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 ‘유사 합기도’ 정회원단체 인정 논란

국제합기도연맹, 대한체육회에 공식 항의 서한 전달
스포츠중재재판소(CAS) 피소 등 국제 분쟁 휘말릴 듯

대한체육회가 ‘유사 합기도’와 그 관련 단체를 정회원 종목 및 단체로 인정하면서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면서, 명칭만 합기도인 단체가 대한체육회의 정회원단체로 인정되면서 국제적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합기도는 1920년대 일본에서 시작, 1942년 일본 정부가 공인하면서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현대 무술이다.

1940년대 이후 전 세계로 보급된 합기도는 현재 120여개 국가에서 150만명 이상이 수련하는 무술로 발전했다. 합기도를 대표하는 국제합기도연맹(IAF)은 IOC 인정 스포츠 기구인 SportAccord, AIMS, IWGA 등에 등록된 정가맹단체다.

특히 지난 4월 20일에는 국제합기도연맹이 정회원으로 가맹된 국제경기연맹연합인 AIMS가 IOC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실상 합기도가 IOC의 준인정 종목의 위치에 올랐다. IOC가 추진하는 ‘올림픽 아젠다 2020’에 따라 수년 내에는 합기도가 정식 인정 종목으로 승격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국제합기도연맹(IAF)의 정회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단체는 대한합기도회(회장 윤대현)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체육회에 정회원 단체로 인정된 합기도 단체는 그 명칭만 같을 뿐, 앞서 말한 합기도와는 역사, 종주국, 국제연맹, 단체자격 등에 있어서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물론, 기술체계, 시합방식도 완전히 다른 별개의 종목과 단체다.

즉, 국제적으로 공인된 합기도가 있고, 그 한국 대표부가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데, 이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유사 합기도’ 단체가 대한체육회의 정회원 종목과 단체로 인정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일 및 유사 종목에 대한 대한체육회의 방침에 따라, 대한합기도회는 대한체육회에 독립적으로 가입할 수 없다.

쉽게 말해, 무자격 단체가 이미 가입되어 있다는 행정 편의적 이유로 자격을 갖춘 단체의 가입이 가로막힌 것이다.

무자격 단체는 국제행사에서 한국대표부로서 활동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국제합기도연맹은 4년마다 국제합기도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현재 대한체육회에 가입한 무자격 단체는 국제합기도연맹의 회원이 아니므로 국제대회 참가 자격이 없다.

그동안 스포츠어코드가 주최한 국제 무술 스포츠 대회인 월드컴뱃게임즈(World Combat Games)가 IOC로 이관하여 개최할 것이 유력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대한체육회에 가입된 무자격단체는 ‘합기도’ 종목에 국가대표를 파견할 수 없다. 이는 IWGA가 주관하는 월드 게임즈(World Games) 등 여타 국제대회에서도 같다.

국제합기도연맹(IAF)
국제합기도연맹(IAF)

이러한 사태와 관련해 국제합기도연맹(IAF)은 지난 4월 중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 무자격 단체의 대한체육회 정회원단체 인정을 즉각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제합기도연맹은 만약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합기도의 저변 확대를 방해하고 권리와 재산을 침해하는 심각한 행위로 간주해 국제 제소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합기도회의 윤준환 사무국장은 “국제합기도연맹은 본 사안을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국제합기도연맹 측은 AIMS, 스포츠어코드를 통한 추가적인 항의 조치와 함께 스포츠중재재판소(CAS) 등에 제소하기 위한 법적 자료 수집과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가 무자격단체의 회원 자격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국제적인 피소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합기도와 관련한 이러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도 무자격단체들이 연합해 대한체육회의 인정단체로 가입했다가, 대한합기도회의 항의로 2011년 대한체육회 사상 처음으로 인정단체 자격박탈이라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예전부터 학계와 관련 단체에서도 실제 합기도와는 전혀 관계없음에도 명칭을 도용해 사용했던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특히 도올 김용옥 교수는 본인의 저서인 ‘태권도 철학의 구성원리’에서 일본 무술인 합기도의 명칭을 도용한 국내 무술을 가리켜 ‘짬뽕 된 족보 없는 무술’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바 있다.

대한합기도회 윤대현 회장은 “대한체육회를 방문하여 합기도의 객관적인 정체성과 무자격단체의 정회원단체 인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으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절차 규정에 따른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과 단체끼리 알아서 협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해 들었다”며 “국제합기도연맹과 공조하여 국내에서 합기도 종목을 바로잡고, 행정 소송이나 민사 소송 등 모든 법적 절차를 동원해서라도 국제적으로 인정된 한국 대표 단체의 권리를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얼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합기도(유사 합기도)와 아이키도(국제합기도연맹)는 서로 다른 운동”이라며, “합기도(유사 합기도)가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대한합기도회의 항의 방문에 답변한 “합기도(유사 합기도)와 아이키도(국제합기도연맹)는 같은 운동”이라는 기존 입장을 <리얼뉴스>에게는 뒤집어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어떤 단체의 합기도가 진짜 합기도인지 자신은)잘 모르겠다”며, “단체들이 의견을 정리해 이해시켜 달라”고 했다.

대한합기도회 윤 회장은 “대한체육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올림픽위원회(NOC)로서, 각 종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정 업무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업무 처리를 최우선시해야 하는 국가 조직이다”며 “관성적인 행정편의주의 때문에 스포츠계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저해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제합기도연맹(IAF)의 공식 항의 서한>

국제합기도연맹(IAF)의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에 제출한 공식 항의 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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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

김승한 기자

의학전문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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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