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대책, ‘갭투자’ 막을 수 있을까

아직도 갭투자를 돈 있는 사람만 한다고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당신이 전세 세입자라면 갭투자로 순식간에 여러 채 집을 살 수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관악구 두산아파트에 4억원짜리 전세를 사는 사람이 월세로 전환하면 보증금 5000만원에 매달 100만원을 내면 된다. 그럼 3억5000만원이 남는다.

같은 평형의 아파트 매매가는 5억원이다. 전세 4억원을 끼고 매입하자. 이제 1억원으로 당신이 살고 있는 (물론 동호수는 다르지만) 아파트의 집주인이 되었다. 게다가 여전히 2억5000만원이라는 돈이 남았다.

취·등록세 비용을 고려하면 1억원 갭의 집을 두 채 정도 더 살 수 있다. 적당한 곳을 물색해보자. 2호선 당산역 삼성래미안은 어떨까? 요즘 핫하다는 노원구를 봐도 괜찮겠다.

사진=영등포구 당산동 삼성래미안4차

이렇게 순식간에 전세세입자는 100만원 월세만 내면서 세 채의 집주인이 될 수 있다. 얼마나 쉬운가? 그 아파트들은 담보가 전혀 안 잡혀있고 그저 전세세입자의 돈을 레버리지로 삼아서 투자하는 것이다.

집값이 내려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만에 하나라도 집값이 내려간다 한들 당신은 전세세입자에게 ‘풋옵션’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집값이 아무리 내려가도 당신은 전세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받고 집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렇게라도 매수하지 않으면 전세세입자는 본인의 전세금이 ‘경매’를 통해서 날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거부권은 없다.

즉 전세를 끼고 갭투자를 하는 것은 풋옵션 사놓고 주식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리스크는 어느 정도 헤지된 셈이다.

여기에다가 양도세를 더 물려도 소용이 없는 게 원래 양도세라는 것 자체가 집값이 오르면 내는 거다. 얼마라도 자산가치가 올라야 세금을 내는데 그럼 번 것에 대해서 내면 그만이다. 다주택자들은 굳이 그 양도세를 피하고자 애쓰지 않는다. 오히려 한두 채 가진 사람들은 보유 기간이 길다 보니 인플레이션 효과로 인해 양도세가 높아지면 부담이 된다.

다주택자는 자산 전환율이 빠른 편이라서 양도세가 그 정도로 부담되는 금액이 아니다. 그래도 부담이 된다면 임대주택사업자 등록을 하면 된다. 빠져나갈 구멍은 마련되어 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8·2 대책은 갭투자를 막을 수 있을까? 결론은 아니다.

실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처음 이야기했던 관악구 두산아파트를 예로 들어보자. 5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서 이들에게 필요한 돈은 3억원이다. LTV 40% 규제로 인해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2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갭투자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1억원을 주고 (4억원 전세 끼고) 아파트를 하나 매수하고 (같은 단지의 다른 아파트) 4억원짜리 전세를 들어가면서 전세금의 80%를 전세자금대출(3억2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럼 이들에게 필요한 돈은 8000만원이다. 즉 같은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1억8000만원으로 주택을 사는 동시에 같은 아파트에 거주까지 할 수 있다. 내 집에서는 거주할 수가 없고 남의 집에 거주해야 한다는 단점은 있겠다.

어쨌든 3억원이 있어야 집주인+거주가 가능했던 집을 1억8000만원만 있으면 집주인+전세 거주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이들은 실수요자이다. 실수요자들조차도 갭투자를 해야만 하게 만드는 것이 현재 LTV 정책의 맹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으면 살 수 있는 집을 매매는 할 수 없도록 만들어둔 것이다.

사진=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위험 헤지와 동시에 거주라는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일부 사람들에게는 갭투자+전세세입자로 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누구나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돈이 많은 금수저는 아니지 않은가?

정리하면 8·2대책으로 매매 시 LTV 장벽은 높아졌지만, 전세 시 LTV 장벽은 여전히 낮은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매매 LTV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전세세입자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기존의 전세수요자+매매할 수 있었던 실수요자) 이는 전세 수요가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세수요증가는 결국 전세가율 증가로 이어져 갭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적은 돈을 가지고 집을 살 기회의 장이 펼쳐졌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이 떨어지길 바란다면 결국 강력한 보유세 대책과 전세자금에 대한 LTV 강화가 동시에 시행되어야 한다. 지금 단계에서 8·2 대책은 1. 전세가율을 올린다 2. 갭투자 하기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가 골자다.

안젤라

서울대 경제학 박사수료·정책 연구원
cutezely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