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의 초등생 의제강간 보도에 드러난 ‘언론의 남성혐오’

지난 29일 경남 한 초등학교에서 32세 여교사가 6학년 남학생을 꾀어 수차례 성관계를 맺은 사건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건을 놓고 언론들은 여교사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기사화하고 강간과 다름없는 범죄를 일반적인 성관계로 축소하며 사건 내용과는 상반된 이미지를 사용하는 등 왜곡 보도를 쏟아냈다.

국내 대부분 언론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사건의 선정성을 부각하고 여교사 중심의 시각에서 사건을 묘사한 데 반해 피해 남학생의 심정이나 그가 받은 충격에 대해 우려하거나 그의 미래를 걱정하는 내용의 기사는 쓰지 않았다.

또한 여교사가 경찰에 출두해 진술한 “B군이 너무 잘생겨서 충동을 느꼈다. 서로 좋아해서 그랬다”라는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보도하며 마치 두 사람이 사랑해서 성관계를 맺은 것처럼 보도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부 언론은 사건과 정반대의 사진을 기사에 삽입하는 악의적인 편집까지 시도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중앙일보>는 남자가 여자를 성폭행하는 듯한 사진을 첨부했고 <아시아경제>는 남자 교사가 여학생을 성추행하는 듯한 사진을 삽입했고 <일간스포츠>는 마치 나이 많은 남자 교사가 여학생을 강간하는 듯한 사진을 사용했다. 현재 해당 사진은 독자들의 지적과 항의로 교체됐지만 이를 통해 우리 사회와 언론에서 교사와 학생의 성관계라고 하면 무조건 남자 교사의 여학생에 대한 강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사진 1. 사건과 정반대의 사진을 기사에 삽입한 중앙일보(출처 중앙일보 기사 캡쳐)
사진 2. 사건과 정반대의 사진을 기사에 삽입한 중앙일보(출처 중앙일보 기사 캡쳐)
사진 3. 사건과 정반대의 사진을 기사에 삽입한 아시아경제(출처 아시아경제 기사 캡쳐)
사진 4. 사건과 정반대의 사진을 기사에 삽입한 일간스포츠(출처 일간스포츠 기사 캡쳐), 일간스포츠는 중앙일보의 자회사 언론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단순 성관계가 아닌 강간에 가까운 범죄(그래서 죄목이 의제강간이다)로 해당 여교사에게 적용될 혐의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미성년자 의제강제추행,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등 3개 혐의에 이른다.

그런데 언론 보도만을 놓고 보면 20살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 일반 남녀가 만나 사랑하듯 스승과 제자 사이에 사랑이 싹터 성관계를 맺은 듯한 뉘앙스를 풍긴다. 물론 여교사가 사랑한다 등의 문자와 반나체 사진을 전송하며 만두를 사주겠다고 집 밖으로 불러냈다는 등의 행위를 서술하고는 있으나 이는 여교사의 집요한 유혹에 초등학교 6학년 남자아이가 넘어간 듯이 묘사하기 위해 쓰고 있는 도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나이 또래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란 지위가 가지는 영향력을 봤을 때, 이는 유혹에 의한 성관계가 아닌 위력에 의한 강간에 해당한다. 그것도 성적인 행위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연령대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매우 질 나쁜 성범죄이다.

일반적으로 강간이라고 하면 남자가 물리적인 폭력을 동반해 여성을 성폭행하는 장면만을 떠올리기 쉬우나 이번 사건과 같이 성별에 상관없이 위력을 동원해 성관계를 맺는 것 또한 명백한 강간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범죄의 가해자가 여성일 경우 ‘피해자 남성도 즐긴 거 아니냐’며 왜곡된 시선 아래 사건을 축소하며 피해 남성의 아픔과 후유증은 무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성이 저지르면 성관계가 되고, 남성이 저지르면 강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범죄를 저지른 이가 여자든 남자든 성범죄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 중 하나로 엄히 처벌해야 한다.

단적으로 말해 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는 사회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남성혐오를 드러낸 예라 할 수 있다. 이제는 대한민국 곳곳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남성혐오를 뽑아야 한다. 세상에 좋은 범죄가 없듯이 좋은 혐오도 없다. 여성혐오만큼 나쁜 게 남성혐오다. 이젠 둘 다 멈추고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부터 앞장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