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성평등 시작은 ‘남녀 공동징병제’

대한민국 헌법 제39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이다. 모든 국민, 즉 남녀 구분 없는 모든 국민이다.

필자는 여성징병제 도입이 궁극의 성평등, 페미니즘의 실현이라고 평소 생각한다.

지난해 여름, 징병 대상을 여성으로 확대한 노르웨이를 보자. 노르웨이는 지난 2014년 의회에서 여성병역 의무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18세 이상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1년간 군 복무한다. 내무반도 같이 사용하며 오히려 군 생활의 만족감이 높다고 한다. 여성징병제이긴 하지만 강제적인 의무복무제는 아닌, 다양한 사유로 면제받는 제도도 병행한다.

사진=노르웨이 남녀 혼숙 내무반

노르웨이의 여성징병제 통과는 여성 총리, 여성 국방부 장관 등 여성 지도자의 힘이 컸다. 왜 노르웨이는 여성징병제 법안을 통과시켰을까.

노르웨이는 스웨덴과 더불어 급진적 페미니즘 운동을 가장 격렬하게 전개한 나라다. 스웨덴보다 노르웨이의 페미니즘 운동이 더 강했다.

오늘날 한국의 페미니스트들이 자주 들고나오는 슬로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도 1960년대 당시 노르웨이·스웨덴 페미니스트들의 구호였다. 이들의 성평등 투쟁이 노르웨이를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한 국가로 만들었다. 노르웨이가 여성징병제를 채택한 이유도 철저히 성평등에 기초한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는 성별과 상관없이 동일해야한다. 양성평등을 이야기할 때 의무와 권리를 함께 말해야 한다. 그 두 가지가 남녀 모두 동일해야 한다.”

이런 성평등 원칙에 의해서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 남녀 공동징병은 매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아젠다이다.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메갈리아’ 사태 당시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니 보호받아야 한다는 이 시대의 주로 진보 지식인들의 발언을 보더라도 격렬한 대립이 예상되는 주제임은 틀림없다.

진보 지식인층은 “혐오는 소중한 자유다. 메갈리아 이제 눈치들 보지 마시라”, “여성들은 우리 사회에서 신체적 약자일 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이다”, “나도 메갈리아다”, “메갈리아는 일베에 대항한 유일한 당사자이다” 등등 여성 문제를 모두 가부장적인 구조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현대 여성들의 신체적으로도 매우 강건하다. 롯데월드타워를 맨손으로 오른 김자인씨, 머슬마니아 피트니스로 다져진 다부진 체격의 여성들도 흔하다. 더 이상 신체적, 사회적 약자라고는 말하기 힘든 시대다.

사진=노르웨이 여군

또한, 군입대를 앞둔 20대 초반 남성들의 불만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요즘 여성들은 결혼 연령도 늦고, 자식도 낳지 않는 이들이 많다. 여군을 어떤 방식으로든 확대한다면 여성 인력 활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군 생활 도중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은 남성들의 소식을 자주 접한다.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여군이 확대된다면 구태스럽고 폭력적인 군대 문화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리라 믿는다.

한국은 현재 약 63만명 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나, 세계 초저출산율 등을 고려하면 향후 10년 군 인력 부족에 처한다고 한다.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에 둘러싸인 한국은 일정 규모의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일시에 협정을 맺어 군대를 동시에 해체하지 않는 한 군대는 일정 규모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남녀 공동징병제는 기존 남성들이 군 복무가 힘들었어도 그건 고유의 남성 영역이기 때문에 남성 구역 침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이고, 급진 페미니스트들의 반발을 얻을 수도 있어 양쪽 모두에게 비판받을 수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성평등 실천 방안의 하나로 이제는 우리도 남녀 공동징병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