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달걀’ 파동, 공장식 축산이 문제다

1년 전부터 방치한 농림축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

올해 초 조류독감(AI)으로 달걀파동을 겪은 지 반년 만에 또다시 ‘살충제 달걀’ 파동이 발생했다.

지난 14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양계농장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후, 농림축산식품부는 1456곳에 달하는 전체 산란계 농장의 출하를 긴급 중단시켰다. 그리고 후속조치로 모든 양계농장의 농약성 물질 검사와 닭 20만마리 이상의 대규모 산란계 농장 47곳에 대한 검사를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국 1400여개 달걀농장 전수조사 착수(출처 JTBC 뉴스룸)

지난 16일까지 경기 남양주, 강원 철원에서 피브로닐 살충제가 검출됐고, 경기 광주와 양주, 충남 천안, 전남 나주에서도 비페트린 살충제가 안전기준치 초과 검출됐다.

이번 살충제 달걀은 농약성 물질을 검출하는 달걀 무항생제 인증과정에서 확인됐다. 전체 산란계 농장 1456곳 중 절반정도인 780곳이 친환경 인증을 받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왔는데, 이달 조사에서 처음으로 일반농가 200곳이 추가됐다. 즉 그동안 무항생제인증 농가를 제외한 일반양계농가에 대해서는 농약성 물질 조사가 시행되지 않았기에 사각지대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 피브로닐은 닭 진드기용 살충제로 사용이 금지된 약물이다. 피브로닐은 벌레의 중추신경을 파괴하는 살충제로 사람에게 두통이나 감각이상, 신장·간 등 장기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유독물질이다.

유럽의 살충제 달걀 파동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에서 해당농가의 비윤리성과 불법성만을 지나치게 부각하고 있다. 피브로닐 살충제는 이미 벼 진드기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농촌에서 사용하는 농약이다.

온도 25℃이상, 상대습도 70% 이상에서 급속도로 증식하는 닭진드기는 1978년부터 2015년까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정한 14개의 살충제에 이미 내성이 생겼다. 계속되는 폭염에 닭이 죽어나가고, 닭진드기는 급속도로 확산됐다. “옆 농가에서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고 해서 사용했다.”는 해당농가의 해명에서 드러나듯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닭진드기 확산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살충제 달걀 파동과 조류독감 원인은 대규모 공장식 축산이다(출처 KBS)

살충제 달걀 파동은 올해 갑자기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지난해 8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닭진드기 제거를 위해 양계농가가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함으로써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될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1년 넘게 무기력한 대응을 해왔다.

심지어 2개월 뒤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기동민 의원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해 4월 한국소비자연맹의 토론회에서도 닭진드기 감염에 대한 실태조사를 제기했다. 결국 정부는 대책을 못 세운 게 아니라 안 세운 것이다.

조류독감이 발생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농가에 대한 사전예방과 지도 활동은 미진했고, 살처분과 단속에만 급급했다. 올해 초 달걀파동이 발생하자 정부는 근본적인 대책없이 외국산달걀 수입을 추진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매번 농민이었다.

정부는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닭진드기 확산을 멈추기 위해 더욱더 강력한 살충제를 투입할 것인가. 양계장 온도를 25℃로 유지하기 위해 냉방을 강화할 것인가. A4용지 반장 정도의 작은 공장식 감금틀과 공장식 축산방식을 그대로 둔 채 대책을 논하기는 어렵다.

인간 안전과 동물 생명을 위한 정답은 하나뿐이다. 반복되는 대규모 축산참사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선택해야 할 대안은 농림부가 추진하는 축사시설현대화나 ICT융복합사업이 아니라 대규모 공장식축산을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전환하는 길 뿐이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스템이 바뀌어야 변화가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대책과 시민사회의 협력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