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젊은 의사의 ‘햄버거병’ 팩트체크

맥도널드 햄버거 사태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시각

아랫글은 논란이 되는 소위 햄버거병에 대한 어느 젊은 의사의 팩트체크다.

이 의사의 의견은 이 사건을 바라보는 대다수 의사의 의견과 같은 결론을 맺고 있다. 지난해 9월 25일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은 아이가 가족의 주장대로 2~3시간 후부터 복통을 호소하며 설사를 했고 다음 날인 26일 구토, 27일부터 혈변을 보았다면

1) 섭취 후 설사를 일으키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짧고(O157:H7의 잠복기는 1~10일, 대부분 3~4일)
2) 이전 섭취 음식 등 가능성 있는 다른 원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정보가 부족하며
3) 동일시간대 동일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조리된 햄버거를 먹은 이들 중 피해 가족 외에 다른 사고가 없고
4) 인과관계입증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승소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 중 1)번은 순수하게 의학적 관점에서 이뤄진 팩트체크다.

그런데 이런 팩트체크는 정치적 관점에서는 시민의 편, 또는 약자의 편이 아닌 ‘기업 편에 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시민들로부터 박수가 아닌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의사들이 의학적 팩트를 애써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피해 어린이 가족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면 시민들로부터 비판이 아닌 응원의 박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의사는 팩트를 무시할 수 없다. 죽으나 사나 팩트에 입각해서 팩트만 고집해야 하는 것이 의사라는 직업이다. 그래서 사랑받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의학은 통계과학이므로 말기 암의 자연치유 등 극단적 예외적 경우가 있을 수 있다. O157:H7의 잠복기도 마찬가지다. 의사들도 가족이 보상받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 사실에 입각해서···.

안타까운 사건의 시작
-여한솔

최근 맥도날드의 고기 패티 논란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아이가 햄버거병(도대체 왜 이런 듣도 보도 못한 병명이 나왔는지 나는 이해가 가질 않지만, 일단 원문 그대로 적어야 하므로 그대로 표기)으로 아이가 치료 중에 있다. 부모는 덜 익은 햄버거 고기 패티에 의해 병이 걸렸다며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검찰에 고소했다.

참 안타까운 사연이다. 분명 안타까운 일이지만 뭔가 미심쩍어 평소 안 보던 해리슨을 꺼내어 Hemolytic Uremic Syndrome(용혈성요독증후군, 이하 HUS) 공부하고 언론사 기사들과 부모의 인터뷰, 맥도널드의 햄버거 만드는 과정을 깡그리 찾아보았다. 공부한 중간 결과를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피해 아동 가족, 한국 맥도날드 고소(출처 YTN)

“맥도널드 고기 패티 때문에 HUS가 생겼다는 말을 입증하려면 부모님께서 매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며, 딸의 건강과 위 소송으로 많이 고생하실 것이고, 개인적으로 승소할 가능성은 5% 이하로 본다.”

물론 이 결론은 여지없이 틀릴지도 모른다. 언론사와 아이의 가정으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내막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일반인들은 생소한 질환이기도 하고 이 사건을 바라볼 때 어떤 식으로 접근했고 또 이 사건 이외에도 세상의 다양한 논란거리가 있을 때 한쪽의 의견에만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바라는 것도 있어 이 글을 시작한다.

‘HUS’가 무엇인가?
일단 HUS가 어떤 질병인지부터 모두가 알면 좋겠다. 이 병을 간단히 짚고 넘어가야겠다. HUS는 용혈성빈혈, 급성신부전, 혈소판 감소증 이 3가지가 특징적인 증후군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은 E.coli O157:H7 타입(흔히 말하는 대장균)과 Shigella(이질균), Campylobacter 등 음식물이나 오염된 물에서 발견될 수 있는 균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균에 감염됐다고 하더라도 다수의 경우에는 큰 질병 없이 조용히 지나가지만, 위의 사례처럼 유아들에게는 용혈성빈혈을 동반한 급성신부전증이 가장 흔하게 올 수 있다. 사망률은 5~10%에 이를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다.

HUS가 햄버거 패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아이의 어머니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9월 25일 햄버거 하나를 거의 다 먹고 2~3시간 만에 복통을 호소하며 설사를 했고, 26일 진료 중 구토, 27일 혈변이 시작됐다고 아이의 상태를 설명했다.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HUS라는 질병 확진을 받았다.

여기서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다. 의대생이나 의사들은 모두 눈치챘겠지만 위에서 질병의 원인으로 언급한 대장균, 이질균, 캄필로박터균은 2~3시간 만에 설사를 일으키지 않는다. 이 균들은 16~48시간의 잠복기를 가진다. 세균성 설사를 일으키는 균들은 장내에서 잠복기간(incubation period)가 필요하다. 그 이후에 균들로부터 나오는 독소에 의해 발열, 복통, 설사를 일으키지, 2~3시간 만에 설사를 일으키는 것은 S. aureus(포도상구균), B. cereus(바실루스균)이 대표적이다.

이 여아는 HUS확진을 받았다. 그렇다면 대장균과 이질균, 캄필로박터균 중 하나에 걸렸다는 말인데, 그러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햄버거를 먹은 날이 25일이었기 때문에 23일 혹은 24일 먹은 음식들의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기 때문에 그 당시 식단을 써두지 않은 이상 알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보호자 측은 맥도날드 고기 패티에 의해 아이의 질병이 생겼다고 100% 확신하고 있을 것이기에, 기억의 왜곡 또한 일어날 수 있음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어쨌든 소송을 통해서 양측 변호사가 밝혀내야 할 일이다.

출처 KBS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있다
맥도널드 햄버거 고기패티를 만들고 굽는 과정을 인터넷을 통해서 뒤져봤는데, 해당 지점의 패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굽는 과정 또한 기계로 같은 시간 내에 패티를 굽고 있고, 당일 300개의 같은 햄버거가 팔렸는데도 다른 질병 사례가 전혀 보고되지 않았다. 최소한 이 지점의 굽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비슷한 환자들이 나와야 했는데 단 한명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충분한 검토 없이 언론 보도만 보고 무조건 맥도날드 회사를 비난해선 안 된다
물론 맥도날드 햄버거 때문에 이 질환이 생겼을 수도 있다. 부모 측에 승소 가능성을 5%로 해둔 이유 또한 만에 하나 햄버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 100%, 절대적이라는 것은 없으니까. 하지만 언론에서 ‘햄버거병’이라느니, 맥도날드 피해 환자라고 언급하며 사건의 전말이 하나도 밝혀지지 않았는데 일단 맥도날드가 잘못했다는 프레임을 씌운 언론사들, 그리고 그 프레임에 현혹된 사람들(특히 HUS질병을 잘 모르고 언론 기사만 접하고 있는 일반인)이 너무 많아 안타깝다.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조금 더 냉철하고 합리적, 과학적으로 볼 수 있는 대중의 안목이 필요한 때이다.

그럼에도 꼭 건강하게 완쾌해야 한다
위에서 길게 늘여놓은 글은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언론사들이 늘어놓는 기사들에 대한 항변이었고. 다 차치하고서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복막투석으로 힘들게 사투 중인 여자아이의 쾌유이고 또 그래야 한다. 네티즌들과 언론사 모두가 그런 시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간다면 훨씬 더 따뜻한 세상이 오지 않을까 싶다. 나보다 훨씬 더 잘 아시고 훌륭한 선생님들의 치료와 관리로 아이가 병을 털어내고 꼭 완쾌하여 건강하게 살아가길 기도한다.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겠는가. 딸의 질병으로 고통 받는 부모님의 마음 또한 같이 위로하는 우리가 되자. 우리도 언젠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앳된 아들딸 기르는 부모가 될 테니까.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현 하지정맥류 클리닉 하트웰의원 원장·의료희망연구원 원장
aimhear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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