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교육 의무화, 제정신인가

한국 정부가 다음 해부터 중학생에게 코딩교육을 의무화하고, 2019년부터 초등학생에게도 의무화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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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사용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일반 교사들에게 60~75시간의 교육을 시키고 이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고 합니다. 60~75시간의 연수, 여기서 웃으면 되나요?

코딩교육을 받는 아이들(출처 KBS)

현재 미국은 코딩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코딩교육을 받는 어린이들의 숫자가 엄청나고 학부모들의 관심도 대단합니다. 일주일 (40시간) 코딩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름방학 학원 코딩수업에 신청자가 넘쳐나서 필자의 아이 둘도 여름방학이 다 끝나가는 이번 주에야 코딩수업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1주일 코딩교육을 받는데 들어가는 교육비는 아이당 500달러(한화 55만원)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리가 없어서 최소 몇 개월 전에 사전신청을 해야 아이들을 코딩학원에 보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가? 정말 멍청한 학부모가 아닌 다음에야 앞으로 2~30년 후에 좋은 급여가 보장되는 직종은 IT 분야뿐이라는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단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AI가 대체하는 직종은 없어지게 되고, 결국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종으로 인재가 쏠릴 텐데, 이런 전문직종도 AI에 의해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사진=인공지능 로봇

결국, 미래가 보장되는 직종은 프로그래밍과 엔지니어링 분야밖에 없다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요즘 미국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코딩공부를 하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코딩공부에 흥미를 갖는 학생 수는 전체 학생에 20% 정도도 되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일주일간 학원 코딩수업이 끝나고 필자의 둘째 딸에게 수업이 어땠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ctrl+c, v만 했어”라고 하며 코딩수업이 힘들었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딸에게 이번 코딩수업은 아주 힘들었나 봅니다.

코딩교육은 절대 쉽지 않습니다. 본인이 흥미를 갖지 못하면 미래가 없습니다. 어떤 강요로 가능한 교육이 아닙니다. 같이 코딩교육을 받았던 필자의 아들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나는 이번에 코딩은 퍼즐을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느꼈어”

저는 무슨 뜻으로 아들이 이런 말을 했는지 잘 압니다. 코더로서 ‘eureka moment’라고 해서, 갑자기 머릿속에 전구가 켜지는 순간이 있는데 (어느 프로그래밍 언어나 몇 년 동안 삽질을 하고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고생을 하다 보면, 아, 그래 이거야! 코딩이 이런 거구나! 하고 느껴지는 마법과 같은 시간이 옵니다) 필자의 아들이 이런 경험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는 다음 학기 수업 중, 선택 수업을 모두 프로그래밍과 IoT 수업으로 채워 넣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습니다.

사진=구글본사

코딩, 프로그래밍은 어린아이들이 절대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에 구글과 페이스북은 지난 2012년 미국 공교육에 각자 10억달러(한화 1조1000억원)를 2020년까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MIT에서는 어린아이들이 프로그래밍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Scratch’라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개발했고, 이번에 필자의 아이들이 파이썬 코드를 짰던 ‘repl.it’ 같은 플랫폼은 페이스북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코딩교육에 사기업들만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연방정부도 향후 3년간 40억달러(한화 4조4000억원)을 코딩교육에 투자한다고 지난해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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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것입니다. 어린아이들의 코딩교육을 위해서는 이렇게 많은 투자가 기업·정부 할 것 없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런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면서도 미국 모든 학생에게 코딩교육을 의무화하지는 않습니다.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묻고 싶습니다. 한국 정부는 어느 정도의 교육예산으로 모든 아이에게 코딩교육을 의무화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리고 일반 교사들에게 60~75시간의 연수를 받게 해서 코딩교육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도대체 누굽니까. 한 나라 정부 정책이 동네 편의점보다도 더 대책 없고 생각 없이 운영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떤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일단 펀딩부터 책정해야 하고, 그 펀딩에 맞는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 아닙니까.

설마 한국의 주입식 교육으로 코드나 암기하는 게 코딩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코딩이란 필자의 아들 말처럼 어떤 논리를 갖고 퍼즐을 풀어나가는 창의적 과정입니다. 한국교육 자체가 창의적이거나 논리적인 교육이 아닌, 죽어라고 암기 위주의 교육인데 과연 제대로 된 코딩교육이 실행될까요?

어린아이들한테 코딩이나 암기하게 해서 뭐하게요? 그렇게 한다고 그 아이들이 창의적인 사고를 갖고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로 성장할 거라 생각하는 겁니까.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창조경제, 창의적 인재 등의 단어가 언론에서 계속 나오던데, 일단 교육환경이 논리적으로 되어야 창의력이 생기든 말든 할 것 아닙니까. 멀쩡한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창의력을 말살시키고 암기나 죽어라고 시켜서 바보 만드는 한국교육 환경에서 단언컨데 의무 코딩교육은 불가능합니다.

매튜 박

미국 변호사·프로그래머
hackya.co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