그룹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지난해 4월 총선 때 이후로 조직된 이들이 메갈리아나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극히 경계했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이 정의당 당원게시판에서 일반 당원으로부터 무시 못 할 만큼의 지지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진보결집 플러스가 ‘진보너머’ 같은 다른 정파를 고사시킬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습니다.

실제로 단톡방에는 다른 매체에 기고해 다른 정파를 비판하는 글을 조직하는 모의를 한 정황 등 다른 정파 인사에 대한 비방과 인신공격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편집자주

진보너머 같은 이들이 안티 페미니스트이고 진보와 반대되는 인사들이라고 주변 당원들에게 음해할 수 있습니다. 애초에 저스트 페미니스트 단톡방이라는 것 자체가 그렇게 다른 반대세력을 음해하고 낙인찍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명의 공동 당(부)대표를 선출하는 정의당 권력 구조상, 특정 정파가 단 한 명이라도 당대표를 배출한다면 자신과 반대되는 정파에 가입한 당원들이 누구이고 어디에서 활동하는지를 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정의당 공동 당(부)대표를 배출하는 것의 이점이 뭐냐 하면, 정의당 내 당원들의 개인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정의당 메갈리아 사태 때에도 저는 그런 분위기가 싫어서 이견을 표시했지만, 다른 정치세력과 사상투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묵살당했습니다.

-지금의 진보정당에서 ‘사상투쟁’ 같은 옛날 말을 지금도 하나요?

‘사상투쟁’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총선 때 정의당과 테마송 협약을 맺은 중식이밴드 논란이 터질 때였습니다. 중식이밴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에서, ‘여성혐오 밴드’라는 낙인이 찍히고 정의당 내에서 거의 매장되다시피 했습니다. 중식이 밴드의 가사에 대한 논란과 별개로, 애초에 중식이 밴드와 총선 테마송 협약을 제안한 것은 정의당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의당이 그 논란에 대해 먼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식이밴드의 가사가 여성주의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그들과 총선 테마송 협약을 맺은 것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먼저 가져가야 할 주체는 정의당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의당이 책임을 지는 방식이 아니라 중식이 밴드에 가해진 비난에 정의당이 편승하는 모양새로 가고 말았습니다.

중식이밴드(출처 연합뉴스)

저는 진보결집 플러스 내에서도 그러한 행보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진보결집 플러스 내부의 인사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곧 있으면 참여계를 몰아내야 할 사상투쟁을 해야 하니 너도 단단하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도 정의당 내의 참여계를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몰아내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애초 중식이밴드 논란과 참여계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진보결집 플러스 인사들의 관점에서 참여계 인사는 곧 정의당 당내 보수파와 다를 바 없는 세력에 불과합니다. 제 의문은, 같은 당내 ‘보수파(?)’를 설득하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그보다 훨씬 보수적인 다수의 국민을 설득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정파가 더 이상 자신을 대변한다고 느끼지 않은 것이지요.

물론입니다. 그들이 이른바 ‘청년 정치인’이라는 것을 내세울 때 보통은 20대가 아닌 30대 이상을 주축으로 내세웁니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이 나라의 보통 청년 주류의 정서가 거리가 멉니다. 구 진보결집 플러스에서 청년을 운운하며 의견을 주도하는 자칭 청년들은 대부분 30대 이상이고 과거 민주노동당의 영향권에 있는 구세대일 뿐입니다. 과거 민주노동당이 무엇인지를 아는 20대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이들은 절대 진보성향의 평균적인 20대 청년을 대변하는 청년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20대 청년 중에서는 일자리 문제나 재분배 문제에서는 진보적인 성향일 수 있지만 젠더문제에서는 래디컬 페미니즘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래디컬 페미니즘과 의견을 달리한다고 해서 그들이 절대 여성혐오에 찬성하고, 일베에 찬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들이 옹호하는 래디컬 페미니즘은 메갈리아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싸잡아서 마치 일베와 여성혐오를 찬성하는 사람인 것처럼 비난합니다.

실제로 단톡방 내에서 메갈리아 유행어를 답습한 대화와 메갈 옹호 발언이 잇따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편집자주

-진보진영 내 운동권 내에서도 말씀하신 세대 간의 분기점이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의 3040세대는 지금 20대보다는 조금 더 남성으로서 기득권을 누릴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 20대 남성은 남성으로서 기득권이라고 할 것이 거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젊은 남성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할 만한 것은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밤거리에서 더 안전하게 다닌다는 정도일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 같은 20대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래디컬 페미니즘이 제기하는 젠더이슈에서 동의할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진보결집 플러스의 지지를 업고 정의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이모씨는 자신을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자처했지만 정작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젠더문제에 대해 아직도 부채감을 느끼는 진보성향 4050 세대를 타겟으로 삼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기성세대는 자신의 기득권을 심화시킨 것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20~30대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오유야 미안해’ 이런 걸 옹호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것에 대한 반감을 빌미로 특정 성별을 죄악시하는 것은 결국 자기 무덤을 파는 짓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아무런 변화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모든 시민의 기본권을 옹호한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과거부터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이 이어져 왔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성별을 낙인찍는 메갈리아식 관행에 대해서도 동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면,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상식적으로 다수의 청년이 납득할 수 있나요?

-그렇다면 진보정당 내에서 이런 파행적인 정파 정치가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정의당이 이러한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저는 협소한 인적 관계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풍토가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을 말씀드리자면, 정작 정의당의 정파 정치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당원들은 당내에서 10%도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것은 지난해 정의당 당명개정 운동에서도 전적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실 정의당 당명을 ‘사회민주당’·‘평등사회당’·‘민주사회당’ 등으로 개정하자는 논의를 이끈 것은 당내 운동권 정파 세력이었습니다만, 실제로는 그들이 제안한 당명개정은 큰 차이로 당원 총투표에서 부결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당명 개정 운동에 찬성했기 때문에 오히려 안타까웠습니다. 만일 당명개정이 일반 당원으로부터 공감을 얻는다면 진보결집 플러스가 자처했던 대중적 진보운동도 당내에서 힘을 받았겠죠. 그러나 그것이 큰 차이로 부결되었다는 것은 그들이 아무리 자신들끼리 뒷공론으로 정파 활동을 해도 대중당원으로부터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는 방증이고, 이것이 그들의 정치력의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들끼리만의 뒷담화를 하는 정의당 내의 잘못된 정치 관행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는 사람들조차 그저 자신과 잘 아는 사람을 옹호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들과 다른 말을 하면 욕먹는 것이 무서우니까 이견을 말하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견을 말하면 당내정치에서 배제되니까요. 그래서 정파 내에서 소수 목소리가 제일 큰 사람의 의견이 당내 다수 의견이라고 착각하는 것일 뿐입니다.

-오히려 진보정당 내의 정파 정치가 진보정당 내에서도 과잉대표되었다는 이야기인가요?

네. 정의당 내에서 이뤄지는 정파 놀이가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과잉대표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결집 플러스 인사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적대시하는 당원게시판의 여론이 정의당을 과잉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저들을 제압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사실은 정반대입니다. 침묵하는 당원 다수는 실제로는 정의당 내의 이런저런 논쟁에 관심이 없습니다.

-어려운 자리에 나와서 긴 말씀 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이 인터뷰가 정의당 내 진보좌파들이 안티페미니스트나 우파들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받는 빌미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와 별개로 정의당 내 진보좌파들이 자성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중의 잘못된 경향으로부터 단절된 순결한 진보좌파로 남겠다면 차라리 당을 깨고 나와서 독일식 녹색당이나 좌파당 같은 정당을 만들고 그곳에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참을 수 없었던 것은 겉으로는 작은 차이를 관용하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그것과 정반대의 활동을 해온 앞뒤가 안 맞는 행태입니다.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적어도 그런 거짓말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가분

경제학 석사. 프리랜서 작가.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단행본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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