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보자’ 실제 주인공 한학수 피디 “문재인 정부, 박기영 인사 철회해야”

영화 ‘제보자’ 실제 주인공 한학수 전 PD수첩 피디가 지난 10일 SNS에 ‘황우석 사태를 취재했던 저널리스트의 소회’라는 글을 통해 ‘과학계 적폐’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의 인사 철회를 주장했다.

오늘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의 입장 표명을 들으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시대정신을 안고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런 심정으로 지난 겨울 촛불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의 사퇴 불가 입장을 들으면서, 도대체 문제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황우석 사태를 영화로 만든 <제보자>

11년 만이지만 오늘에라도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이 황우석 사태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사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황우석 사태가 당시 노무현 참여정부의 탓만은 아닙니다. 이 사건은 관료와 학계 그리고 언론이 연결된 총체적인 부패 카르텔을 드러냈으며, 오랫동안 이어져 온 과학계의 잘못이 누적되었다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2005년 당시 한국사회의 단면을 시상화석처럼 보여주는 폭풍 같은 사태였습니다.

물론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거짓으로 논문을 조작해 국민을 우롱한 황우석 교수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은 조작된 논문의 공동저자로서 그리고 황우석 신드롬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점에서 책임이 적다 할 수 없습니다. 나도 속았다거나 혹은 검증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말은 일반 시민이 한다면 수긍할 수 있지만, 청와대 과학비서관이었던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은 오늘 여러 가지 포부를 밝혔습니다. 포부대로 잘하실 수도 있지만,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이 왜 하필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수긍이 가지는 않습니다. 촛불 집회의 정신을 이어가면서 아울러 과학계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면서 그 일을 하실 수 있는 다른 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큰 과오가 있더라도 개인적 네트워크나 혹은 집념이 강하면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다는 나쁜 시그널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으로서도 억울한 점이 없지는 않겠지만, 황우석 신화의 탄생과 신드롬의 강화 그리고 검증의 전 과정에서 했던 역할을 돌이켜보면, 저의 우려가 기우라고 치부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혁신’이라는 말은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인사를 보면서 탄복과 감탄도 많았습니다. 일부는 긴가민가한 분들도 있었지만 지켜볼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에 이르러서는 처음으로 큰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도 실수할 수 있고 정부도 잘못할 수 있습니다. 잘못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잘못을 알아채고 그것을 고쳐나간다면 도리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참여 정부의 사람을 중용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옥석을 가리지 못한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이라도 문재인 정부가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의 인사를 철회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부디 성공적으로 만들어가기를 기원합니다.

상처받았을 한국의 과학자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번 박기영 과기혁신본부장의 인사 문제가 단지 한 개인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부디 과학계 지성들이 나서서 이 사태를 잘 정리해주시길 바라며, 이 기회에 과학계 적폐는 무엇이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문제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문제를 구성하면 해결책은 그 안에 있을 것입니다.

영화 <제보자>에서 한학수 전 PD수첩 피디 역의 박해일

2005년에 황우석 사태를 취재했던 제작진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간 산산이 찢어졌습니다. 최승호 부장은 해고되었고, 저는 각종 징계와 귀양살이로 제작 일선에서 배제되었습니다. 김보슬 피디는 체포되기도 했고, 김현기 피디의 고초도 말할 수 없었습니다. 묵묵히 저희를 엄호해주던 당시의 PD수첩 피디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습니다.

<MBC>의 정상화를 위해서 PD수첩 제작진은 3주째 제작거부 중이며, 저를 포함해 시사교양 PD들은 어제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했습니다. 쉽게 되는 것은 없나 봅니다. 그러나 <MBC>의 정상화도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문
황우석 사태를 취재했던 저널리스트의 소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