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의 분열과 트위터 마이너갤러리 탄생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지형도에 작지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이 중 주목할 만한 변화는 워마드 사이트가 내부갈등으로 분열됐다는 것이다.

지난달 해외 서버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워마드가 실제로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폭로가 트위터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워마드 내부에서도 개발진이 (일베) 남성이며 회원의 신상정보 유출이 임박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개발진과 유저 간의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갈등의 이면에는 운영진과 개발진 간의 알력다툼이 자리 잡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1. 워마드 트윗
사진 2. 워마드 트윗
사진 3. 워마드 트윗

물론 금전적 후원을 둘러싼 메갈리아·워마드 내부의 사기행각과 사이트 운영 방향을 둘러싼 갈등과 잡음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번 갈등의 경우에는 심각해서 결과적으로 다수의 워마드 유저가 다른 소규모 커뮤니티로 독립해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개발자와 운영진이 화해를 하고 워마드 사이트가 완전히 쪼개지진 않았지만 이미 많은 수의 회원이 레딧이나 다음카페같은 새로운 사이트로 이동했다.

한편 워마드는 메갈리아에 이어 각종 (남성) 젠더혐오 발언과 극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던 사이트이다. 워마드는 지난해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뒤에도 부동액 약물범죄를 모의하는 행위를 벌이는가 하면 그 외에도 산업재해를 당한 비정규직 남성, 독립투사, 5·18 희생자 남성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최근에는 철원에서 총기사고로 사망한 군 장병을 모독하는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철원 육군일병의 총기사고 사망소식에 추천을 누르며 기뻐하는 워마드 회원(출처 워마드 게시판)

메갈리아·워마드는 그동안 극단적인 혐오발언을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행위가 마치 인터넷에 만연한 여성혐오 발언에 대한 미러링(저항) 행위인 것처럼 일각에서 옹호됐다. 그러나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고인의 죽음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 수많은 반응에서 엿보이듯이, 기본적인 상식과 인륜을 저버린 이들의 혐오발언이 실제로는 무엇에 대한 ‘미러링’이지 의문스럽다.

게다가 메갈리아·워마드는 실제로는 상대적으로 음지(예 여성시대, 남자연예인갤러리, 임시대피소 등)에서 활동하던 일부 여성 커뮤니티 회원들이 SNS와 타게시판에 유입되면서 그들이 평소 일삼던 혐오발언과 그들의 공격 충동을 유행시킨 현상에 가깝다(박가분, <혐오의 미러링> 참조).

자신들이 내세우는 미러링의 명분이 거짓이라고 인정하는 워마드 회원(출처 워마드 구 다음카페 게시판)

일베 신드롬과 달리 다수의 여성학자와 진보언론으로부터 이념적인 정당화를 부여받은 메갈리아·워마드 신드롬은 그 유행의 절정기 이후에도 각종 신조어와 결합한 혐오발언을 양산했으며, 그들이 양산한 혐오컨텐츠와 밈(meme)은 지금도 인터넷 곳곳을 점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30일 정희진이 한겨레에 기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실정에 밝은 네티즌이라면 혐오발언은 이미 오래전부터 남성 네티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가령 트위터를 점령한 자칭 페미니스트들의 혐오발언은 이미 일상화됐다. 트위터에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네티즌들은 남녀를 대상으로 한남충, 실X, 명자(명예X지)·흉자(흉내X지) 등의 모욕과 낙인 프레임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는가 하면은, 빻은·빻다, 웅앵웅, X팔·후팔 등의 비속어 및 악플도 타인에게 거리낌 없이 쏟아낸다.

이들이 지극히 구제 불가능한 존재인 이유는 자신들의 언행을 스노비즘적(지적 허영심으로 가득 찬) 태도로 정당화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지적받을 때 곧바로, 인류애, 공감 능력, 거시적 맥락, 젠더권력, 젠더이분법, OOO페미니즘, OO혐오·OOO포비아, 헤테로시스젠더 등의 단어를 문맥에 맞지 않게 장황하게 늘어놓으며 정당화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반지성적 스노비즘은 출판계에까지 영향을 미쳐 별다른 근거나 논리를 동반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사적 언어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을 즐기는 이른바 일각의 ‘영페미니즘’ 유행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놀이화된 혐오발언과 SNS를 점령한 스노비즘과 허세에 신물을 낸 일군의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는 사실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지난해 웹툰 일부 작가들의 메갈리아 옹호발언으로 촉발된 메갈리아 논쟁 때에도 다수의 여성이 자신의 커뮤니티에서 ‘여성으로서 메갈리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인증 글을 올리는 캠페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에 대해서 메갈리아·워마드 성향 네티즌들로부터 ‘X빨러’, ‘명예X지’, ‘흉내X지’라는 욕설과 조롱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2016년 여름 ‘메갈대란’ 당시 메갈리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현한 여성 네티즌의 인증글(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한편 최근 디씨인사이드 ‘트위터 마이너갤러리’는 과거 트위터 페미니즘(일명 트펨)에 심취했다가 환멸을 느낀 여성 네티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고 공감을 얻는 장소가 되고 있다. 과거 메갈리아 반대 인증 글을 올린 여성 네티즌과 달리 이들은 메갈리아와 워마드 성향 네티즌은 물론 트위터 페미니스트의 언어와 심리를 가까이에서 관찰하거나 스스로 경험한 결과, 그들의 허구적인 논리와 세계관 그리고 집단사고의 맹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더욱 냉정한 비판을 가한다.

예를 들어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이 탈트펨(트위터 페미니즘 탈출) 경험담을 술회하고 있다.

당시에 페미관련글이 올라오면 리트윗해서 알리는 게 내 일이었고 그걸 존나 자랑스럽게 생각했음. 세상은 개빻았고 왜 아무도 트위터의 정의로움을 몰라주나 생각했을 정도. 이랬던 내가 트페미 탈출한 두 가지 요인. 하나는 내가 샀던 책. 페미책들 하나같이 작자가 ‘피해자인 나…!’에 너무 과하게 심취한 것 같았고, 둘째는 트짹에서 래디컬+레즈+스유충+아이마스덕후+깨시민+스노브 조합의 네임드(유명: 인용주) 페미가 내가 봐도 X소리인 걸 아무렇지도 않게 나불거리고, 결국 페미는 자기가 하는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한 명분거리구나ㅋㅋㅋㅋ

이에 한 네티즌은 “나도 비슷함. 네임드 페미가 아는 척하면서 내 전공 상식을 완전 틀리게 헛소리 읊으면서 페미 어쩌고 해서 그때부터 좀 깼음”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난 페미니스트라 생각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즘은 괜찮은 사상이라고 생각해. 솔직히, 아직도 사람들은 어느 정도 성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고. 다만, 모든 걸 한남의 탓으로 돌리고 정작 그걸 바꿀 생각도 안 하면서 폰이나 처 붙잡고 있는 걸 보면… 에미니스트(한국식 페미니스트)들은, 방구석에서 쿵쾅대는 실패자들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단 거지”라며 성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계없이 자신의 공격성을 무차별적으로 발산하는 이들에 대한 자신 나름의 통렬한 인식을 전달하고 있다.

트위터 마이너 갤러리는 극단주의자들 사이에서 둘러싸인 자신에게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괴로워했던 상식인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변화의 장소가 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다음과 같이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술회한다.

이전에는 내가 갖고 있던 갓-페미에 대한 의구심 같은 것들. 다 세상의 발전을 위해 프로불편러 수련을 게을리한 소인의 믿음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겠지요 이러고 묻었는데. 나만 그런 거 아니라는 거 알고 나니까 그냥 트위터식 페미니즘 한 방에 훅 날아감. 이제는 이상한 사상 같은 거 묻히지 말고 살아가려고. 이런 사상들이 사이비종교 되는 거 한순간임.

임금님 혹은 여왕님이 실은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용기 있게 말하는 누군가를 절실히 필요했던 사람들이 실은 광범위하게 존재했던 것이다.

이처럼 혐오에 기댄 운동과 캠페인의 시효는 오래 갈 수 없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각자의 방식으로 최근의 포비아적 페미니즘의 유행에 문제의식을 느끼거나 탈출한 여성들이 점차 고삐 풀린 스노비즘과 혐오발언을 견제하는 나름의 인터넷 공론의 장을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 담론공간에서 암약하는 혐오세력을 일소하기 위해서는 허구적인 성별대립 극복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혐오세력 모두를 반대하는 시민들의 경험담 그리고 문제의식이 공유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이것이 분열하는 워마드와 새롭게 등장하는 비판적 여성들의 등장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박가분

경제학 석사. 프리랜서 작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단행본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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