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출연자 없다고 ‘알쓸신잡’이 여혐 예능?

여행 예능의 새 장을 열었다는 호평을 받으며 오는 28일 감독판 방송만을 앞둔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현재까지 최고 시청률 7.2%로 역시 나영석이란 찬사를 할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둬 시즌 2 제작 예약과 또 하나의 나영석 예능 시리즈 탄생을 알렸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

작가 유시민,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과학자 정재승이란 기존의 예능 시리즈와는 완전히 차별화된 출연진으로 방송 시작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뿐만 아니라 과연 어떤 방송이 나올까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는데, 지식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호평과 함께 시청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알쓸신잡’의 성공을 비판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쓸데없는 여혐 논란으로 진짜 여성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일부 언론과 여성계 일각이다.

<한국일보> 강은영 기자는 “아재들의 ‘술상머리 인문학’을 기대한 게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알쓸신잡’은 남자들의, 남자들을 위한, 남자들에 의한 방송이며 한국 사회 특유의 꼰대 근성이 투영된 프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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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의 ‘술상머리 인문학’을 기대한 게 아니다

<한겨레>에선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가 ‘아재들의 술술 넘어가는 잡학 수다’라는 컬럼을 통해 ‘알쓸신잡’의 가장 큰 구멍은 여성의 부재이며 인물 부족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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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들의 술술 넘어가는 잡학 수다

<아이즈> 박희아 기자는 ‘알쓸신잡’은 누구의 사전인가란 기사를 통해 “여성 출연자가 자신의 지식과 가치관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는 TV 프로그램은 EBS ‘까칠남녀’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은 대부분 중년 남자들로 채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중년 남자의 여행법과 관심 있는 분야, 그들의 관점은 유일한 ‘사전’이 된다”라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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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은 누구의 사전인가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나영석 PD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의도적으로 여성 출연자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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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나영석 “여성 출연자, 의도적 배제 아냐”

사실 대한민국 예능 프로그램이 남성 출연자 중심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여성계의 비판이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예능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남성 일색이고 <MBC> 에브리원의 ‘비디오 스타’ 정도가 MC 전원이 여성인 프로이다.

이에 여성민우회에선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라는 4주차 강연 중에서 <아이즈>의 최지은 전 기자를 초청해 연예산업계를 비판했다. 최 전 기자에 따르면 성혐오 엔테터인먼트가 지속되는 원인을 제작현장의 문제와 시청자의 문제 2가지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백주년기념교회에서 <미디어씨, 여성혐오 없이는 뭘 못해요?-4강. 연예사업 편> 강연이 열렸다. 한국여성민우회가 주최한 이날 강연은 최지은 아이즈 전 기자가 맡았다(출처 오마이뉴스)

우선 제작현장의 문제로는 △방송 산업 내 성비 불균형(주요 결정권자 다수가 남성) △조직 내 젠더 위계와 성폭력 문제 △새로운 시도 대신 기존의 ‘안전한’ 방식 선호 등을 들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도 △나는 혹시 남성의 과오에 너무 관대하고 여성의 실수에 유독 가혹하지 않은가 △특정 연예인을 비난하고 싶다면 무엇 때문인가, 그것은 그 사람의 잘못인가, 나의 기분 문제인가 등의 질문을 해보라고 했다.

이어 △‘여혐’ 콘텐츠에 대한 항의 표시와 불매 △관련기관에 민원 제기 △각자의 채널을 통해 말하기 등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했다.

그런데 이러한 비판을 왜 유독 예능에만 제기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방송의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TV 드라마가 얼마나 여성 중심으로 흐르고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내용으로 전개되는지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 동의할 텐데 여성계나 언론에서 이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

최 전 기자가 기사를 썼던 대중문화 웹진 <아이즈>는 연예산업 전반에 걸쳐 있는 ‘여성 배제’와 ‘여성혐오’를 꾸준히 파헤치고 환기시켜 온 매체라고 하는데, 그와 상반되게 꽃미남 배우와 아이돌 가수를 찬양하는 기사를 계속 연재하고 있다. 이야말로 이율배반적인 행태 아닌가.

‘알쓸신잡’이 나온 이유는 그만큼 장사가 되고 이러한 예능에 목마른 시청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꽃보다 할배’가 잘되어서 ‘꽃보다 누나’가 나왔듯이 ‘아재들의 술상머리 인문학’이 잘되어서 ‘아줌마들의 밥상머리 인문학’이 나올 수도 있다. 물론 그만큼 시청률이 나올지 미지수다.

방송은 철저히 상업성을 따지는 산업이다.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드라마가 계속 먹히듯이 아재들의 재미를 채워주는 예능도 계속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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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신

스포츠와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21년째 작가 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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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nheasu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