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의 치명적 착각 5가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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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의 치명적 착각 5가지 1

4중 중첩구조를 공고하게 하는 공공부문과 국가규제

한국에서 임금 등 근로조건은 집단(기업)의 생산성 및 지대(초과이윤)와 개인(노동)의 생산성(숙련) 및 지대(초과임금)의 4중 중첩구조를 이루고 있다. 개인(노동) 지대(초과임금)의 핵심은 생산성과 상관없이 올라가는 연공임금과 생산성과 상관없이 오로지 기업별 노조의 힘으로 올라가는 기업별 단체교섭 임금이다.

이를 떠받치는 것은 임금을 개인의 기여(생산성)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기업의 지급능력과 노동의 교섭력(단결투쟁력)의 함수로 보는 약탈적이고, 지대추구적인 임금관이다.

또 하나는 임금을 기여(생산성)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생애 주기상 필요에 대한 배려로 보는 임금관도 있다. 나이가 들면 자식도 생기고, 자식이 장성하면 교육비, 식비 등 각종 비용도 많이 들고, 더 큰 집과 더 큰 차도 필요하다. 더 근원적으로는 사람을 직무·기능·역할 중심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집의 식구로 보는 문화다.

초과임금을 물질적으로 담보하는 것은 초과이윤이다. 이는 공공부문과 국가규제(진입장벽)와 민간독과점 시장구조가 뒷받침한다. 이들은 과당경쟁(?)과 민간불량사업자로부터 소비자나 공공성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국가독점을 보장받거나 높은 진입 장벽(국가규제)에 의해 과잉보호를 받는다.

공공기관 ‘빚과 방만 경영’ 경제 위협(출처 KBS)

문제는 4중 중첩구조, 특히 기업과 노동이 깔고 앉은 지대를 녹여내야 할 공공부문과 노동관계법이 이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공무원의 보수 기준은 한국 사회의 최상층인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기업의 임금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부르짖지만, 공무원과 공기업이 오히려 더 가파른 호봉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노동관계법도 대기업과 공공부문에서의 노조의 압도적 힘의 우위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유럽, 미국은 어떻게 다른가

일본, 유럽, 미국 등 대부분의 OECD 국가는 생산물 시장도, 노동시장도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가 비교적 큰 왜곡 없이 관철되기에 지대 자체가 작다. 기업 횡단적인 근로조건의 표준이 있고, 이는 기본적으로 개인(노동)의 생산성(직무성과)과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그런데 한국은 생산물 시장도, 노동시장도, 공공부문도 개인과 기업의 본원적인 생산성이 아니라, 어떤 자리, 지위, 소속 때문에 그 이윤이나 임금 수준이 정해진다. 관문만 통과하고 나면 더 본원적인 가치(생산성)를 묻지 않고 정년을 보장한다. 그래서 자리, 지위, 소속이 사람의 팔자를 좌지우지하고, 거의 모든 에너지는 오로지 좋은 데 들어가는 데 집중된다. 입시경쟁과 시험경쟁 등 관문통과 경쟁이 살인적인 이유다.

한국의 불평등은 자산 격차가 아닌 소득 격차라는 장하성 전 교수

내려오는 물이 적다고 저수지가 작은가

장하성이 한국의 불평등에서 재산 격차의 비중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에서 재산 소득이 5% 내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요한 재산소득인 가계의 임대소득은 기본적으로 비과세이기에 상당 부분 빠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건물주의 재산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다양한 형태로 변신한다.

단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한국의 자산가들은 대체로 자신과 가족이 대주주인 자산(토지, 건물, 주식 등) 관리 회사(법인)를 만들어 가족을 직원으로 등록하는 등의 방식으로 근로소득을 얻었다.

박광온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 기준 18세 미만 직장가입자수는 4034명으로 이 가운데 사업장 대표로 등록된 경우는 206명이었다. 소득이 가장 높은 대표자의 연령은 10세로 연봉 3억6000만원이 넘었고, 2위는 16세로 연봉 1억6067만원이었다. 4세 대표자가 연봉 1억60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부동산임대사업서비스 업체 소속이었다. 이는 결국 부동산 임대 사업소득을 근로소득으로 전환, 합법적으로 증여하는 수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재산 하위 50%가 대한민국 총 자산 1.7%(출처 JTBC)
재산 상위 10%가 대한민국 총 자산 66.4%(출처 JTBC)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파악되는 재산 소득의 비중이 5% 내외라고, 재산 격차가 별것 아니라는 논리는 저수지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양을 보고, 저수지의 크기가 별것 아니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부 격차에서 재산 격차의 영향을 정확하게 가늠하기는 어렵다. 부모의 재산, 유전형질, 문화, 사회적 관계망의 영향력은 더 알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현재 불평등, 양극화 해소 정책의 주된 대상이 소득 격차 일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모든 것 혹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격차 요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아무튼, 재산 격차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안은 인간이 좀체 해결하기 힘든 난제가 아닐까 한다.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 공정위, 검찰 등 사법관료들은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문제를 대체로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부도덕=갑질의 문제로 본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이나 노동조합은 문제를 노동과 자본의 역관계 문제로 본다. 장하성의 사고방식에는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어떤 경제적 논리도 지금과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것은 강자와 약자의 힘의 불균형이 결정한 것이다. 1990년대 초에는 중소기업 임금이 대기업의 90%이었던 것이 지금은 60% 수준까지 격차가 커졌다. 과거보다 경제성장이 더뎌지고, 고용이 늘지 않으니 노동자 보다 사용자의 힘이 강해져서 임금 격차가 커진 것이다.”(407쪽)

장하성은 <한국 자본주의>에서도 700조원 넘게 쌓인 사내유보금에 대해, 투자금은 주식이나 부채로 조달하는 것이 더 비용 효율적이라면서, 한국에서 배당도 투자도 늘지 않고 사내유보만 마냥 쌓여가는 현상은 기업의 지분·지배 구조 문제와 시장의 검증을 회피하고자 하는 재벌 대기업의 꼼수로 보았다.

장하성의 <한국 자본주의>

물론 그런 측면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몇십 배 큰 구조적 요인이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 산업과 기업의 국내 투자와 고용에 대한 위험(리스크)이다.

낡은 위험 분산·완충 시스템은 붕괴되었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외환위기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4대 개혁(기업, 금융, 노동, 공공)을 계기로 ‘주식회사 한국’ 시절에 기업-금융-정부-노동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위험 분산·완충(risk hedging) 시스템이 거칠게 붕괴됐다.

그런데 낡은 위험 분산·완충 시스템은 붕괴되었지만, 새로운 시스템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것이 경제에 미친 충격에 비하면, 고용 유연성을 조금 늘렸다는 고용 법규는 새 발의 피라고 보아야 한다.

단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30대 재벌 중 16개가 파산했다. 1997년 기준으로 29개였던 국내 은행은 대량 감원을 동반한 수차례 인수합병을 거쳐 현재 11개로 줄었다. 1945년 이전에 설립된 5개 은행(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중에서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독자 생존하는 은행은 하나도 없다. ‘대마불사 신화’는 확실히 붕괴됐다.

한편 파산한 재벌 대기업은 대체로 총수나 핵심 임원들이 회계조작, 배임, 횡령 등으로 거액의 추징금과 함께 형사 처벌을 받았다. 동시에 기업 대출 등에 대한 연대 보증으로 인해, 변칙적으로 빼돌려놓지 않은 재산은 대부분 잃어버렸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 기업은 금융과 부채로 인한 리스크를 훨씬 크게 느끼게 됐다. 2000년을 전후한 시기의 대우, 동아, 메디슨과 최근의 STX, 동부 등 주요 재벌 대기업의 파산 혹은 은행주도 구조조정 과정을 통해, 한국 금융은 관의 보호, 간섭 아래 성장해 덩치는 크되 머리는 나쁘고, 부모(관) 눈치나 보는 비만아나 다름없는 존재로 판명됐다. 금융의 노하우와 행태가 저열하고 예측불허면 기업들은 금융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나라에 비해, 현금 보유량을 더 늘리고, 부채 비율은 더 줄여야 한다.

한편 적어도 2010년까지는 중국은 거대한 기회 요인이었으나 그 이후에는 거대한 위기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물론 오래전에 다 예상했던 일이다. 한국은 산업과 기술의 특성상 중국의 도전에 매우 취약하다. 우리의 10대 수출 품목이던 석유화학, 철강, 조선, LCD, 휴대폰 산업 등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진=픽사베이

이 품목들은 대체로 생산설비나 (싸게 빨리 만드는) 생산기술이 경쟁력의 요체이기에 중국이 상대적으로 쉽게 추격할 수 있다. 그 때문에 그 어떤 나라 보다 중국의 경제적 웅비로 인해 위기(리스크)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한국 기업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정규직 직고용에 따른 리스크가 훨씬 크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은 좋은 직장에서 한번 밀려나면 그걸로 끝이다. 다시는 그런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당연히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결사 항전은 필연이다.

따라서 대기업의 고용 리스크, 즉 구조조정 리스크와 비용은 그 어떤 나라보다 크다. 비교우위 산업이나 잘 나가는 기업은 고임금에다가 구조조정이 곤란한 직고용 부담을 최소화해야 마땅하다. 더 적극적으로 외주하청화(고용의 외부화와 아웃소싱 등)해야 한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국내외 아웃소싱, 자동화 투자를 통한 단순 노동력 축소(구축)는 세계 보편적 현상인데, 한국 기업들은 한국 특유의 위험 때문에 훨씬 더 적극적, 공세적으로 행해야 한다. 이것이 미국, 일본, 독일보다 한국 대기업의 고용비중이 유달리 낮은 이유다.

정규재에 따르면 25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대기업은 한국은 기업 수 0.2%, 고용 19.9%(전체 근로자 기준)다. 일본은 기업 수 0.6%, 고용 25.8%, 독일은 기업 수 2.1%, 고용 52.9%다. 반면에 한국의 9명 이하 영세업체는 기업 수 81.1%, 고용 24.2%다. 일본과 독일의 고용 비중은 14%, 6.7%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특유의 노동시장의 부조리를 빼놓고 설명할 수가 없다.

한국 제조업이 산업용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유도 고용에 대한 공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동자 1만명당 다목적 산업용 로봇 대수를 보면, 세계 평균은 66대이고,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292대, 일본 314대인데 한국은 무려 478대다. 이는 로봇을 많이 필요로 하는 산업구조(표준품 대량생산)와 고용에 대한 부담(공포)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사진=산업용 로봇

외환위기 이후 증가한 대기업의 아웃소싱과 직고용 회피를 도덕성의 잣대로 시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거래비용 개념이 없다. 한국은 많은 것을 내재화하면서 기업 규모가 커질 때 비용과 위험이 여간 커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공정성, 연대성, 유연성이 극히 낮은 상황(직무성과에 따른 근로조건의 표준 부재), 즉 고용과 임금이 생산성의 함수가 아니라 기업별 노조의 쟁취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는 제정신이 있는 기업이라면 내재화 비중과 직접 고용 규모를 효율이 허용하는 한 최소화 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한국은 거의 모든 규제는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주어지기에 대기업이 되었을 때 떠안게 되는 의무, 부담이 너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지대추구를 핵심 이념으로 한 노조의 조직력과 투쟁력도 여간 커지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수익 전유-책임 외부 전가는 기업으로서는 지극히 합리적인 경영 전략이다.

임금=비용 격차를 활용한 아웃소싱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단기 생존이 장기 번영의 토대라는 것을 고려하면 단기수익 중심 경영과 장기수익 중심 경영은 외부자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투자와 투기를 분별하기가 어렵듯이 말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국내 투자 및 직고용 기피와 과잉 건전화는 기업으로서는 너무나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격차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가계는 주로 국내의 생산과 소비 활동에서 소득을 얻지만, 기업은 전 지구적 차원의 생산과 판매 활동에서 소득을 얻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국은 다른 선진국과는 훨씬 센 중국 리스크, 고용 리스크, 금융 리스크, 법규제 리스크(정년 연장법, 청년고용할당제, 비정규직 규제, 노동시간 규제 등), 사법 리스크(통상임금, 휴일근로, 회계조작, 배임 등)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보수적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

한국기업이 국내 투자와 고용 확대, 특히 대기업화를 꺼리는 것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바뀐 위험, 완충 시스템과 한국 특유의 고비용 구조를 보지 않으면 이해되지 않는다. 게다가 재벌 지배구조 상의 결함(무능한 2세, 3세, 4세 승계 등)까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장하성 등이 공유하는 ‘불법’·‘약탈(착취)’ 프레임에 입각한 불평등, 양극화, 일자리 담론은 세계화, 개방화, 지식정보화와 맞물린 산업·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와 거래 당사자(협력업체와 소비자 등)의 대항력 격차를 간과하고 있다.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한국 특유의 약탈적(지대추구적) 노동시장과 직장계급사회를 당연시 하는 고용임금 패러다임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평균소득 수준이나 시장환경에 비추어 너무 높고 경직된, 한마디로 양반 반열에 올라간 공공기관의 고용임금 표준(공무원 보수 기준 등)도 간과하고, 은성PSD에서 서울메트로 출신과 불의의 사고로 숨진 김군의 임금 격차 등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조리도 간과하고 있다. 가계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인 상황에서 재산 격차 문제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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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결정적인 것은 외환위기 이후 점증한 국내 투자와 고용에 따른 위험과 비용 문제, 즉 기업의 위험 분산·완충 시스템 미비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이를 고치지 않는 한 여름날 재래식 변소에서 구더기가 기어 나오듯이, 현실과 괴리된 정책 담론들이 끊임없이 기어 나올 것이다. 비루한 마음을 가진 수만명보다, 현실의 복잡 미묘함을 알지 못하는 착한 마음을 가진 권력자가 저지르는 패악이 훨씬 크다.

이 글은 월간 <신동아> 2017년 7월호에 게재된 글(장하성식 현실 괴리 정책 한국경제에 부담)을 수정 보완한 글입니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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